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아~잠깐만…아까 산업현장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법과 원칙만 갖고는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장. 윤석열 대통령은 회견을 종결하려는 강인선 대변인을 가로막으며 '노사 문제에서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 자칫 강대강 대결로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앞선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고요. 아울러 그런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 마련 역시도 정부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만 갖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답한 윤 대통령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 것이다.
26년간 검사 생활을 한 윤 대통령에게 '법과 원칙'은 신념이다.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 대한 답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보수단체 시위에도, 화물연대 파업에도,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에도 윤 대통령의 해법은 '법과 원칙'이었다. 법과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이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중층적 갈등이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통령실에 갈등을 풀어내는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되는 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답변을 보강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는 징조"라 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법과 원칙의 강조가 자칫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까 국민들 입장에서 다시 표현한 것"이라며 "전에 못 봤던 것들을 보게 되고, 전에 소홀히 했던 점들을 바로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시위에 대응해 경호구역을 확장했다. 주로 야당과 전 정부를 향해 칼날을 겨눴던 출근길 회견에서 발달장애인들, '수원 세 모녀 참사' 등 사회적 약자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 2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지만, 대통령이 민심을 두려워하는 건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이 법·원칙을 넘어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더욱 귀기울이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