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래소 개편, 노조 눈치보는 의원

[기자수첩]거래소 개편, 노조 눈치보는 의원

황국상 기자
2015.09.08 03:30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개편과 자회사 분할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발의됐다. 의아스러운 대목은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거래소 담당 기관인 금융위원회를 관할하는 정무위원회 의원이 아니라 산업자원통상위원회의 이진복 의원이라는 점이다.

당초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것으로 기대됐던 의원은 정무위의 박대동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 전신) 감독정책1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해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개정안 대표발의를 맡기 위한 조건으로 거래소 노조의 동의를 요구했다가 노사합의가 결렬됐다는 이유로 발의를 거절했다. 이 때문에 산자위 의원이 정무위 관할 법안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됐다.

거래소의 지주사 개편과 자회사 분할은 각 시장 특성에 맞게 기업들의 상장을 활성화해 경제 활력을 살리고 거래소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노조는 거래소가 지주사로 개편된 이후 직원들의 신분 보장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거래소 체제 개편에 반대해왔다. 이에 대해 거래소 경영진측은 자본시장법 개정과 직원들의 신분 보장과 관련한 노사합의는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거래소 노조의 자본시장법 개정 반대와 노사합의 결렬을 이유로 법안 발의를 거절한 정무위 의원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은 착잡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주주는 증권사들이고 거래소 체제 개편과 이후 진행될 기업공개(IPO)는 주주들의 경영 결정 사안”이라며 “이런 경영 결정 사안에 반대하는 노조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노사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안 발의를 거절한 의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분 보장을 내세우며 자본시장의 큰 틀을 바꾸는 법률 개정에 발목을 잡는 거래소 노조도 안타깝지만 사명감을 갖고 자본시장의 새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노조의 눈치를 보는 듯한 정무위 의원의 태도는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다. 향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나마 국회의원들이 입법기관으로서 한국 자본시장의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주춧돌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법률 개정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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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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