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론스타와 엘리엇' 10년前 기사를 꺼내며…

[광화문]'론스타와 엘리엇' 10년前 기사를 꺼내며…

채원배 부장
2015.07.09 14:40

'론스타와 엘리엇'.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외국계 펀드들이다.

이젠 잊고 싶을 정도로 지겨운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뉴스의 전면에 등장했다.

돌이켜 보면 외환위기 후 외국계 펀드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 정부와 기업이 외국계 펀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은 10년 전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인 2005년4월. 기자는 후배 기자들과 함께 '국세청, 론스타 등 외국계펀드 전격 세무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당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 보도는 외환위기 후 한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외국계 자본 문제를 이슈화해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10년이나 지난 기사를 다시 꺼낸 것은 특종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당시 론스타에 대한 세무조사는 외국 자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조세주권이 살아있음을 대내외에 밝힌 것이었다. 외국계 자본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세무조사 뿐 아니라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포이즌필(독약처방)과 차등 의결권 등 M&A(인수·합병) 방어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국계펀드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세무조사와 과세'에서 한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2003년 SK-소버린 사태에 이어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경영권 위협 사태가 벌어졌지만 정부는 "M&A 방어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금융정책당국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은 정례브리핑에서 "2004년 국회에서 장기간 심도 있는 논의 끝에 M&A 공격자와 방어자간 균형, 글로벌스탠더드 등 두가지 관점에서 방어수단 등을 법제화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투기 자본의 문제는 지속됐고 정부는 2009년 12월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2010년 3월 상법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 개정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과도한 경영권 방어제도"라는 비판 속에 폐기됐다.

정치권과 정부가 지난 10여년동안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외국계 투기 자본에 만만한 먹잇감이 됐고, 결국 재계 1위 삼성마저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 엘리엇사태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에 나설 뜻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경영권 보호장치가 자칫 외국 자본 차별과 대기업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국계 펀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를 비롯한 한국 언론이 외국계 펀드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본다"며 "외국계 펀드들이 한국 금융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계 펀드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자본은 약탈적 투기꾼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의 마당에서 함께 호흡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계 펀드에 대한 과세와 경영권 보호장치는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다.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적대적 M&A에 맞서 회사 이사회가 포이즌필 도입을 결정했다"는 뉴스가 수시로 나온다.

경영권 보호장치,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검토가 아닌 바로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