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국 무인 점포 23곳이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인 30대 남성 A씨는 충남, 경북, 경기, 서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무인점포에서 현금을 훔쳤다. 손님이 적은 심야시간을 노려 갈고리 모양의 쇠지렛대로 현금교환기를 열었다. 훔친 현금은 148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옷을 여러 번 갈아입었다. 택시를 타고 CCTV(폐쇄회로TV)가 없는 논밭에 내리는 등 경찰 추적을 치밀하게 따돌렸다.
A씨를 검거한 건 25년간 강력·마약 사건 등을 수사해온 안송규 경기 평택경찰서 강력팀장(53)이다. 안 팀장은 지난 3월4일 추격전 끝에 A씨를 붙잡았다. 안 팀장은 "A씨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쫓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숙박업소, 매장 등 수십 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이 근무하는 평택서에 무인점포 도난이 발생했다는 신고 접수가 들어온 것은 지난 2월17일 오후. 즉시 무인점포 CCTV를 확인한 안 팀장과 팀원들은 직감적으로 A씨가 2019년 한 차례 절도로 검거됐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 팀장은 "벙거지 모자를 착용한 것과 검은색 비닐봉지에 범행도구와 훔친 돈을 담았다는 점이 같았다"며 "검은 비닐봉지를 범행에 사용하는 것이 흔한 수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같은 사람일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확인해보니 당시 징역 5개월을 선고받았던 A씨는 출소한지 6개월이 지나 있었다.
앞서 인근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에서도 10여건이 넘는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접수됐다는 걸 파악한 안 팀장은 천안과 평택 지역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첫 범행 발생 전 A씨가 천안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해 개통했다는 사실에 기반했다.
하지만 A씨의 소재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상의를 계속 바꿔 입었을 뿐 아니라 청테이프를 감는 방식으로 신발 브랜드도 가렸다. 처음 범행을 저지른 후 단 한 번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고, 주거지 없이 떠돌아다니며 점포를 털었다.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인적 없는 시골 논 한가운데서 하차한 뒤 1시간 이상을 걷는 방식으로 CCTV를 따돌리기도 했다. 어느 정도 따돌렸다 생각하면 다시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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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팀장은 "수사를 하는 도중에도 충남 지역에서 계속 동일수법의 범행이 발생했다"며 "조금더 일찍 검거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힘든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안 팀장은 A씨를 잡은 것을 두고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A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A씨의 지인을 찾아내 이야기를 듣고 최근 천안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틀 뒤 안 팀장과 팀원들은 해당 카페로 향하던 도중 A씨와 맞닥뜨렸다. 안 팀장은 "2년 전 제게 구속된 사실이 있는 피의자 역시 저를 알아보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며 "팀원들과 함께 추격을 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전에 한 번 잡았던 범인을 다시 검거한 심정은 어땠을까. 안 팀장은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죄송하고 마음이 편하다"며 "언젠가는 잡힐 줄 알았는데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안 팀장은 "2019년 A씨를 잡았을 당시에도 경미한 '틱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러다보니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돼도 금방 해고 돼 할 수 있는 게 범죄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 절도 범죄 신고가 늘었다고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03건이던 무인점포 절도 범죄 수는 지난해 367건으로 77.3% 늘었다. 올해 들어선 지난달 말까지 이미 686건이 발생했다.
안 팀장은 "대부분은 아이스크림 1~2개, 과자 1~2봉지 등이 사라졌다는 신고"라며 "업주들이 절도 범행을 하면 크게 처벌 받는다는 등의 경고 문구를 붙이면 범행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절도 사건은 꼬리가 잡히게 돼 있다"며 "요즘엔 대부분 지역에 CCTV가 있어 거의 검거가 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