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핀테크업체, 해외송금시장 '메기'가 되려면

[기자수첩]핀테크업체, 해외송금시장 '메기'가 되려면

최동수 기자
2017.06.21 15:23

"해외송금을 할 때 영상통화로 실명인증을 한다면 '간편송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해외송금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핀테크업체 대표의 말이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다음달 18일부터 핀테크업체도 해외송금이 가능해지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혀 '반쪽'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자본금 20억원(해외송금만 영위하는 업체는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전산설비와 전문인력 등 요건만 갖추면 건당 3000달러(약 300만여원) 이하, 1인당 연간 2만달러(약 2200만여원) 한도 내에서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송금시장이 핀테크업체에 개방되면서 수수료도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명인증이라는 규제에 막혀 핀테크업체가 해외송금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해외송금을 위해서는 실명 확인이 필수인데 은행에는 예외조항이 적용된다. 은행을 통해 해외송금을 할 때는 처음에 실명인증 절차를 거치면 추가로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머니투데이 최동수기자
머니투데이 최동수기자

문제는 핀테크업체들은 금융실명제법상 이같은 예외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최초 회원 가입 시 계좌 실명 확인한 뒤에도 송금을 할 본인 명의의 계좌가 맞는지를 매번 확인해야 한다. 비대면으로 실명 확인을 하려면 정부가 정한 신분증 촬영, 영상통화, 집배원 확인, 기존 계좌 이용 등 4가지 가운데 2가지 이상을 반드시 선택해 진행해야 한다.

절차의 간소화를 장점으로 내걸었던 핀테크업체의 해외송금이 은행보다 더 까다로운 것이다. 한 핀테크업체 대표는 “건당 1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은행처럼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 기준을 최소 300만원 이하로 높여줬으면 한다"며 "외국에서도 불법 자금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제는 강하지만 매번 실명인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핀테크업체의 실명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려면 금융실명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있어야 하는데 개정 외국환거래법 시행 한달을 앞두고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핀테크업체가 해외송금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전에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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