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육휴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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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초기 월 250만원을 받던 휴직급여가 7개월차부터 160만원으로 줄었다. 빠듯한 살림에 골치 아파하면서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네가 부럽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부럽다는 뜻이다. 주변에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사실 '정규직 월급쟁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고용보험 없이 몸을 갈아 넣는 1인 자영업자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그나마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인들도 여전히 경직된 회사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가 직장인들보다 세금은 더 많이 내는데…."━1인 자영업자인 한 친구는 1년에 3일 이상 연속으로 쉬는 때가 없다. 매일 새벽에 나가 가게 문을 열고 저녁 늦게 문을 닫는다. 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늦저녁이나 주말로 한정된다. 가끔 아내가 가게 앞으로 아이들 데리고 지나가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자영업자 친구는 주말에만 맨정신
아이 출산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을 때 이미 아이를 키우는 이들이 축하 못지않게 많이 해줬던 말이 있다. "이제 네 이름은 없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다. 아이가 생기니 사람들이 편하게 'OO 아버님'이라고 부른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한 지 15개월이 지난 요즘에서야 당시 애 아빠들의 말뜻을 알아차리게 됐다. ━잊혀가는 호칭 '최서방' '최기자'━처음 아버님 소리를 들은 건 산부인과였다. 그때는 꼭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기에 오히려 '아버님'이라 불러주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아이 이름을 짓기 위해 부산의 유명한 작명소 원장과 통화할 때도 아무런 감흥 없이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받아들였다. 그 이후 산후조리원, 소아과, 어린이집을 거치면서 뭔가 느낌이 달라졌다.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은 오직 아이에 꽂혀 있었다. 아빠와 엄마의 이름은 처음에 인적사항을 적을 때 외에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어느새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기본값으로 인식되
경제학에서 일컫는 '양의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는 한 경제주체의 행동이 의도와 무관하게 다른 이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말한다. '좋은 커피 향기'나 '아름다운 음악'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내가 잠 깨려고 마시는 커피 향기와 내가 즐기려고 듣는 음악이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끔 유모차 산책에 나서면 어린아이야말로 '양의 외부효과'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굳어있던 표정의 주민들은 아기가 손 한번 흔들어주면 화사한 미소로 반겨준다. 바쁘게 조깅하던 어르신들은 아이가 한번 웃어주면 발걸음을 멈추고 이내 이야기꽃을 피운다. 콩알만 한 아이 하나가 이렇게 동네 '인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책길에 수십번 듣는 "애 너무 춥게 입혔네"━아이를 가장 반기는 건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요즘 서서히 찬 바람이 불면서 아이 외투를 입히고 나가는데도 이분들의 첫 멘트는 거의 다 비슷하다. "애 너무
독박 육아는 원래 육아를 나 몰라라 하는 남편들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이던 말이다. 현재의 4050세대나 그 윗세대에선 맞벌이를 하면서도 여자에게만 육아 부담이 지워지는 경우가 꽤나 있었다. 최근에는 육아가 부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 외벌이 가정에서도 독박 육아라는 표현이 맞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가 있다. 보통은 돈을 벌어오는 배우자와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배우자의 역할이 나뉘는데 굳이 육아에만 '독박' 딱지를 붙인다는 이유에서다. 전업 주부들이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독박 출근은 왜 외면하느냐"는 날 선 반응도 나온다. 사실 전업주부의 독박 육아 호소를 그리 좋게 보진 않았다. 구태여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며칠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서 잠시나마 '전업주부 독박 육아'를 체험했다. 결론적으로 독박 육아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 됐다. ━도저히 꿈꿀 수 없는 '나만의 시간'━육아만 하기도 어려운데 집안일까
여느 때보다 긴 이번 연휴를 앞두고 잠시 긴장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양가를 도는 명절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 번씩의 추석과 설날이 있었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 잠시 얼굴만 비추고 오는 식이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과 만나는 강행군을 아이가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이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한 뒤 10여년 동안 명절마다 양가를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마음 편하고 즐겁게 다녀오긴 처음이었다. 아이 하나 생겼을 뿐인데 명절의 매 순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출발시간의 최우선 고려 사항 '아이 컨디션'━그동안 명절 연휴의 시작은 '눈치싸움'이었다. 도로가 언제 얼마나 막힐지 예측해 남들과 다른 시간을 택하는 데서 귀성길과 귀경길의 피로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다행히 양가 모두 많이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매년 카카오내비와 티맵이 추천해주는 '제일 덜 막히는' 시간대를 택했다. 이번 추석의 출발시간을 정하는 최우선 기준은 아이의 컨디션이었다. 우선 낮잠시간과 밥시간
아이를 낳기 전엔 여행을 즐겼다. 꼬박꼬박 해외에 나가진 못해도 매년 전국 바닷가를 섭렵하며 지냈다. 부부 둘이 다닐 땐 저렴한 숙소에서 묵으며 온종일 돌아다녀도 몸이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모든 게 변했다. 지난 봄에 아기와 함께 서울-속초 여행을 다녀오면서 "당분간 여행은 힘들겠다"는 걸 체감했다. 너무 어린 아이는 장기간 차량 탑승을 힘들어하고 여행지에서도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그런 아이를 챙기는 부모 힘들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말에 생전 처음으로 동감했다. ━해외여행 수하물보다 많은 '아기 짐'━아이와 집 밖에 다닐 때 가장 중요한 건 '준비물'이다.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내용물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양이 줄어들진 않는다. 밖에서 아무 거나 사 먹어도 되는 성인과 달리 먹을 것부터 챙겨야 한다. 기저귀와 여벌 옷, 상비약과 쪽쪽이 등 몇 가지 전용 도구는 필수다. 차 트렁크를 상당 부분 채우는 유모차도 아직 필요하다. 비단 장거리 여행만 그런 게
딸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2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며칠 빼고는 콧물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콧물을 달고 사는 게 숙명이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지속될줄은 몰랐다. 소아과 원장님은 1년 더 이럴 거라고 말했다. 그나마 콧물만 날 때는 다행이다. 기침이나 열을 동반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혹여 수족구나 다른 중증 유행성 질병일까봐 병원에 갈 때마다 긴장을 한다. 일주일에 두차례 이상은 소아과를 다니는 것 같다. 하도 자주 방문하다보니 건물 관리인 아저씨는 이제 "어느 곳에 왔느냐"고 묻지도 않고 주차장을 열어준다. ━사그라들었던 열, 하루만에 다시 38.9℃━지난주부터 흐르던 콧물이 거의 다 사라져가던 아이는 이번주부터 다시 또 열이 나기 시작했다. 보육시간에 어린이집에서 오는 연락은 보통 좋지 않은 소식이다. 미열 정도는 알림장에 적어주는 정도로 그치지만 대략 38℃가 넘어가면 전화를 주는 듯하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 소아과를 방문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단골 레퍼토리로 나오는 게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을 물면 어떨까. 알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중 왼쪽 종아리에 또래의 잇자국이 분명한 상처를 발견했다. 아이가 코감기나 중이염은 앓아봤지만 외상을 입은 건 처음이라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주변 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일이 그리 드물지는 않았다. ━"우리 애는 직장 상사의 자녀를 깨물었어요"━처음 겪는 일은 역시 경력자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아기를 키웠던 주변 부모들에게 물어보니 "꽤나 자주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물린 종아리 사진을 본 한 친구는 "그만하면 다행"이라며 "힘을 제어하기 어려운 영아간 물림 사고에서는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크게 다치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어린이집 물림 사고' 또는 '영아간 물림 사고'를 치
음식점에 가면 가끔 '너무하다' 싶은 부모들이 보인다. 실내를 뛰어다니거나 다른 테이블 손님을 성가시게 구는 자녀를 방치하는 이들이다. 돌쟁이 아이와 함께 온 입장에서 보더라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면 오히려 부모가 눈을 부라리는 경우도 봤다. 자기 자식에 대한 사랑이 과하다 못해 비뚤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녀를 사랑한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 자꾸 보인다. 이젠 깨달았다. 비뚤어진 건 그들의 '자식 사랑'이 아니라 '자기 사랑'이었다. ━노키즈존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속사정━노키즈존은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다. 운영 취지를 옹호하는 이들 못지않게 '차별'이라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2017년 국가인권위에서 "노키즈존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는 해석을 내린 영향도 컸다. 사실 연령을 근거로 손님을 제한하는 업장이 노키즈존만은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된 '50대 이상 남성 출입금지' 술집들은 심지어 성별까지 적시해 손
지난해 딸이 태어나고 첫 한달 동안 밤잠을 설쳤다. 3시간마다 밥 달라고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는 게 쉽지 않았다. 주변의 육아 경험자들에게 하소연하니 '배부른 소리'라며 웃었다. 그들은 "애가 누워있을 때가 편하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일만 남았다"며 지레 겁을 주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요즘에도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꼭 육아의 '난이도'가 올라간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이가 커가면서 그동안 익숙해진 패턴이 달라지기에 순간적으로 이를 난이도 변경으로 착각할 뿐이다. 같은 게임의 '하드 모드'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한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신기하면서도 난감한 돌쟁이의 의사 표현━처음 갓난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의도 파악'이었다. 보통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아플 때 운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웃으면서 잘 있다가도 갑자기 기습처럼 울음을 터뜨릴 때도 있다. 이른바 '맥락 없는 울음'이다. 어느 순간부터 울음의 이유를 찾아내길 포기했다. 아직 13개
육아 휴직에 들어간 지 딱 6개월이 지났다. 애 보는 게 익숙해진 대신 회사에서 일하던 기억은 아득히 멀어진다. 수시로 타사 보도를 점검하던 버릇은 아이 자는 방의 홈캠을 주야장천 들여다보는 걸로 바뀌었다. ICT(정보통신기술) 취재 대신 육아 커뮤니티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 십수년 기자 생활보다 강한 게 반년의 아빠 생활인가 보다. 육아에 익숙해진 건 다행인데, 반년 뒤엔 반드시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 일을 해야 아이를 계속 키울 수 있다. 가장 큰 걱정은 휴직기간 동안 현업에서 멀어진 만큼 업무 감각이 떨어지는 것이다. 복직 이후 업무 복귀를 수월하게 할 방법을 찾기 위해 주변 육아휴직 유경험자들의 사례를 돌아봤다. ━뉴스 챙겨보며 업계 트렌드 따라가기━육아휴직을 마친 뒤 나름 성공적인 복직을 한 친구들이 공통으로 꼽은 습관은 '휴직 기간 중 뉴스 구독'이었다. 자신이 몸담은 업계 관련 뉴스를 틈틈이 보는 것만으로 최소한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육아하다 접하는 뉴스는
퀵서비스를 신청한 뒤 그렇게 안절부절못한 적은 처음이었다. 기사님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장모님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기사님이 물품을 수령한 뒤에도 시계와 아기를 번갈아 보며 속이 타들어 갔다. 평상시에 싫어하던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이날만큼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퀵 기사님이 건네준 비닐봉투에는 처가에 놔두고 왔던 '반쯤 남은 분유통'이 담겨 있었다. 3만원쯤 하는 분유통 절반을 건네받는 데 든 퀵 비용은 1만8100원. 어찌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굳이 동네 가게에서 새 분유를 사지 않고 먹던 분유를 '퀵'으로 전달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대형마트·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찾기 힘든 우리집 분유━아기들은 보통 한 종류의 분유만 먹는다. 가끔 다른 집 분유를 먹이면 거부하거나, 억지로 먹고 토하는 경우도 잦다. 우리 아이는 산후조리원 선생님이 권유한 P사의 W 제품으로 시작했다. 나름 국내 제조사 중 메이저에 속하고, 저온살균 우유로 유명한 브랜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