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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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1위일 것만 같던 금메달리스트가 점차 노쇠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걸 볼 때만큼 서운한 일은 없다. 조금씩 무너지는 우리나라 면세업을 볼 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아직 면세업은 여전히 한국이 전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세계적 수준의 면세점들이 서비스, 상품 소싱 능력, 한류 등에 힘입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의 지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2020년부턴 중국 업체가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이어 2위에 롯데, 3위에 신라가 자리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금방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따이궁들과 국제·국내 관광객 등의 수요 덕에 아직 한국 면세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지방에 설립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죠" 수도권에 신규 연구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A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연구소를 지방에 설립하게 되면 초기비용을 아낄 수 있고 다양한 부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도시에서 사세를 키워온 B기업도 최근 수도권 신규 R&D 센터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B기업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 오히려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 비용부담까지 감내하면서 수도권을 고집하는 것은 인재유치 때문이다. 수소·이차전지 등이 주목받으면서 이공계 전문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전공자 증가폭은 이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다. 이공계 인재들은 연봉만큼이나 근무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 사업장·연구소에 배치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이천·오산 등이 이공계 취업시장의 속칭 '남방한계선'으로 꼽혔으나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점차 서울과 가까워지는 추세다. 기업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수도권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정말 급해서 50(만원) 급전 찾고 있습니다. 일용직 근무 중입니다. 상환 약속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온라인 대부중개 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의 내용이다. 이 사이트에는 지난 8월에만 1만8000여건의 문의가 올라왔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오는 문의 글은 대부분 5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이다. 여러 곳에서 이미 돈을 빌렸고, 대출한 대부업체에 돈을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리고 싶다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돌려막기다. 제도권 금융에서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 얘기다. 불법사금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급전은 대부분 이른바 '30-50', '50-80' 형식으로 등으로 불리는 '주변 대출'로 진행된다. 30만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50만원을 갚는 방식이다. 일주일 안에 갚지 못하면 연장비용이 10만원, 20만원 등으로 발생한다. 순식간에 갚아야 하는 금액은 원금의 2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30-50' 방식은 금액이 작아서 부담이 커 보이지 않지만 연 금리로 따지면
2021년7월자 '서울시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 공고'에는 최대1억5000만원이 주어지는 한옥 건축비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70개 넘는 항목이 열거돼 있다. 기와, 창호, 창틀, 대문, 중문, 용마루 등 기준이다. 이를 두고 건축 업계 일각에서는 "시대, 지역적 상황에 맞춰 우리 조상들이 다양하게 지어 왔던 한옥을 관(官)이 획일적으로 통일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초가집도 한옥" "한국인이 살면 한옥"이라는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해체하면 지원 대상을 특정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옥의 난제'를 떠올린 것은 문화재청·보그코리아의 '한복 화보' 속 옷차림 논란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성(性)별 한복 착용 규정 삭제, 남녀한복 교차 착용도 무료입장' 보도자료(2019년6월)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바지)를 기본으로 하며, 반드시 상·하의를 갖춰 입어야 한다". 얼핏 드레스처럼도 보이는 화보 속 모델의 옷을 시민이 입
지난달 처음 가본 강원도 양구의 모습에서 지방 소도시의 현실을 느끼고 돌아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의 좌석 수는 50개가 넘어보였는데 탑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5명 남짓에 불과했다. 버스노선의 존재가 고마웠다. 2시간30여분을 달리자 양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갔는데 'O기 동문, 사무관 승진'이란 큰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이 보였다.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이 독특한 촌스러움에서 이미 시간을 거스른 기분이 들었는데 터미널에 도착하자 정말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취재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터미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도심 터미널 주변 상가는 늘 활기가 넘치지만 이곳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음식점이 영업 중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문을 닫은 줄 알고 가까이 가보면 영업 중이고, 손님을 받는 줄 알고 가보면 문을 닫은 가게였다. 터미널 주변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풍경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유통업계에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치고 나간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달 우유, 휴지 등 40대 품목 46개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4일에는 홈플러스가 매주 50개 핵심상품을 선정해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생필품 500여 품목에 대해 매주 목요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한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겠다는 게 업계의 명분이다. 하지만 수 많은 인터넷의 할인 플랫폼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저가 장담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마트 전단지 두세장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핫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햇반 개당 가격, 콜라 한캔 당 가격까지 세세하게 공유된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별로 발행하는 쿠폰, 2+1 행사 적용 가격 등 숨겨진 혜택을 적용해 최저가를 산출하는 반면 유통사들은
"정부 스스로 권한을 깎아먹는 설계다. 아니면 과거 정책을 '관치의 역사'라고 자인하는 꼴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접한 자본시장업계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긴 단발'이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모순된 표현이라고 수근댄다. 일단 모태펀드는 '정부'가 돈을 모아 만들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조합에 출자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 정부 주도 정책 펀드다. 청년, 영화, 여성, 모험, 환경, 도시재생 등 특정 '정책 목적'이 반영된 출자 펀드가 있고 의무 투자비율도 있다. 금융위원회도 모태펀드와 비슷한 구조의 성장금융펀드를 만들고 한국성장금융을 통해 투자한다.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모두 정부 출자금으로 정책 목적 달성을 유도하면서 실제 운용은 자본시장과 기술 혁신 논리를 따른다. 그래서 업계와 시장의 '마중물'로 불린다. 모태펀드란 말엔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 방식으로 운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경찰이 송어도 아니고, 어찌 1980~1990년대 경찰로 회귀하란 말입니까?" 지난 6월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경찰국 신설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경찰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현직 경찰관이 실명으로 쓴 글이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추진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거론하며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표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찰 수장을 압박하는 글도 실명으로 올라왔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일련의 추진과정에서 14만 경찰관들은 내부의 자정능력과 비판능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경찰국 논란을 함께 취재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 아직 살아있네~"라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들은 공개적인 비판으로 인해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자신들의 이름과 직을 걸고 자신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밝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같은 글들이 공론화되자 '복무규정 준수 강조 지시'라는 제목의
"아~잠깐만…아까 산업현장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법과 원칙만 갖고는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장. 윤석열 대통령은 회견을 종결하려는 강인선 대변인을 가로막으며 '노사 문제에서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 자칫 강대강 대결로 갈 수 있지 않느냐'는 앞선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고요. 아울러 그런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 마련 역시도 정부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만 갖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답한 윤 대통령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 것이다. 26년간 검사 생활을 한 윤 대통령에게 '법과 원칙'은 신념이다.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이 되고서도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각종 질문에 대한 답으로
최근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1년 전 시드투자 이후 10명이 넘었던 직원 수를 5명까지 줄였다. CS(고객응대) 등 인력(人力)에 의존했던 업무를 자동화하고,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초기 멤버를 정리하는 등 생산성에 중심을 둔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쉽게 빠지는 착각 중 하나가 조직의 몸집을 키우면 사업도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영역을 새로 뽑은 사람을 통해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금껏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조직 규모를 키우면 잠깐은 효과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됐고, 조직의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 사례가 많았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현재 스타트업들은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올해 초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까지 스타트업 업계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면서 몸집
"원희룡이 아니라 원현미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방안인 '8.16 대책'이 나온 직후 생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별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며 부동산정책을 이끈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이름을 합친 것이다. 기대를 모으던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맹탕 대책'이라는 실망감을 비꼬아서 원현미라고 표현한 셈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스물여덟 번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론은 참담했다. 주택공급이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했을뿐더러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은 급등했다. 주거 불안정은 극에 달했다. 정부가 '극약 처방' 같은 대책들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은 더 출렁거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이 '부동산 심판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장을 뒤엎을 만한 강력한 정책을 원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8.1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와 옥상에서 사흘째 불법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기동대 병력을 배치해 공권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는다.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본사로 몰려가게 된 발단은 운임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공장인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이 지난해 12월부터 기름값 인상 등을 이유로 운임을 30% 올려 줄 것을 요구했다.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인 수양물류와 협상이 여의치 않자 이들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하이트진로에 대해 총파업, 점거농성 등으로 대응했다. 화물연대 자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화물차주가 성남까지(64㎞) 소주 2만3760병을 옮길 때 받는 운임는 지난 6월 기준 기름값 포함 10만6920원이다. 2009년 10만8096원보다 1.1% 낮다. 이 기간 리터당 경유값이 1300원대에서 2000원대가 됐으니 운임 인상 요구는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