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2016년 4월의 '오만과 편견'

[광화문]2016년 4월의 '오만과 편견'

서정아 정치부장
2016.04.15 05:50

[the300]

#오만

“쪽팔려서 투표하러 가기도 싫어요”

새누리당만 찍어온 한 50대가 한 달 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에도 새누리당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화가 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유권자를 대놓고 무시한채 자기 사람을 내리꽂는 공천, 권력을 등에 업은 욕설파동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새누리 지지자라고 말하기가 "진짜 쪽팔린다" 고 했다.

이같은 정서는 사실 선거기간 내내 감지됐다. 새누리당 서울 강남권에서 경선을 펼친 한 친박계 의원은 화난 지역구민들을 감안해 ‘친박’같은 표현을 홍보물에서 모두 삭제했다. 그럼에도 경선에서 떨어졌다. 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강남에서도 최고 부촌이었다.

새누리당을 향한 분노는 쉽게 식지 않았고, 선거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번엔 다르다’고 느낀 당 지도부들은 “한번만 더 도와달라”머 머리를 조아렸다.이정도면 다시 투표장을 나와줄거야라고 계산했던 그 ‘오만’은 통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가짜 야당이 아니라, 진짜 야당을 뽑아 달라”(김종인), “국민의당을 찍는건 새누리당을 돕는 것”(문재인)

선거 막바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들은 ‘3번은 사표’라는 구호를 외치고 다녔다. 더민주 지도부와 소위 진보 유명인사들은 ‘제3당은 망하게 돼있다, 3당은 결국 여당이나 야당에 흡수된다’는 논리를 거리에서, SNS에서 강조했다. 정치현실을 모르고 회색분자처럼 3당을 지지하는 무지몽매한 국민을 깨우쳐주겠다는 태도였다. 결과는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이 26.7%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25.5%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

#편견

선거구도상 야권분열로 야당에 불리하다는건 상식과도 같았다. 유권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이 공식을 ‘1+1=2’처럼 받아들인다. 내가 첫 선거를 치른 1987년 대선때부터 ‘야권단일’ 은 금과옥조같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제1야당만큼이나 강력한 야당이 등장했고, 이들이 연대나 단일화를 끝내 이루지 않자 여기저기서 완전한 패배라며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수십년 근거지인 호남에서 국민의 당에 몰표를 주었다. 그럼에도 여소야대 정국이 16년만에 형성됐다.

영남 일부 지역 여론조사에서 선거기간 내내 야당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다들 반신반의했다. ‘여론조사와 본 투표는 다르다’ ‘투표장 가면 그래도 1번 찍는다’ 는 게 외부인들의 시선이었다. 대구 수성갑 유권자들은 압도적 차이로 세번째 도전한 김부겸의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4·13 선거결과는 고정관념과 낡은 도그마를 벗어났다. “민심이 이토록 무서운 줄 몰랐다”는 말들이 나온다. 아니다. 정치인과 정치에 훈수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만 몰랐을 수 있다. 그들은 민심에 다가가려 한것이 아니라, 민심을 표계산에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명구절을 다시 곱씹어본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사람이 나를 사랑할수 없게 만든다’(Prejudice disables me from falling in love with others, and pride shuns others away from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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