"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싸움이다"
지난 16일까지 29회차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을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모든 재판은 백지 상태에서 다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 부회장은 이미 여론전에서 '유죄 추정'을 받고 법정에 섰다"며 "현 단계에서 그의 유무죄를 알 수 없겠지만 법조인 입장에서 볼 때 피고인이 불리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맞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이나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승마지원을 한 사실이 강요에 의한 것인지 뇌물에 해당하는지 경계선상에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는 특검 측 주장 외엔 받아들여지기 이미 힘든 상황이 돼버렸단 뜻이다.
앞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각각 실형이 선고됐지만 해당 재판부는 삼성의 청탁이나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알려진 것과 달리 법정에서는 삼성 측이 청와대나 최씨 측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란 증언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이 모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증인으로 나와 "재단설립이나 출연금 결정 등 문제에서 기업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삼성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출연을 약속했던 것"이라 증언했다.
또 다수 승마계 관계자들도 출석해 "삼성 측도 정유라 외 다른 선수 선발을 위해 노력했다"며 "삼성이 모든 선수를 지원하려고 계획했지만 최씨 반대로 쉽지는 않았을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일부 법조인 사이에선 법리나 수사과정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특히 삼성 측 승마 지원에 단순뇌물죄를 적용한 부분이다.
한 변호사는 "비공무원인 최씨가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과 뇌물의 이익이 공유됐다는 점과 둘 사이 공모관계가 명확이 입증돼야 한다"며 "이같은 사실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단순뇌물죄 적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법리대로라면 1심은 여론에 기대질지 몰라도 2심과 3심에 가면 깨질 논리"라고 해석했다.
독자들의 PICK!
또 다른 변호사는 "비상시국임을 감안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불구속 수사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 많은 원칙이 등한시되는 듯해 안타깝다"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단순히 정권 교체에 톡톡한 역할을 한 특검과 매머드급 변호인단이 붙어서만은 아닐 터이다. 여론과 법치주의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내려질 결론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