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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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가 2020년 3월 통과시킨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그 이후 택시기사들의 생활은 나아졌을까.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업계를 떠났고 시민들은 택시 대란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 호출 승차료까지 올라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택시 수요는 늘었지만 기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존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고민하지 않고 입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회가 신산업을 때려 막은 결과다. 이런 경험을 해놓고도 국회는 또다시 많은 국민들이 이용 중인 IT 서비스를 가로막으려는 시도에 나섰다. 이번에는 '직방 금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여야 의원 20여명이 동참한 법안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공인중개사들이 의무 가입하는 조항이 담겼다. 또 한공협을 법정 단체로 인정하고 한공협은 회원을 '지도·관리'하며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 가능하다. 회원이 공인중개
TV 프로그램에서 휴게소 음식들이 소개되면서 몇년 전부터 일부 휴게소들이 인기를 끌었다. 어디서는 '소떡소떡'을 꼭 먹어야 하고, 다른 데서는 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식의 필수 음식리스트도 생겼다. 외국인 사이에선 이색 관광코스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휴게소가 다시 주목을 받은 것도 음식 때문이다. 이유는 맛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국회의원들은 휴게소 관리·운영을 총괄하는 한국도로공사를 두고 밥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다그쳤다. 이용자들이 휴게소 음식값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휴게소 음식 가격은 다른 물가보다 가파르게 뛰었다.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4412원으로 1년 전(3907원)보다 12.9%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의 2배가 넘는다. 호두과자, 라면, 돈가스, 우동도 물가보다 더 올랐다. 휴게소 음식값이 비싼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지목된다. 하나는 높은 수수료율이다. 휴게소는 도로공사가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휴게소
"포켓몬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어디까지 가려는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포켓몬빵' 품절 대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많은 아이와 부모가 '띠부띠부씰'(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스티커)이 들어있는 포켓몬빵을 찾으러 다닌다. 그렇지만 편의점 등의 포켓몬빵 매대는 대부분이 텅 비어있다. 편의점당 발주 제한이 걸린 점도 그대로다. 이달 초순 SPC삼립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5일간 오전 11시에 포켓몬빵를 판매했는데 단 몇 분 만에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SPC삼립이 출시한 '포켓몬빵 할로윈 한정판'은 야광 띠부씰이 들어간 데다 제품 개수도 한정돼 이를 구하려는 부모들이 더 애를 태웠다.SPC삼립은 공지문을 통해 "현재 포켓몬빵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기 위해 관련 생산 설비를 24시간 내내 가동하고 있음에도 제품 구입을 원하시는 모든 분들께 원활히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한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시한다. 그렇다고 SPC
"오늘 개막식 안 여나요?" 국내 최대 전자·IT(정보통신) 전시회 한국전자전이 지난 4일 개막식 없이 막을 올렸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도 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각종 홍보물을 뒤져봤지만 개막식 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개막식은 특별한 대외 공지 없이 다음날인 5일 열렸다. 수소문해 본 결과 정부 측에서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고려해 일정을 미뤘다는 후문이다. 웃어넘기긴 어려웠다. 정부 수지타산에 전시회가 뒷전이 됐다. 산업부는 개막식이 열린 날에야 한국전자전을 소개하는 자료를 냈고, 한 발 늦은 발표에는 차관이 참석해 전자산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는 내용이 붙어있었다. 예상됐던 사고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부처는 물론 각종 기관과 협회, 언론 매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국전자전이 갖는 본질은 이미 퇴색됐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다. 신제품 출시와 동떨어진 시기에 행사가 열리
"현재 월 15조원 규모의 대출 신청이 있지만, 실제 대출은 월 200억원 정도만 나가고 있어 수요와 공급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업법) 시행 2주년 간담회에서 한 온투업체 CEO(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전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온투업법이 제정될 때만해도 환호했던 온투업계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02년 대부업 이후 20여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온투업체들은 연계투자 관련 규제가 하루 빨리 풀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투업법은 금융회사의 온투업체를 통한 연계투자 행위를 허용하면서도, 이 행위를 차입자에 대한 '대출'로 간주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자 보호를 위해 차입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온투업체로부터 차입자 정보를 받아볼 수 없어 연계투자를 할 수 없다. 온투업계는 금융당국에 유권 해석을 내려달라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어서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경제위기'라는 네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을 흔들었던 두 차례의 경제위기가 환율 급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것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급등을 위기의 전조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환율 급등이라는 현상은 외환위기 때와 같지만 그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려온 '달러 빚'을 갚지 못해 촉발됐다. 은행·기업들은 말 그대로 상환할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 놓였고 일부 기업들은 흑자부도를 냈다. 모자란 외환을 조달하기 위해 사람들은 외환시장으로 달려갔다. 그 결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반면 지금은 '킹달러'라 불리는 달러화의 급격한 몸값 상승 현상 때문에 환율이 뛰고 있다. 우리나라엔 달러화가 부족하지 않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5년물 한국 CDS(신용부도스와프)
우리 사회가 다시 둘로 쪼개진다. 진보 성향 단체가 이달 1일 서울 세종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자 보수단체는 이달 3일 수만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벼른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대 '자유통일과 주사파 척결을 위한 국민대회'다. 눈에 쌍심지를 켜며 상대에게 증오의 말을 주고 받았던 2019년 10월 서초동 집회 대 광화문 집회의 예고편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받는다. 이같은 우려는 '강 대 강'을 넘어선 정치권의 '적 대 적' 구도를 근거로 한다. 민주당은 일관되게 '3무(무능력, 무책임, 무대책) 정권' 공세를 펼치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각종 논란이 국민 정서를 자극하자 총공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방어선을 치는 한편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이 흘러나오자 "욕설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권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 대상이 야당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일찌감치 정기국회
"법안 보셨어요? 노동조합에만 특별하게 면죄부를 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재산권 문제도 있어 법무부도 반대할 텐데…"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노동조합(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오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두고 한 정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합법적인 노조의 쟁의행위는 이미 민·형사상 면책이 되는데, 불법 파업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받아드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그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사업장을 불법 점거하거나 공장 문을 닫아 사업에 차질을 주더라도 직접적인 폭력이 없다면 사업주가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를 돕기 위해 노란
"왜 저소득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실험 대상이 돼야 합니까" 최근 기자가 취재한 충남 아산시 소재 LH 임대아파트 단지의 '외벽 계단'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런 반응을 내놨다. 이 아파트 외벽 모양은 매우 독특하다. 복도식 건물 곳곳에 2~3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언뜻 보면 비상 대피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취재 결과 '특화 디자인'이었다. 쉽게 말해 "건물에 멋 좀 냈다"는 것이다. LH는 "입주민들의 원활한 소통을 고려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를 비롯해 여론은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떨어질 것 같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처음엔 이 구조물이 안전하다고 했던 LH도 결국 '보강 공사'를 결정했다. 주택 공기업이 독창적 디자인에 치중해 낭패를 본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기자가 취재한 서울 중랑구 신내4 공공주택지구 사업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최초
국회가 다음 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정권교체 이후 첫 국감으로 윤석열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국정 역시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국감 시작 전부터 국정보다는 정치 이슈에 골몰하는 '정쟁 국감', '맹탕 국감'이 될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 갈등이 국감장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정책을 외면한 채 국감을 통한 여론전 계산에만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김건희 국감'으로 치를 태세다. 지난 23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의혹과 관련해 임홍재 국민대학교 총장, 장윤금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사상 초유의 주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맞불을 놨다. 김 여사와 김씨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국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2차전지 대어가 등장했다. " 2차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업체 더블유씨피(WCP)의 상장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공모주 투자자들은 잠시 설렜다. 올해 주식시장의 핵심 주도업종인 2차전지 관련주가 공모 시장에 등장해서다. 상장 주관사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분석·제시한 더블유씨피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8만원~10만원이었다. 기준 시가총액은 2조7200억원~3조4000억원에 달했다. 하반기 신규 상장하는 공모기업 중 최대 규모다. 공모주 시장에서 "더블유씨피에서 수익을 못 내면 하반기 공모주 투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더블유씨피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참패했다. 공모가를 6만원으로 낮췄고 공모물량마저 줄였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 청약경쟁률은 7.25대 1로 부진했다. 대주주와 주관사 측은 시장 주도업종에 속한 2차전지 소재업종이라며 과욕을 부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시총이 4조4000억원에 불과한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 매출의 40%에 불과한 더
"지금 산업은 단거리 경주라 할 수 있다. 한번 시작이 늦어지면 결승선 도착까지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다른 경주가 펼쳐진다"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 3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오세천 공주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순환경제 구축'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는 시점이므로 이를 둘러싼 관점이나 정책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순환경제 구축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산업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단 조언을 내놨다. 지난 8월 다녀온 미국 뉴욕의 선셋파크 재활용시설(MRF)에서 천지개벽중인 해외 순환경제 산업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북미 현존 최대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이자 860만 뉴욕 시민들이 버린 모든 거주용 재활용 쓰레기가 처리되는 곳이었다. 하루 처리 능력만 1000여톤. 광학선별기, 자석 드럼, 로봇까지 다량 첨단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능력은 뉴욕시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