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에서 본 희망[기자수첩]

강원도 양구에서 본 희망[기자수첩]

이창명 기자
2022.08.30 05:50

지난달 처음 가본 강원도 양구의 모습에서 지방 소도시의 현실을 느끼고 돌아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의 좌석 수는 50개가 넘어보였는데 탑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5명 남짓에 불과했다. 버스노선의 존재가 고마웠다. 2시간30여분을 달리자 양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갔는데 'O기 동문, 사무관 승진'이란 큰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이 보였다.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이 독특한 촌스러움에서 이미 시간을 거스른 기분이 들었는데 터미널에 도착하자 정말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취재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터미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도심 터미널 주변 상가는 늘 활기가 넘치지만 이곳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음식점이 영업 중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문을 닫은 줄 알고 가까이 가보면 영업 중이고, 손님을 받는 줄 알고 가보면 문을 닫은 가게였다. 터미널 주변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풍경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그대로였다.

지방소멸이나 인구감소 얘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직접 확인한 현실은 더 심각했다. 특히 군부대가 많은 양구군은 군인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2019년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노도부대(2사단)가 해체된 후 소속 부대 군인과 군인 가족 등 2500여명이 양구군을 빠져나가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양구군의 출산율은 눈에 띈다. 지역 내 산부인과가 없어 먼 춘천까지 이동해 출산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지방자치단체와 군이 합심해 이뤄낸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52명을 기록했다. 도내 18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고, 전국 평균 0.81명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여기에 양구군 주민이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 산후조리원은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 정도 성과가 드라마틱한 인구증가로 이어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들이 저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 소멸을 극복하고 있는 성공 사례를 찾아보고,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설명하기 힘든 울림이 있다. 출산율과 관련한 온갖 부정적 전망 속에서 희망을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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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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