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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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수준의 급여, 업계 최고 우대" 지난달 말부터 한국공인회계사회 홈페이지에는 "품질관리실 경력회계사를 모신다"는 구인 글이 적잖게 올라왔다. 대형·중견·중소회계법인 너나없이 공고 글을 올렸다. 다음달 정부의 감사인 지정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회계업계 간 '품질관리실 회계사' 뽑기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견·중소회계법인은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홍보하지만 품질관리 인재는 한정돼 있는데다 대형회계법인까지 나서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회계사를 감시·관리하는 품질관리 인력은 어느 정도 회계사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최근 회계사회로부터 징계받지 않아야 하고 국제회계기준도 잘 알아야 한다. 정부 개정안은 품질관리 역량·노력 등을 고려해 등급 분류를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5조원 이상 기업의 지정 감사를 맡은 빅4 대형 회계법인은 앞으로 2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까지 맡게 된다. 등급을 잘 받기 위해선 품질관리인력을 회사 규모에 맞게 더 뽑아야 하고 손해배상 능력도
"국정감사까지 '김건희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겠죠. 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 '강대 강 정국' 속 추석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출구 전략'을 묻자 한 민주당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맞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몰아붙이며 연일 강공책을 쏟아냈다.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등을 특검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더니, 김 여사가 착용한 수천만 원 상당 장신구의 재산신고를 빠뜨렸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 논문표절 의혹을 집중 공략 중이다. 당 안팎에선 민주당의 '정치검찰' 대응 논리가 더 강고해질 것으로 관측한다.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의 수사 결과가 예고돼 있다. 민주당은 취임 한 달도 안 지난, 제 손으로 직접 뽑은 당 대표를 두고 개인 의혹이라며 선긋기할 수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은 언제나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철저하게 성과 위주의 자본시장에서 현재 보단 미래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이례적 분야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의 주가에도 기대가치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 국내 도입 이후 극명하게 두드러졌다. 백신과 치료제 초기 임상단계 진입만으로 관련 기업의 가치는 몇달 새 수십배까지 폭등했다. 임상 1상에서 품목허가 승인까지 이르는 확률이 8%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평가로 볼 수 있다. 결과는 어떨까. 수십개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여전히 초기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기업들도 줄을 이었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듯 했던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관련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엔 여전히 기대감이 서려있다. 물론 성과도 있다. 결국 자국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세번째
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 위니아 전자 직원들이 불안에 떤다. 월급을 줄 수 없으니 몇 달 쉬다 오라는 회사의 권고를 받았다. 이미 일한 대가로 받는 월급도 한달씩 미뤄졌다. 먼저 회사를 떠난 전 직원들도 고통을 겪는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때문이다. 회사는 이제 대놓고 '해고'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위니아전자가 강도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위니아전자는 최근 △임원 급여 50% 반납 △무급휴직(1~4개월) △희망휴직(희망퇴직) △계열사 간 전적 등 조치를 취했다. 월급이 비교적 낮은 주니어급 직원들만 '살생부'에서 빠졌다. 직원 24명이 위니아에이드 등 그룹 계열사로 소속을 옮겼다. 임직원의 '살을 깎는' 구조조정은 박현철 대표가 취임한 지난 5월 이후 수위가 높아졌다. 박 대표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 방안의 일환으로 비상경영을 넘어선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고자 한다"며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연차사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PEF(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라 기대했는데 1년 가까이 가타부타 말도 없고, 시간만 흐르니 속만 새까맣게 탑니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A사 임원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토로했다. A사는 오픈 이노베이션 파트너인 대기업 B사의 소극적인 태도에 발목 잡혀 제대로 사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상황이 나빴던 건 아니다. 올해 초 현장 실사 이후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다. 그러나 B사는 실사를 담당한 실무진이 회사를 떠났다는 이유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뤘다. 그러는 동안 A사는 다른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까지 잃었다. 대기업의 경직된 의사 구조를 감안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진정성 없는 오픈 이노베이션 제의에 피해를 보는 건 A사다.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는 치명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장한 기술 탈취 시도도 적지 않다. 대기업 C사는 재활용 관련 스타트업 D사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빌미로 기술 공개를 요구했다. 단순히 오픈 이노베이
언제나 1위일 것만 같던 금메달리스트가 점차 노쇠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걸 볼 때만큼 서운한 일은 없다. 조금씩 무너지는 우리나라 면세업을 볼 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아직 면세업은 여전히 한국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세계적 수준의 면세점들이 서비스, 상품 소싱 능력, 한류 등에 힘입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의 지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2020년부턴 중국 업체가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이어 2위에 롯데, 3위에 신라가 자리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금방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따이궁들과 국제·국내 관광객 등의 수요 덕에 아직 한국 면세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지방에 설립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죠" 수도권에 신규 연구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A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연구소를 지방에 설립하게 되면 초기비용을 아낄 수 있고 다양한 부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도시에서 사세를 키워온 B기업도 최근 수도권 신규 R&D 센터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B기업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 오히려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 비용부담까지 감내하면서 수도권을 고집하는 것은 인재유치 때문이다. 수소·이차전지 등이 주목받으면서 이공계 전문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전공자 증가폭은 이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이공계 인재들은 연봉만큼이나 근무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 사업장·연구소에 배치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이천·오산 등이 이공계 취업시장의 속칭 '남방한계선'으로 꼽혔으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서울과 가까워지는 추세다. 기업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수도권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정말 급해서 50(만원) 급전 찾고 있습니다. 일용직 근무 중입니다. 상환 약속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온라인 대부중개 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의 내용이다. 이 사이트에는 지난 8월에만 1만8000여건의 문의가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오는 문의 글은 대부분 5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이다. 여러 곳에서 이미 돈을 빌렸고, 대출한 대부업체에 돈을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리고 싶다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돌려막기다. 제도권 금융에서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 얘기다. 불법사금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급전은 대부분 이른바 '30-50', '50-80' 형식으로 등으로 불리는 '주변 대출'로 진행된다. 30만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50만원을 갚는 방식이다. 일주일 안에 갚지 못하면 연장비용이 10만원, 20만원 등으로 발생한다. 순식간에 갚아야 하는 금액은 원금의 2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30-50' 방식은 금액이 작아서 부담이 커 보이지 않지만 연 금리로 따지면
2021년7월자 '서울시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 공고'에는 최대1억5000만원이 주어지는 한옥 건축비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70개 넘는 항목이 열거돼 있다. 기와, 창호, 창틀, 대문, 중문, 용마루 등 기준이다. 이를 두고 건축 업계 일각에서는 "시대, 지역적 상황에 맞춰 우리 조상들이 다양하게 지어 왔던 한옥을 관(官)이 획일적으로 통일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초가집도 한옥" "한국인이 살면 한옥"이라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해체하면 지원 대상을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옥의 난제'를 떠올린 것은 문화재청·보그코리아의 '한복 화보' 속 옷차림 논란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성(性)별 한복 착용 규정 삭제, 남녀한복 교차 착용도 무료입장' 보도자료(2019년6월)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바지)를 기본으로 하며, 반드시 상·하의를 갖춰 입어야 한다". 얼핏 드레스처럼도 보이는 화보 속 모델의 옷을 시민이 입
지난달 처음 가본 강원도 양구의 모습에서 지방 소도시의 현실을 느끼고 돌아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의 좌석 수는 50개가 넘어보였는데 탑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5명 남짓에 불과했다. 버스노선의 존재가 고마웠다. 2시간30여분을 달리자 양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갔는데 'O기 동문, 사무관 승진'이란 큰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이 보였다.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이 독특한 촌스러움에서 이미 시간을 거스른 기분이 들었는데 터미널에 도착하자 정말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취재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터미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도심 터미널 주변 상가는 늘 활기가 넘치지만 이곳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음식점이 영업 중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문을 닫은 줄 알고 가까이 가보면 영업 중이고, 손님을 받는 줄 알고 가보면 문을 닫은 가게였다. 터미널 주변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풍경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유통업계에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치고 나간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달 우유, 휴지 등 40대 품목 46개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4일에는 홈플러스가 매주 50개 핵심상품을 선정해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생필품 500여 품목에 대해 매주 목요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한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겠다는 게 업계의 명분이다. 하지만 수 많은 인터넷의 할인 플랫폼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저가 장담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마트 전단지 두세장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핫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햇반 개당 가격, 콜라 한캔 당 가격까지 세세하게 공유된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별로 발행하는 쿠폰, 2+1 행사 적용 가격 등 숨겨진 혜택을 적용해 최저가를 산출하는 반면 유통사들은
"정부 스스로 권한을 깎아먹는 설계다. 아니면 과거 정책을 '관치의 역사'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접한 자본시장업계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긴 단발'이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모순된 표현이라고 수근댄다. 일단 모태펀드는 '정부'가 돈을 모아 만들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조합에 출자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 정부 주도 정책 펀드다. 청년, 영화, 여성, 모험, 환경, 도시재생 등 특정 '정책 목적'이 반영된 출자 펀드가 있고 의무 투자비율도 있다. 금융위원회도 모태펀드와 비슷한 구조의 성장금융펀드를 만들고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투자한다.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모두 정부 출자금으로 정책 목적 달성을 유도하면서 실제 운용은 자본시장과 기술 혁신 논리를 따른다. 그래서 업계와 시장의 '마중물'로 불린다. 모태펀드란 말엔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