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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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사상 첫 호남 출신 회장을 선출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거가 끝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당선인에 맞춰지는 게 당연지사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낙선한 한 후보의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사람은 나이가 50살이 넘고, 또 60살이 넘으면 살아온 길이 살아갈 길을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으면서, 앞으로 달라지겠다고 하는 말이… "(이하 생략) 비록 7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간결하고, 깊이있는 그의 소견발표는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살아온 길' 그리고 '살아갈 길'…. 이처럼 '길'이란 단어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 모두를 되돌아 보게 하는 '함의(含意)'가 그 안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백신총리'를 선언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취임 직후 '메르스 총리' '안전총리' 등으로 생활밀착형 행보를 이어온 황 총리는 얼마
1월1일 "새해 대박나세요" , "번창하세요" 라는 인사말을 하기가 민망했다. 직장인이라면 잘리지말고 버티기를, 취업준비생이라면 어디든 취업하기를, 자영업자라면 그저 임대료라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건강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486세대 끄트머리인 나는 근래의 모습이 매우 낯설다. 10년 뒤면 이러이러한 성공을 하고, 몇평의 아파트로 옮기고, 우리나라도 더 잘살고 각종 환경이 선진적으로 변할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40여년을 살아왔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동력이었다. 지금은 희망을 접고, 꿈은 버리고 살아나가야 한다. '기대감소의 시대'만이 우리를 기다릴뿐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고, 자식은 나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 자녀들 삶의 질에 대해 현재 자신과 비교할 때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좋아질 것이다'는 답변이 33%였고, '나빠질 것이다'는 답변은 27.2%로 나타났다. 장기침체에 빠진
이수역 14번 출구를 나와 골목길에 들어서면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대로변의 삭막함과 번잡함은 순간 사라지고, 살갑고 정겨운 시장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남성시장이다. 8년 전 결혼을 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신혼집이 남성시장 뒤편에 있는 전세 아파트였다. 있는돈 없는돈 긁어모아도 턱없이 부족한 재정상태로 인해 주말마다 발품을 팔아 겨우 찾아낸 곳이었다. 결혼 전에 품었던 넓고 화려한 러브하우스에 대한 로망은 18평 비좁은 아파트라는 냉엄한 현실 앞에 무너졌다. 곧 죽어도 ‘지하철역 도보 3분거리’의 요지에 살겠다던 자존심도 ‘언덕길을 뛰어서 3분거리(단 우샤인 볼트의 스피드로)’ 혹은 ‘마을버스 왕복’ 앞에 내려놓아야했다. 하지만 그 신혼집은 이같은 현실의 좌절감을 상쇄하고도 한참 남을 한 가지의 지정학적 장점을 갖추고 있었으니 바로 출퇴근길에 통과해야하는 전통시장의 존재였다. 낮동안 숨죽이고 있던 시장은 저녁 퇴근시간 무렵부터 서서히
‘명불허전’이란 말은 중국의 맹상군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중국 전국시대 인물인 맹상군은 인재와 식객을 후하게 대접하기로 유명하다. 역사가 사마천이 그가 살았던 고장을 둘러본 후 쓴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 맹상군이 살았던 시기는 많은 나라가 세력을 다투던 때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유력한 인사의 집에 몸을 의탁하고 등용될 기회를 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맹상군의 집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재가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가 인재를 곁에 두는 것을 중시해 손님을 대접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맹산군은 여러 나라의 재상으로 이름을 날렸다. 처음에는 진나라의 재상으로 등용됐다가 다시 제나라에서 일했고 그 다음에는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재산과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 때마다 그동안 거뒀던 식객들의 도움으로 극복해냈다. 전 세계의 기술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사장은 끝내 야반도주했다. 4000여명 직원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1주일이 넘도록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직원들은 3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했고, 그들의 삶에서 가장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롱핑서로에 위치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중티엔신전자 사장이 회사 경영을 포기하고 야반도주해 중국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4000여명의 직원들을 하루 아침에 배신한 사장의 몰염치만 도마에 오른 것이 아니다. 겉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중견기업 사장의 야반도주는 중국 제조업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중티엔신전자가 어떤 회사인가? 선전시 북동부의 산업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이 기업은 공장 부지만 3만㎡가 넘고, 고정자산만 2억 위안(358억원)에 달한다. 2009년 모기업에서 분사한 이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회사도 고속 성장의 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듯 했다. 지난해 매출은 16억 위안(2864
올해는 젊은 창업자 이야기를 어느 해보다 많이 접했다. IT 중심에 모바일이 서고, 스마트폰 생태계를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그들은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로 사업모델을 만든다. 달라진 기운이 느껴진다. 시쳇말로 어깨에 힘 뺀 즐거움, 일종의 놀이 같은 분위기도 읽힌다. 40, 50대 창업가가 보이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라거나 “아,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절박함과는 다르다. 최근 만난 4명의 20대 CEO가 그랬다. 공교롭게 세 명이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했다. 그중 K대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여성 CEO는 이제 스물일곱이지만 회사 운영 5년 차로 접어든다. 모바일 앱에서 광고를 보면 포인트를 주고, 그 포인트로 프린트를 공짜로 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을 구상했다. ‘대학생 중 이 서비스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 젊은 CEO는 전국 150여개 대학과 업무협력을 맺었다. 유명 벤처로부터 투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나는 ‘앞으로 일본의 장래가 밝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상점에 손님이 적고 고령인구 비중이 높다는 등의 이유에서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일본 도쿄의 빌딩마다 설치돼 있는 회전문이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 회전문에는 어김없이 ‘당분간 이 문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문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바로 전날 한 아이가 회전문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생각지 못한 뜻밖의 사고여서 사람들의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이렇게 사고가 났으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는 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모든 빌딩들이 일단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사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국가의 수도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잘 이용하던 다른 문까지 금지시키는 시스템
무심코라도 달을 바라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추석이었는지, 아니면 더 멀어진 정월대보름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해 이맘 때였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어요. 아무리 되짚어 봐도, 올해는 고사하고 지난 몇 해 동안 ‘진심’으로 달을 본 적은 없었네요. 이런…그러네요, 그랬어요. 왜, 왜 어두운 밤을 비추던 그 달을 잊고 있었을까요. 고개를 들면 늘 거기에 있었던, 거기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러니 잊혔던 존재. 먹고 살기 바빠 살펴 볼 여유조차 없었다고 위안을 삼는 그런 존재. 달이었어요, 그건. 진정으로 소중한 건 잊고 살기 마련인가 봐요. 사랑이 그렇지 않습니까. 받는 게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잊는 것. 자유도 그렇고, 공기도 그렇고, 당신도 그래요. 아, 당신은 갑자기 왠 시답잖은 ‘달타령’이냐고 눈 흘기며 타박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그리도 한가하냐며 핀잔을 주실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렇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뭘 한다 한들 시더운 일이 무엇이
중국이라는 대륙을 통치하는 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인구 14억명, 한국 영토의 100배에 달한다는 숫자가 일단 벅차다. 여기에 한족 외 5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이 31개 성·시·자치구에 나뉘어 다른 음식과 다른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중국에 살면서 이 '중국'이라는 큰 배가 깜박하면 산으로 갈 수 있겠다 싶은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은 어느새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나아갔다. 여기에는 '의법치국(법에 따른 국가통치)'과 '반부패'라는 강력한 통치이념이 한 몫 했다고 본다. 특히 부패 권력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기율위가 순시에 나서는 순간 서슬 퍼런 부패 권력은 꼬리를 내려야 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쉬차이허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물론 최근 쑤수린 푸젠성장에 이르기까지 기율위는 한계가 없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청년 세대들에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도입부에 스쳐가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1988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이날의 주인공은 노태우대통령이었다. 석달전 치러진 대선에서 2, 3위를 한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그 자리에 없었다. 차마 그 자리에 설 염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70~80년대를 거쳐온 사람들의 삶에는 화면 속 노태우 보다는 화면 바깥의 YS와 DJ가 흑백사진 배경처럼 늘 자리 잡고 있었다. 36.6%의 지지율을 얻은 노태우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쓰라렸다. '후보단일화'를 놓고 서로 YS냐 DJ냐를 다투며 그들의 이름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은 YS와 DJ가 그렇게 미울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테러를 당하고, 국회의원직을 빼앗기고,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해가며 대통령 직선제로 대표되는 이른바 '87년 체제'를 만들어냈지만, 그 결과물을 허무하게 '독재
“다른 날도 아니고 회사창립 기념행사를 한 날이니 허탈하고 충격일 수밖에요.” 지역 예선을 거친 탁구대회에 조별 행사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던 날이니 CJ헬로비전 직원들에게 날아든 인수합병(M&A) 소식은 마른하늘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내년 4월이면 가입자 700만여 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인 KT 뒤를 바짝 쫓는 대형 유료방송사 탄생이 예고돼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료 인상 압박에 통신방송 결합상품을 앞세운 통신사의 공격적 영업까지 사업 환경이 쉽지 않다. 그래도 케이블TV 방송 시장 1위 사업자다. 2014년 기준 가입자 수나 영업이익 면에서 CJ헬로비전은 SK브로드밴드보다 월등히 앞선다. 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일정 수긍 간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지금 느끼는 CJ헬로비전 직원들의 상실감은 회사가 인수 주체가 될 수 있는 조
“다 어렵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매년 올해 감기가 제일 지독하고, 올해 경기가 제일 좋지 않다는 말을 한 번도 안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죽었나요? 안 죽었잖아. ” 영화 ‘베테랑’에서 밀린 임금 420만원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한 화물기사(전웅인 분)에게 재벌가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빈정거리며 내뱉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기업들은 경기가 늘 어렵고 ‘위기’ 상황이라고 말해왔다. 아마도 70~80년대 고도 성장세가 꺾이고,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재앙인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연거푸 겪으면서 ‘위기’란 말이 자연스레 기업에 체화된 듯 싶다. IMF 땐 삼성그룹마저 위태로웠다. 1997년말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한 외화부채를 망라해 차입금이 13조원에 달했다. 환평가 손실, 해외사업 손실 등으로 전체 부실이 6조원을 기록했고, 자본은 거의 잠식상태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대로 두면 2~3년 내 회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