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1위일 것만 같던 금메달리스트가 점차 노쇠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걸 볼 때만큼 서운한 일은 없다. 조금씩 무너지는 우리나라 면세업을 볼 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아직 면세업은 여전히 한국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세계적 수준의 면세점들이 서비스, 상품 소싱 능력, 한류 등에 힘입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의 지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2020년부턴 중국 업체가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이어 2위에 롯데, 3위에 신라가 자리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금방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따이궁들과 국제·국내 관광객 등의 수요 덕에 아직 한국 면세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소싱해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서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은 40억4600만 유로(약 5조3570억원)로 전년의 48억2000만 유로(약 6조3820억원) 대비 쪼그라들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매출 39억6600만 유로(5조2520억원)로 전년의 42억4000만 유로(5조6140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반면 CDFG는 지난해 매출이 93억6900만 유로(약 12조7100억원)로 전년의 66억300만 유로(8조958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CDFG의 이 같은 폭발적 성장 뒤에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 지지가 있다. '면세굴기'를 위해 중국 최남단 하이난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며 쇼핑 한도를 수천만원으로 늘리는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이 뒤따른다.
반면 한국은 지원은커녕 밥 그릇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새 사업자 선정 공고도 이미 몇 달 전 떴어야 하지만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대립하며 입찰 공고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면세업체들은 입찰에 대비해 TF(태스크포스)를 꾸렸지만 세부 내용을 모르니 준비에 들어갈 수 없어 내내 눈치 싸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사업자 선정 방식에 공항공사와 관세청 간 갈등까지 겹치며 면세업체들의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중국 당국처럼 전폭적 지지는 어려워도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허가산업인 면세사업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고 한숨을 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