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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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일까.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느냐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정도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겠다. 수요가 많은 직업에 점수를 줄 수도 있고, ‘적성에 잘 맞고 좋아하는 직업이 최고’라는 교과서 같은 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기호나 가치관에 따라 직업을 택하는 기준은 다르게 마련이어서 좋은 직업에 대한 모범답안은 영원히 만들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환경 변화에 따라 직업에도 흥망성쇠가 있고 사람들의 진로나 선호도 역시 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음악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베토벤도 지금 이 세상에 있다면 작곡가가 아닌 애플뮤직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체의 대표가 됐을지 모른다. 개인의 소질이나 재능이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현시키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과연 어떤 직업이 각광받을 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개인
한 학년에 기껏 두 반밖에 없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 장사하느라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아홉 살 터울 누나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 부모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새 옷을 입은 여덟 살 꼬마들의 표정은 모두 씩씩했다. '형이나 누나처럼 이제 나도 학교에 다닌다'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가슴 한 편엔 콧물을 닦을 커다란 손수건이 마치 계급장처럼 달려있었다. 벌써 35년 전의 기억이다. 당시 정식 교육과정의 출발점은 한글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기역" "니은"을 큰 소리로 외치며 한글 자음과 모음을 외운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받아쓰기를 틀려 누나에게 꿀밤을 맞고 왠지 모를 억울함에 울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 전 아내가 불쑥 다섯 살 둘째아이의 한글교육을 '당분간' 끊어야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놀기 좋아하는 둘째가 한글을 배우는데 그다지 흥미가 없는데다 '교육'보다 '수익'에만 관심 있어 보이는 해당 사교육업체의 운영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학년에 기껏 두 반밖에 없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 장사하느라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아홉 살 터울 누나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 부모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새 옷을 입은 여덟 살 꼬마들의 표정은 모두들 씩씩했다. ‘형이나 누나처럼 이제 나도 학교에 다닌다“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가슴 한 편엔 콧물을 닦을 커다란 손수건이 마치 계급장처럼 달려있었다. 벌써 35년 전의 기억이다. 당시 정식 교육과정의 출발점은 한글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기억’, ‘니은’을 큰 소리로 외치며 한글 자음과 모음을 외우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받아쓰기를 틀려, 누나에게 꿀밤을 맞고 왠지 모를 억울함에 울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전 아내가 불쑥 다섯 살 둘째 아이의 한글교육을 ‘당분간’ 끊어야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놀기 좋아하는 둘째가 한글을 배우는데 그닥 흥미가 없는데다 ‘교육’보다는 ‘수익’에만 관심있어 보이는 해당 사교육업체 운영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
회사 화장실에 메모 한장이 붙어 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붙인 것인데 “커피컵은 바깥 통에 따로 버려주세요^^”라는 메모다. 조금은 비뚠 손글씨에 ‘^^’(웃음) 이모티콘이 수줍게 붙어있다. 이걸 볼 때마다 엷은 미소가 번진다. 매번 휴지통에서 쏟아지는 종이컵을 빼놓기가 번거로웠을텐데, 그 의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을 모습이 그려져서다. ‘버리지 마시오’라는 명령어를 쓰기는 그렇고, 부드럽게 말하자니 것도 어려워서 젊은이들이 잘 쓰는 웃음 이모티콘을 쓰신 것 같다. 나는 요즘 별로 감동받는 일이 없다. 이념이나 자기만의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지친다. 목소리가 큰 사람일수록 일상에서 보여준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자기 일을 정성스레 하는 직업인들을 보면 한없이 즐거워진다. 대단한 사명감이 아니더라도 ‘내 일’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들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 ‘소수의견’에서 주인공인 변호사는 여기저기 유명 로펌에 원서를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그것은 ‘몰상식’이고, ‘비정상’이며, ‘부조리’라는 이름의 사악한 유령이다. 그것은 상식적인 것이 아니고, 정상적인 일도 아니며, 합리적인 짓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보복운전이 될 수도 있고, 국가정보원의 일탈이 될 수도 있으며, 선생을 때리는 학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일 수 있고, 북한의 3대 세습일 수 있으며, 여당 원내대표의 사퇴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광기’라는 촉매제에 힘입어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10여년전 한 앵커가 즐겨 쓰던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이제 눈만 뜨면 벌어지는 세상이 됐다. 가령 일간베스트(일베)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보자. 그곳에 서식하는 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다른 이에게 전염시키기 위해 악에 받친 듯 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인증 샷을 찍는 ‘놀이’를 하는 식이다. 불
중국 동부 저장성의 항구도시 광저우 도심 쎈다이중신빌딩에는 지난달 아주 특이한 편의점이 하나 문 열었다. 중국 현지 유통업체인 화룬완자가 운영하는 '반고(vango) 편의점'으로 겉에서 보면 여느 편의점과 똑같다. 비밀은 편의점 속으로 들어가야 알 수 있다. 이곳엔 점장도 점원도 없다. 무인 편의점이다. 이곳을 찾은 모든 손님들은 10위안(1800원)어치를 사든지, 1000위안(18만원) 어치를 사든지 자기 스스로 알아서 계산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돈을 내거나, 아예 돈을 내지 않고 물건만 들고 가는 것도 자유다. CCTV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된다. 편의점 사업의 핵심이 결국 인건비 장사라는 것을 간파한 화룬완자는 이 무인 편의점을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 중국 증시의 위협적인 폭락장은 이 무인 편의점과 묘하게 닮은꼴이다. 손님들의 탐욕이 은연중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바로 그렇다. 중국 증시는 특유의 신용거래 제도
'론스타와 엘리엇'.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외국계 펀드들이다. 이젠 잊고 싶을 정도로 지겨운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돌이켜 보면 외환위기 후 외국계 펀드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정부와 기업이 외국계 펀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은 10년 전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인 2005년4월. 기자는 후배 기자들과 함께 '국세청,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 전격 세무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당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 보도는 외환위기 후 한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외국계 자본 문제를 이슈화해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10년이나 지난 기사를 다시 꺼낸 것은 특종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SBS가 신발사업을 한다. 한때 일요 예능프로그램의 지존이기도 했던 ‘런닝맨’. 그 ‘런닝맨 브랜드’ 운동화 출시다. 런닝맨은 특정 공간에서 출연진이 ‘달리면서’ 각종 게임을 하는 내용이다. ‘동물 캐릭터’로 비교되는 고정 출연진이 있다. 능력자 김종국은 호랑이, 배신자 이광수는 기린, 에이스 송지효는 강아지 같은 식이다. 이들은 중국 등 아시아에서 ‘한류 스타’로 통한다. SBS는 이들의 얼굴이나 동물 캐릭터를 ‘런닝맨화’에 반영한다. 이르면 10월쯤 볼 수 있다. 신발은 베트남 지역 등지에서 OEM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신발은 패션이다. SBS는 선진국 기준 1인당 평균 신발 보유 숫자가 통상 6~7켤레까지 증가한다는 통계에 주목했다. “운동화 하나쯤 더 필요해”는 이상한 소비심리가 아니다. SBS는 프로그램을 브랜드화하고, 한류 스타를 연결해 진짜 ‘신발’을 만들어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해보자는 ‘기획’을 한 거다. SBS의 신발 사업은 신선하다. 그리고 이해된다. 찬밥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게 우리나라의 교육열이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서라면 농사짓는 데 필요한 소까지 망설이지 않고 팔았다. 대학이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다. 소를 팔아도 모든 자식들을 다 가르칠 수는 없는 형편이니 부모들은 장남이나 자식중 제일 똘똘한 아이를 뒷바라지하기로 한다. 그 아이가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할 때쯤이 되면 나머지 자식들의 밥벌이는 자연 그 아이의 책임이 됐다. 하나라도 성공시켜 나머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교육의 선택과 집중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우리 대기업의 성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열사 중 잘되는 기업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기업과 관련한 기업을 직접 키우거나 인수 합병해 수직 계열화했다. 부품이나 원료를 판매하는 기업은 물론, 상품을 유통하고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까지 성공한 자식에게 다른 자식을 부탁하듯 관련 회사를 만들었다. 이들 기업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성적이 좋은 형님기업 덕분
전영록의 모친 백설희가 부르고 한영애 심수봉 조용필 장사익까지 리메이크했던 '봄날은 간다'는 올봄 여의도 최고 화제곡이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의 위기감이 깊어가던 4월초 정두언 새누리당의원이 쇄신파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먼저 목청 높여 한가락을 뽑았다. 이대로 가면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정치권 격언이 그대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한달 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회의에서 '정청래 공갈발언'으로 싸움판이 벌어진 상태에서 울려 퍼진 '봄날~'은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봄날은 간다'는 원래는 지키지 않을 약속만 던지고 떠나간 못된 남자 놈에 대한 회한을 담은 '연애가'이지만, 뜨거운 여름이 온 걸 모르고 있다간 진땀쏟고 탈진할 지경에 이를 거라는 '계송'으로 더 제격이다. 가 버린 봄날을 아쉬워해야 하는, 그래서 빨리 계절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사람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부친을 통해 '정치
"윙… 윙…윙…" 지난 6일 오전.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음이 모처럼 맞은 토요일 휴일 평안을 깨뜨렸다. "이 사람들 진짜…" 몇 분 간격으로 3차례나 반복된 문자 내용을 확인하고 화가 벌컥 났다. '긴급재난문자'라는 제목으로 국민안전처가 보낸 메시지는 메르스 예방수칙이라며 '1. 자주 손 씻기 2. 기침·재채기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호흡기 중상자 접촉 피하기'를 권했다. 뒷북도 정도껏이지, 지난달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17일 만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다니. 메르스 발생 직후 '낙타와 접촉하지 말고,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던 보건복지부 권고만큼이나 황당한 내용이다. 국민안전처라는 조직이 생소해 찾아보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 재난 발생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설치한 장관급 조직이란다. 국가적 재난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만든 기관에서 기껏 하는 일이 정부 예산으로 상식 수준 내용을 '긴급
지난해 중국에서 5억2000만 위안(937억원)의 박스오피스를 올리며 그해 영화 흥행 순위 톱 5위에 든 ‘통쭈어더니(짝궁이었던 너)’를 보면 한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뒤로 자빠질 만한 장면이 나온다. 중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자주인공 저우둥위가 사스 의심환자로 격리된 남자 친구의 병동(3층)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함께 탈출하는 장면이다. 유리창을 깨부수고 들어온 저우둥위에게 남자 친구가 맨 처음 해준 행동은 마스크를 씌워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격리병동을 탈출한다. 젊은 사랑을 그린 청춘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 장면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우리는 2003년 당시 중국 보건당국이 사스 의심 환자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격리했는지 잘 엿볼 수 있다. 그 사스의 경험이 약이 됐는지 메르스 초기 대응도 중국은 한국보다 확실하게 다른 측면이 있다. 한국인 메르스 의심 환자 김 모 씨가 지난달 27일 홍콩을 거쳐 후이저우시로 출장을 오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