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현미'를 위한 놀랄 것 없는 변명

[기자수첩]'원현미'를 위한 놀랄 것 없는 변명

이민하 기자
2022.08.22 03:00

"원희룡이 아니라 원현미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방안인 '8.16 대책'이 나온 직후 생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별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며 부동산정책을 이끈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이름을 합친 것이다. 기대를 모으던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맹탕 대책'이라는 실망감을 비꼬아서 원현미라고 표현한 셈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스물여덟 번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론은 참담했다. 주택공급이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했을뿐더러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은 급등했다. 주거 불안정은 극에 달했다. 정부가 '극약 처방' 같은 대책들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더 출렁거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부동산 심판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장을 뒤엎을 만한 강력한 정책을 원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8.16 대책은 실망 그 자체였다.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에 '속았다'면서 분통을 터트릴 정도였다.

"알맹이가 없는 게 아니라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 정권과 달라진거예요." 최근에 만난 한 부동산전문가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 정부처럼 극약 처방이나 '깜짝 대책'을 기대하는 게 잘못된 학습효과라고 오히려 지적했다. 지난 정부가 겪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책 내용뿐 아니라 시장에 즉시 어떤 영향을 끼치려는 태도와도 관련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직접 만난 원 장관은 깜짝 대책은 이번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의 깜짝 대책이 반복될 때마다 시장불신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였다. 대신 시간을 들여 시장을 안정화하는 정공법을 택하겠다고 했다.

사실 8·16 대책인 정식 명칭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다. 당장 시장에 깜짝 충격을 줄 내용 대신 5년간 270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청사진이 담겼다. 중장기적인 방향 제시 후 사안별로 세부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한두 차례의 특단의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줄 것이라는 낡은 기대는 버릴 때가 됐다.

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이민하 기자 /사진=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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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서울시청 및 부동산 관계기관, 건설사를 출입합니다.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를 취재·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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