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총 194 건
"경찰이 밤새 뒤쫓지 않으면 '연중무휴' 범죄자를 잡을 수 없잖아요."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1팀장 윤희동 경감(48)은 13년차 '연중무휴' 베테랑 수사관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을 때조차 매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수사에 집중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복권에 당첨시켜주겠다'며 120억원대를 뜯어낸 사기단을 검거할 때도 윤 경감의 열정이 빛을 발했다. 그는 6개월이 넘는 끈질긴 수사 끝에 사기단 간부 18명을 검거하고 13억원을 추징 보전했다. 윤 경감은 "2주 정도 입원했을 때도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수사했다"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자가격리 기간에도 범인을 추적했다"고 했다. ━"전자복권 당첨시켜주겠다"는 말에 돈 보낸 피해자들…입금하면 연락 끊었다━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피해자를 끌어들인 이 사건에는 어머니 수술비를 투자한 사람부터 대출을 받아 2억원 넘
"무슨 낯으로 가족을 봅니까 제가. 진짜 죽고 싶습니다." 지난 2월 밤 늦은 시간 술에 취해 전남훈 경기남부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장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몸캠피싱' 피해자 A씨였다. 그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말을 걸어 온 여성 프로필의 신원 미상자와 영상통화를 했다. 이후 "돈을 보내지 않으면 얼굴과 몸이 드러난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피해자가 돈을 보냈지만 요구는 계속됐고, '몸캠' 영상은 피해자의 며느리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뿌려졌다. 전 팀장은 이미 1년 가까이 '몸캠피싱' 조직을 쫓고 있었다. 랜덤채팅이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여성으로 위장한 사기 조직원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다. 이들은 친밀감을 높인 뒤 서로 영상통화를 하자고 요구한다. 피해자가 영상통화에 응하면 이모습을 촬영한다. 이 때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파일을 하나 보내는데, 이걸 무심코 누르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있는 연락처가 모두 사기조직에게 넘어간
#지난 2월 전국 무인 점포 23곳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인 30대 남성 A씨는 충남, 경북, 경기, 서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무인점포에서 현금을 훔쳤다. 손님이 적은 심야시간을 노려 갈고리 모양의 쇠지렛대로 현금교환기를 열었다. 훔친 현금은 148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옷을 여러 번 갈아입었다. 택시를 타고 CCTV(폐쇄회로TV)가 없는 논밭에 내리는 등 경찰 추적을 치밀하게 따돌렸다. A씨를 검거한 건 25년간 강력·마약 사건 등을 수사해온 안송규 경기 평택경찰서 강력팀장(53)이다. 안 팀장은 지난 3월4일 추격전 끝에 A씨를 붙잡았다. 안 팀장은 "A씨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쫓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숙박업소, 매장 등 수십 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벙거지 모자쓰고 검은 봉지에 현금 쓸어담아…옷 갈아입으며 추적 따돌려━ 안 팀장이 근무하는 평택서에 무인점포 도난이 발생했다는 신고 접수
#2008년 제 2금융권인 한 은행 전산망에 해커가 침입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의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일명 '랜섬노트'를 발견했다. 은행의 대출자 신원 등 관련 데이터를 전부 암호화했으니, 이를 해제하려면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를 지급하라는 해커의 전언이 담긴 파일이었다. 지금은 랜섬웨어가 창궐하지만 당시에는 그 단어조차 생소했다. 2001년부터 20년동안 사이버테러수사 외길을 밟아온 이병길 경감도 이때 처음으로 랜섬웨어 사건을 접했다. 랜섬웨어는 몸값(랜섬)과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이를 인질 삼아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경감은 은행 컴퓨터에 누가 어디서 접속했는지 추적부터 나섰다. IP 주소 추적 등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니 해커의 접속 위치가 매번 달랐다. 공통점은 단 하나. 카페 등 공용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곳이었다. 해커가 접속한 장소를 찾아 CC(폐쇄회로)TV를 조회하니
# 2016년 9월2일 경주시 안강읍 인근에서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유영순씨(당시 44세)가 실종됐다. 경찰은 단순 실종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실종 한 달만에 유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손모씨(44)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붙잡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서 난항을 겪었다. 시신을 유기했다고 추정되던 장소는 방수 페인트 등으로 모든 흔적이 지워져 있었다. 계속되는 경찰의 추궁에도 손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던 중 같은해 10월7일 유씨의 시신 일부가 발견되며 수사가 급진전됐다. 육안으론 깨끗해 보이는 시신 유기장소에서 체취증거견 '에로스'가 냄새를 맡고 시신 일부를 찾은 것이다. 이후 손씨는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했다. 이 사건을 해결한 '에로스'는 후각을 이용해 범행 현장에서 시신, 혈흔이 묻은 범행 도구 등을 찾아내는 과학수사견이다. 에로스를 훈련시키고 현장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한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과 김재홍 경사(40)는 2014년부터 활약한 베테
"꼭 열심히 신고해주세요." 2018년 하반기,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한 남편이 아내를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 A씨가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매일 아내 B씨가 마신 소주병 7개가 쌓여 있었다. A씨가 외벌로 버는 돈은 생활고로 우울증을 앓던 B씨의 술값으로 나갔고, 7살 아이는 방치됐다. 물리적 충돌과 학대는 없었지만 아이는 정서적 학대와 스트레스로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남편은 아내의 처벌을 원치 않았다. 달리 도움을 청할 곳을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을뿐 '제발 아내를 말려달라'는 요청만 했다. B씨의 알코올중독에 대한 치료가 급한 상황에서도 A씨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마음에 진술을 거부했다. 뾰족한 수가 없는 가운데 부부다툼과 경찰 신고만 거듭됐다. 해당 사건을 맡은 경력 21년차 관악경찰서 학대예방경찰관(APO) 곽현정 경위(45)는 "관계자가 진술을 안하면 사건 진행이 안된다"면서 "B씨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그 고리를 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건 해결에 2년
"알몸 영상 유포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입금하세요." 지난달 27일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영상 통화로 음란 행위를 유도한 뒤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일명 '피싱' 범죄 조직 일당 8명을 전원 검거했다. 중국에 사무실까지 차려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이들에게 75명의 피해자가 7억여원의 금액을 편취당했다. 이들은 각종 피싱 수법을 동원해 10~50대의 피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낚았다. 전원 검거의 맨 앞에는 박종민 마산동부서 사이버수사팀장(46)이 섰다. 박 팀장은 휴가까지 반납해 가며 팀원들과 밤낮으로 이 사건에 매달렸다. 피해자들은 수치심에 가족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박 팀장은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시달리던 피해자들 생각에 차마 손을 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박 팀장은 특채로 경찰에 임관된 이후 16년간 줄곧 사이버 수사를 맡아 온 '베테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도 수사가 우선순위다. "얼굴이 알려지면 수사에 지장이 생길까 두렵다"
"마약계 '큰 손', 저희가 드디어 잡았습니다." 태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했던 마약계 '큰 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름 석자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악명높은 마약범이다. 지난 2월1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큰 손' 검거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검거 작전을 벌여 '큰 손'이라 불리는 총책 A씨를 포함해 판매·유통책, 소지·투약자 등 일당 81명을 잡아넣었다. 그 중심에는 고정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경위(52)가 있다. 고 경위는 10개월 간 경기 오산, 전남 해남,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이들 일당을 쫓았다. 고 경위는 2006년부터 형사 생활을 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다년간의 수사 노하우로 범죄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했다. CCTV(폐쇄회로TV)에서 움직이는 작은 점만 보고도 피의자 동태를 짐작한다. 그는 "마약계 '큰 손'과 그 일당들을 모조리 잡겠다는 마음으로 단서가 될 만한 건 한개도
지난 1일, 30대 A씨는 부산의 한 PC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고가의 텐트를 판다는 글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PC방 입구에 다다른 순간 누군가 A씨의 이름 부르며 어깨를 잡았다. A씨는 본능적으로 "내가 아니다" "내 동생 이름이다"며 뿌리쳤지만 주머니에선 그 이름이 적힌 신분증이 나왔다. 그리고 금팔찌를 두른 A씨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다. A씨는 유명한 중고거래 사기꾼이었다. A씨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숨어지내며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도 그가 쓰려 했던 텐트 판매글은 '사기'였다. 그는 미리 '상품권 판매자'에게서 계좌번호를 얻어내고, '가짜 텐트' 판매 대금을 그 계좌로 받으려 했다. 계좌로 돈이 입금되면 상품권 판매자에게 그 돈을 환불 받는 방식이다. '삼자사기'로 자신의 계좌를 쓰지 않아 흔적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흔적을 뒤쫓은 사람이 있었다. 15년 경력의 베테랑 김규환 일산서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이다. 사이버수사만 8년을 했다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 지난달 10일 오후. 추레한 행색의 A씨(21)가 경남 양산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타고 있던 차량이 사고를 당했는데도 승객 중 자신만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몇 가지를 질문하던 경찰관은 목적지나 운전자의 이름도 잘 모르는 A씨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다. 경찰관은 밤을 새 사고 지점 근처의 렌트카 사고를 모두 뒤졌다. 33명이 가담한 보험사기극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서인수 양산서 교통범죄수사팀장(49)은 24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이다. 교통범죄 전문 수사를 맡은지도 5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새벽 1~2시까지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수사한다. 한 달 근무시간이 200시간을 넘길 때도 비일비재하다. 동료 수사관들은 서 팀장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수십건의 교통범죄가 미궁에 빠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에서도 서 팀장의 열정과 눈썰미가 빛을 발했다. 주범 4명이 20대 청년 29명을 모아 12건의 보험사기극을 벌
"똑, 똑, 똑, 똑!"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공중 화장실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똑!" 정확히 4번이다. 그러자 옆 칸에서 가방이 쓱 들어왔다. 가방을 받은 남자는 화장실을 나와 또다른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남자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다. "똑, 똑, 똑, 똑!"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암호다. 노크를 4번하면 '인출책'이 화장실 옆 칸 '전달책'에게 돈을 전달한다. 이들은 공중 화장실 안에는 CCTV(폐쇄회로TV)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이곳에서 돈을 옮겼다. 가방 속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들어있었다.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를 주도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는 "피의자들은 CCTV가 없는 사각지대만 노렸다"며 "화장실 입구에 있는 CCTV를 한 달 넘게 밤 늦게까지 돌려보며 실마리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만 9년동안 전담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이제는 흐릿한 CCTV에 나오는 피의자 인상착의만
”아이가 걱정되시는 부모님들은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학폭 폭로’가 연이어 터지는 요즘 ‘내 아이가 학폭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SPO(학교전담경찰관)로 활동 중인 최승호 여성청소년과 경장(33)에게 아이가 학폭을 당하는지 아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페메’를 확인하라고 했다. 그는 경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학폭’잡는 베테랑이다. 최 경장은 2019년 상반기 전국 우수 SPO로 선정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고, 당시 위기청소년 118명을 전문 기관에 인계했다. 5년 넘게 SPO로 활동 중이다. 그는 ”카톡은 부모님들이 확인하니 요즘 아이들은 페메로 집단따돌림을 한다“고 말했다. 카톡이 아닌 다른 SNS를 보는 게 아이의 학교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최 경장에게 페메를 통해 도움을 청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한달에만 학폭신고 50건, 대화로 해결되는 학폭도 있다" ━ SPO는 경찰들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