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8월. 경기도 수원의 한 원룸 안 현관에서 흉기에 찔린 채 쓰러져 있는 시신이 발견됐다. 원룸 내부에서는 시신만 발견됐을 뿐 범행도구 등 피의자를 추정할만한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조명룡 경사(40)는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시신이 발견된 건 원룸 내부지만 옆방까지 샅샅이 조사했다. 기적처럼 옆 호실 문 손잡이에서 혈흔을 발견해 채취한 끝에 살인 현장의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과학수사요원 8년 차인 조 경사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단서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그는 올해 1·2분기 전국 실적 1위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베테랑'이다.
전국 시도경찰청의 과학수사요원 1900명은 매일 사건현장을 누빈다. 이들은 최신 과학 기술로 개발된 기구와 장비를 이용해 사건현장에서 발견되는 모든 증거를 채취한다. 조 경사도 그들 중 하나다.
맨눈으로는 사건의 실마리를 쉽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조 경사는 장판, 벽지까지 뜯고 틈이 좁은 하수구 안까지 들여다본다. 그렇게 증거물들을 확보한 뒤 약품 처리를 하고, 증기로 적정 습도와 온도를 맞추는 과정 끝에 보이지 않던 '흔적'이 나타나게끔 한다.
조 경사는 작은 흔적도 허투루 놓치지 않았던 사례로, 2015년 7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음식점 금고를 턴 범인의 지문을 채취한 경험을 털어놨다. 범인의 지문이 발견된 곳은 금고가 아닌 식탁 위였다. 음식점 창문으로 무단침입할 때 짚었던 손바닥 자국을 조 경사가 발견한 것이다. 그가 채취한 지문을 기존 수사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와 대조한 결과, 전국에서 무려 150여 건에 달하는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나왔다.

과학수사요원은 최신 기술로 개발한 전문 장비와 기구를 이용해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작은 지문 하나를 채집하려면 DSLR 카메라, 접사렌트, 형광필터, 삼각대, 조명 등 각종 크고 무거운 장비를 챙겨야 한다. 문제는 전문 장비들은 크고 무거워 휴대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본 조 경사는 스마트폰용 휴대 형광 필터 키트(이하 '휴대용 형광 필터')를 개발했다. 일상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집게, 휴대폰 거치대에 기존 형광 필터를 접목해 만들었다.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에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외국인 명의로 개통한 '대포폰'의 휴대폰 유심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파는 공급책이 붙잡혔다.
조 경사는 업무 특성상 하루에 5~7건 정도의 변사 현장으로 출동한다. 특히 요즘 같은 더운 날이면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 게다가 시신의 오염 여부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쓰는 일체형 보호복을 입고 작업한다. 온몸은 늘 땀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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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 경사는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생후 29일 신생아의 아동학대 치사 사건이 벌어졌다. 신생아의 유일한 가족은 20대 미혼부의 아버지. 아버지는 폭행을 부인했지만 아기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수상했던 조 경사가 나섰다.
아이의 입 주변에서 아버지 DNA가 검출됐고 그렇게 아동학대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저 또한 세 아이의 아버지"라는 조 경사는 사건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과학수사대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만 하는 일에 비해 실적은 많이 가려져 있다. 최종적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부서가 아닌 수사를 '지원'하는 곳이어서다. 그러나 조 경사는 개의치 않는다.
"Stay hungry, stay foolish(배고프게, 바보처럼 살라). 이 말 처럼 항상 배우는 자세로, 국민들에게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과학수사요원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