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100만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행복한 고민부터 해보자. 가족과 외식을 하거나 마음 속에 담아뒀던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축할 수도 있고, 기부를 할 수도 있겠다. 행복한 상상을 하던 머릿속을 때리는 단어가 있으니 '세금'이다.
100만원씩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나눠준다고 하니 금액만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인구 50만명 경북 포항시 내년 예산이 3조원 정도라고 하니 엄청난 규모다. 명분은 코로나19(COVID-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방역지원금'이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재난지원금과 같다.
세금으로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이는 데,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세금을 남발하는 데 오히려 반감이 컸다. 자영업자들은 선심성 지원으로 나라 곳간을 축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자영업자는 "징징대기 전에 한 푼 쥐어준 셈"이라고 쏘아붙였다.
피 같은 세금을 쓰는 만큼 실효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무분별하게 수차례 지원이 이뤄지다보니 자영업자는 '맨날 돈 달라는 사람'처럼 비춰진다. 적절한 손실보상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자영업자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으로 손실보상이 지급됐지만 50% 가량이 100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에겐 행복한 상상은 사치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와중에 다른 곳에 쓸 여유는 없다. 물가는 치솟는데 방역기준까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니 주머니 사정은 최악이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벌금에 영업정지까지 당한다.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방역공백이 발생하면 자영업자 책임으로 돌린다.
선심성 지원으로 세금 3조원을 뿌리지 말고 법에 따라 적절한 손실보상을 달라는 얘기다. 그럼 시간을 3개 월 전으로 돌려보자. 생활고를 겪던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근조 대한민국 소상공인·자영업자'란 팻말이 걸렸다.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선택을 반복하진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