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송어도 아니고, 어찌 1980~1990년대 경찰로 회귀하란 말입니까?"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경찰국 신설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경찰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현직 경찰관이 실명으로 쓴 글이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추진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거론하며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표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찰 수장을 압박하는 글도 실명으로 올라왔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일련의 추진과정에서 14만 경찰관들은 내부의 자정능력과 비판능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경찰국 논란을 함께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 아직 살아있네~"라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들은 공개적인 비판으로 인해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자신들의 이름과 직을 걸고 자신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밝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같은 글들이 공론화되자 '복무규정 준수 강조 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18개 시·도경찰청에 내려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내부망 및 SNS 게시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상·하급자와 동료를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등 품위를 손상할 수 있는 행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청은 또 최근 한 차례 비슷한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지난 22일 전국 시도경찰청에 '을지연습 및 추석 연휴 전후 복무기강 확립 지시'와 함께 직원들에게 "SNS 등 활동 시에도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부적절한 표현에 유의하라"고 전달했다.
경찰청은 "공론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회적 논란 소지가 있는 표현 사용에 유의"하라고 당부하며 SNS 사용 원칙도 제시했다. 직장인이 익명으로 소속 회사에 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지목하며 "익명 앱이라 하더라도 게시물 등 '경찰청'이 나오는 만큼 표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도 했다. 익명게시판에 여과없이 현안에 대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경찰들에게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이런 지침이 건전한 '비판'과 조직발전을 위한 '건의'조차도 '비난'이나 '비방'으로 치부돼 금지대상이 될 수 있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 언로가 막힌 조직은 부패한다. 언로(言路)만 살아있다면 제아무리 '치안본부'가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경찰들이 우려하는 '부당한 통제'나 '부당한 수사지휘'를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