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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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2월14일) SK텔레콤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확정했다. 지금에야 '신의 한수'로 회자되지만 당시 분위기는 싸늘했다. 시장에서는 시너지가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SK텔레콤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신용평가회사도 여럿 보였다. SK텔레콤 주가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3만원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부정적 여론 속에서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배경에는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현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 겸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꾸려진 TF(태스크포스)팀이 최 회장의 뚝심을 뒷받쳤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과 하이닉스를 연구해 임원진들을 적극 설득해 나갔다. 현재의 SK하이닉스는 10년 전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2011년 시가총액 13조원으로 국내 14위였던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
금융감독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서장의 80% 이상을 교체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올 들어 대외 메시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모펀드 해외투자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물적분할 제도 개선 " "스톡옵션 제도 손질" "핀테크 육성법 제정"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향 검토 어렵다" 등이 모두 정 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여야 대권 후보의 주요 공약도 있고,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처럼 사회 현안에 대한 즉답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심 불편하다. 금감원장이 할 수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감원장이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협의'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법 개정이나 제정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제도 개선 일부 사항은 금감원이 직접 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대부분은 금융위에 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위원장이 아닌 금감원장이 언론에 '단언' 하는 상황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는 금융위의 오랜 '선배'다 보니 짐짓 표정
사장이 현장 방문= '진두지휘', 기관 인사발령 = '전열을 정비', 계파 공천 배제='전멸' … 표면적으로는 군대 바깥이 더 '격전지'같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을 7차례 발사했던 지난달. 군 당국이 서욱 국방부 장관의 행적을 가리켜 썼던 표현은 '전열을 정비'나 '진두지휘'가 아니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 서 장관이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썼다. 세상의 이런 저런 사건을 군사활동에 비유하는 '전쟁터 화법' 이 오랜 세월 사회 각계각층에 클리셰(상투적 표현)로 자리 잡은 것과 대비된다. 어원이 군(軍)인 만큼 군 당국이 쓰면 비유로만 받아들 일 수 없으니 그럴 것이다. 육군 야전 부대에는 신호탄·조명탄이 있다. 군이 '신호탄 쏘고 배수의 진' 외치면, 국민은 '총동원령' 걸렸나 하고 놀랄 것이다. 비장미는 정치권에 흐른다. 포털의 옛날신문 라이브러리를 검색하면 백의종군이 정치가의 선언에서 나온 것은 1960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주택가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A씨의 죽음은 A씨가 몇 주째 보이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긴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는 동네 시장에서 근근이 일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제도를 비롯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지원은 스스로 거부했다. 이 때문에 A씨는 복지지원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A씨는 고독사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자체의 실태조사마저 거부하면서 고독사 모니터링 대상에서도 빠졌다. A씨와 같이 외로운 죽음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거부해 온 70대 독거노인이 숨진 지 열흘만에 발견됐다. 이같은 고독사는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같은달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된 30대 남성 A씨의 시신은 백골 상태였다. 이들은 모두 지자체 관리를 받지 않는
대선을 불과 29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혼전이 이어지면서 정계는 막판 집토끼 결집과 부동층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거대 담론이나 국정 비전 대신 '소확행'·'심쿵' 공약이 남발된 이번 선거에선 마이크로 공약마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후보 단일화와 네거티브 공세, TV 토론 등 막판 '게임 체인저'가 될 변수에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 간 여성 정책 관련 깊이 있는 공약 발표나 생산적 공방이 이뤄질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윤 후보는 지난달 '여성·청년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공약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앞서 윤 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원',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발표, 화제를 일으킨 것과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만큼 여성 정책이 논의에서 소외됐던 적이 없었다고 본다. 먼저 '이대남(2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집단적 목소리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7일 열린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총 71개 병원에 환자 9215명을 소개·유인·알선하고, 그 대가로 이 환자들이 지급한 진료비 12억9000만원의 13.6% 상당인 1억7000여만원을 수수료로 받은 혐의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의료시장의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홍 대표 측은 "업계 후발주자로서 선행업체를 참고해 서비스를 진행했고, 해당 업체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알고 즉시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판결로 돌아왔다. 홍 대표로선 억울할 수 있다. 2015~2018년 당시에는 이 같은 수수료 모델이 의료법에 저촉된다는 판례나 근거가
"각종 비용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는 물가 올랐다고 주세를 더 올리면서 가격 인상은 자제하라고 합니다. 업체 입장에서 불합리한 얘기예요." 연초부터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뛰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물가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CJ제일제당과 대상이 고추장·된장 등 장류 가격을 올렸고 파리바게뜨와 맘스터치, 커피빈코리아 등 프랜차이즈사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뚜레쥬르, 맥도날드, 폴바셋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는 등 물가 안정 조치에 힘쓸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생활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 주요 품목의 수급을 관리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 시기의 연기·분산 유도, 유통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세를 보면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2
"저는 법조인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올바른 작동을 위해 권력은 분산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찬희 차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2기 준법감시위원회 핵심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꼽았다. 과거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내던 때 검찰개혁 작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몽테스키외 삼권분립론이 원칙으로 자리잡은 국가 기관과 기업은 다르다. 권력 분산이라는 잣대를 우선해 기업 지배구조를 손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의 기본은 이윤 창출이다. 견제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다간 자칫 의사결정의 효율을 제한할 수 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때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되려 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지배구조가 기업 성과에 득이 되는지를 우선 따져야 한다. 다양한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새해 들어 국책은행 직원들의 분위기가 무겁다. 대선을 앞두고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이 또 튀어나온 탓이다. 그중 관심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으로 쏠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을 찾아 산은의 부산 이전을 콕 집어 약속하면서다. 야당 뿐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곳 전부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산은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공약을 내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총선 때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책은행 노사의 강력 반발에 청와대가 '산은, 기은 이전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진화하고 나서야 논란이 일단락됐다. 작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때는 야당이 나섰다.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아시아 미래금융도시'로 만들겠다며 "산은 등 정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대한 청년세대 정서는 열패감으로 요약된다. 태어나보니 스마트폰이 있었다는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경쟁에서 내심 우위를 확신하나 결과는 정반대다. 예부터 효율을 강조해온 조직 특유의 위계는 불합리를 떠나 불공정으로 본다. 경쟁의 기회조차 희박한데 '정년 연장'을 추진한다는 정부를 보며 "역시"라고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세대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없으나 민주당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청년들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 기성세대와 정치권의 86세대를 번갈아 바라보며 민주당과 멀어진다. 과거 80년대에 맹활약했던 학생운동 세대는 노무현 정부와 함께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이때를 기준으로 해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맞서면서 존재감을 높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워 한 차례 더 정권을 잡았다. 오늘날 86세대는 권력도 있고 경제력(부동산)도 갖춘 기득권으로 읽힌다. 대선 승리에 절박한 이재명 민주당 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은 깃발과 인파로 가득찼다. 공원 한켠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마주보고 담배를 피웠다. 어떤 이는 마스크를 벗고 군밤과 번데기를 먹었다. 스피커에선 '개혁', '불평등', '기득권', '투쟁' 등의 구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을 대표해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이 사회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1만5000여명이 모였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집회 장소는 집회 시각 2시간 전인 당일 정오에야 공개됐다. 그래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엄연한 불법집회였다.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가 불법집회에서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집회가 있고 열흘이 지난 26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력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이같은 대규모 불법 집회도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대형 집회는 항상 방역당국에는 골칫거리다
야당의 거센 반대 속에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21일 1주년을 맞았다. "주권자인 국민 앞에서 결코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던 김진욱 공수처장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 국내외 기자와 가족, 법학회 회원 등 300명 이상의 통신자료를 무차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며 사찰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 1년간 단 한 건도 직접 기소하지 못하면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와 수사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 처장은 출범 1주년 행사에서 "공직사회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견제에 대해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되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찰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처장의 다짐을 신뢰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아직까지도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단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필자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파악한 직후 이동통신사에 제출한 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해 달라고 공수처에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