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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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대봉그린 화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은 많은 인명피해를 낸 후진국형 화재사고의 전형이다. 싸구려 자재의 대명사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적 결함, 관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겹쳐 매년 반복되는 이 같은 화재사고를 뿌리 뽑겠다며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지만, 오히려 관련 업계에선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내놓은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오히려 종전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 개정안을 보면 구체적인 기준이 미비해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법 해석과 적용을 가능하다. 사용자가 마음먹기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농후한 것이다. 우선 애매한 단어 사용이 문제가 된다. 정부는 복합 자재의 난연성능 시험 시 성능을 판단하는 새 기준으로 '관통'이란 단어를 등장시켰다. 관통이란 한 물체(시험용 시편)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불을 붙였을 때 시편이 전부 타 '소멸'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기준보다 한층 완화된 내용이다. '화재 시 작은 구멍도 용납하지 않
중학교를 다닐 무렵 친구들 사이에는 ‘악기 열풍’이 불었다. 너도나도 치던 피아노가 아니라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등 상대적으로 특별해 보이던 악기들이었다. 열풍의 진원지는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소문. 당시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특기 하나면 대학간다는 식의 교육정책이 발표되면서다. 그 정책은 불과 1, 2년 만에 사라졌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갑자기 악기를 잡던 그 친구들은 다시 펜을 들었다. 이후에도 ‘00만 하면 대학 간다더라’는 식의 소문이 쳇바퀴처럼 돌고 돌았다. 예체능에서 컴퓨터, 논술로 바뀌지만 실제로 그 교육 정책으로 성공했다는 학생들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런 류의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사라졌다. 한 방향으로 꾸준히 가지 못한 교육 정책이 초반 기대한 효과를 낼 리 없다. 학생, 학부모에게 정책의 큰 틀은 소개되지 못하고 ‘그래서 악기 하나만 하면 대학간대?’라는 식의 입소문만 퍼진 점도 정책 실패 요인이 됐다. 마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해킹 업무를 총괄하던 팀장급 요원 임모씨(45)의 죽음 이후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임씨는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공동 성명에서 정치권의 해킹 관련 정보 요구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더 이상 정보기관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 국가 안보에 어떤 해악이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임씨의 죽음을 동반한 해명과 국정원 직원들의 이례적인 성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는 사람들은 드물다. 임씨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 죽음을 택한 점, 죽기 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점 등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과거 이력'은 의심을 더 키운다.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때 인터넷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하려 했다가 변호사들에 의해 적발된 적도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북풍 사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국회 축구리그가 지난 18일 폐막식을 끝으로 긴 여정을 마쳤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축구동호인들이 매년 모이는 자리로 사무처, 도서관, 보좌진, 기자단의 기존 4개팀 체계에 올해는 국회경비대가 참여해 총 60경기의 열띤 리그전을 펼쳤다. 선수단별로 소속 선수가 수십 명이기 때문에 전체 참가인원만 해도 수백 명에 달했다. 20대 초반 강철체력의 의무경찰이 포함된 경비대를 제치고 우승기는 9승3패의 놀라운 승률을 보인 보좌진축구회가 가져갔다. 여야 구분 없이 선수단을 구성한 보좌진축구회는 정병국·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배출한 명문(?) 구단이다. 축구를 즐기는 국회 근무자들의 국회리그전 열기는 월드컵 못지않다. 평일 아침 7시 시합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국감 때처럼 집에 가지 않고 국회 휴게실에서 숙식하는 선수들도 있다. 저녁 6시20분 경기가 있으면 저녁약속이 많은 국회 근무환경 탓에 시합을 뛰고 땀에 젖은 채 약속장소로 가는 경우도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서모씨(38)는 최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살고 있는 곳이 주택가여서 오토바이 1대만 지나가도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는데 얼마 전부터 옆집이 공사를 시작한 탓이다. 기존 단독주택을 허물고 4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공사 중인데 새벽 5시30분만 되면 굴착기 등 중장비와 인부들의 망치 소리에 잠을 깨기 일쑤다. 게다가 5개월 된 신생아도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의 아내는 공사소음 스트레스에 따른 소화불량으로 구토를 하기도 한다. 서씨는 해당 구청에 신고했지만 “크게 문제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한동안 찬밥신세였던 다가구주택이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의 신축공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주변 입주민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로공사대금 구하기가 더 쉬워졌고 임대사업이 돈이 된다는 얘기에 너도나도 집을 뜯어고치고 있어서다. 하지만 건축허가 때 공사시간은 문제 삼지 않는다. 새벽 3시부터
"오늘부터 '소액주주님'에서 다시 '소액주주'로 돌아가겠네요."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가 진행된 지난 17일, 한 증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 대결로 의결권 위임을 받으려 동분서주했던 삼성물산이 합병 성사 후 다시 소액주주를 외면할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물산은 주총을 앞두고 임직원들이 소액주주를 찾아다니며 합병 찬성을 설득하면서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제일모직도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배당을 늘리고 주주권익 기구를 설치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제일모직은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장을 공개하고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상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베일에 가려있던 바이오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을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바이오 부문은 간과할 수 없지만 비상장 자회사로 시장에 공개되는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 엘리엇 덕분에 바이오 사업장을 탐방할 수 있게 됐다"고
"미래 개척 자원이 고갈될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2년 안에 한국과학은 소멸될 것이다." "젊은 연구인력이 일본 등 해외로 빠져나갈까봐 걱정이다." 정부의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안이 발표되자 즉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관련 기사 댓글란에는 이 같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0일, 2016년 국가 R&D 예산은 올해(12조 9350억원) 보다 2970억원(2.3%)이 줄어든 12조 638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R&D 예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세수 부족으로 R&D 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이전부터 불거져 왔던 탓이다. 이날 저녁, 예산안 배분·조정안 심의를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한 민간위원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했다. 기자는 "R&D 투자에 너무 인색한 것 아닌가요"라며 줄어들 미래 성장 기회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그러자 이 민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오너인 김 모 회장은 지난 해 자신이 타고 다니는 업무용 차량을 국산차에서 1억5000만원에 육박하는 벤츠 S클래스 최고급 모델로 바꿨다. 매출 300억 원대인 회사 규모로 볼 때 비싼 수입차를 타는 게 찜찜했지만 부하직원들이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좋은 차를 타면서 구입이나 리스에 소요되는 비용과 차량 유지비 등을 모두 세법상 경비로 인정받아 세금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변 중소기업 오너들도 모두 수입차를 타는데 격에 맞게 차를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히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어 수입차를 타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처럼 업무용으로 값비싼 법인차를 이용하는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산업계를 취재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 오너와 최고 경영진들은 비싼 수입차나 최고급 국산차를 업무용으로 이용한다. 사업 규모가 영세한 개인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조사에 따르면, 지난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소속 병원이 밝혀지면 자녀가 따돌림을 당하고 환자가 해당 병원을 찾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속 병원과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을 양해해주십시오." 지난해 11월 에볼라가 유행하던 시에라리온에 의료진 파견을 결정한 보건당국은 파견 의료진의 소속 의료기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라를 대표해 해외로 나가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임무를 맡은 파견단이지만, 당시 이들은 자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국내로 들어올 경우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파견단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에볼라에 걸리면 한국으로 들어오지 말고 현지에서 치료 받으라"는 댓글이 빠지지 않고 달렸다. 감염병 전파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이, 의로운 희생마저도 감춰야할 치부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반년이 지난 올해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사태에서도 이 같은 현실은 여지없이 재현됐다. 메
"정말 모르겠다, 삼성물산 합병 논란은 너무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어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단체 주최의 '기업지배구조 논란' 토론회 직후 한 참석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명한 학자이자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조차 머릿속이 복잡하다.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의 진짜 속내는 물론 찬반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구도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반재벌 정서'가 강하게 결합됐다. 삼성물산의 사외이사이기도 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일부 여론은) '꼴좋다'고 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평소 삼성 혹은 대기업 총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합병 차질을 고소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개 기업 간 합병 여부가 전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시장의 신임투표를 넘어 투기자본의 공격과 대기업의 방어가 얽혔고, 당사자인 주주들의 경제적 판단뿐만 아니라 일반인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정보 포털에 따르면 5월 기준 중앙부처에서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규제는 1만4683건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표현한 이후 규제개혁이 추진됐으나 지지부진하다. 현장에서는 “도대체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법에 명시돼 있는 규제는 국회의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 정쟁 탓에 규제개혁을 위한 법 개정은 우선순위가 한참 밀렸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한 게임업계는 국회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자율규제를 이끌어냈지만, 규제성 입법을 추진 중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일명 ‘뽑기 아이템’으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그동안 아이템 목록과 획득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사행성과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비율, 획득확률 등을 ‘게임물내용정보’에 포함하는
'우리의 바램은 자율/학생들 바램도 자율/자사고 학부모 모여/자율을 외치자' 지난 6일 오전 9시, 서울시교육청 앞에 모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 500여명에게 배포된 노래 가사다. '우리의 소원'을 개사한 것으로, 집회를 위해 서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에서 준비한 노래다. 이날 서울 시내 24개 자사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개최하는 자사고 운영성과 지정취소 청문에 반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현란 서울 자학연 회장은 이들 앞에 서서 집회를 진두지휘했다. 시위 경험 없는 학부모들이 우왕좌왕 하자 이 회장은 "더운 건 알지만 선글래스를 쓴 학부모는 잠시 (선글래스를) 벗어달라", "빨리 주목하면 시위를 빨리 마쳐주겠다" 등의 말로 대열을 정비했다. 아마추어같았던 학부모들은 집회가 시작하자 돌변했다. 오전 10시엔 청문회장으로 들어가려는 홍운식 경문고 교장을 수십명의 학부모가 막아서기도 했다. 때론 '아침이슬' 등 여느 집회나 시위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에 맞춰 피켓을 흔들었다. 같은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