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너지 리포트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할 지 머니투데이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살펴 본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할 지 머니투데이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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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해 풍력발전기 고장 예측을 넘어 발전량 예측까지 나아갈 계획입니다. " 지난 19일 제주시 오라동 두산에너빌리티 윈드파워센터(WPC)에서 만난 최인욱 WPC 센터장(수석)은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발전사업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WPC에서는 기존 풍력발전기 상태 진단 AI에 더해 풍황 데이터와 운전 이력, 설비 상태 등을 함께 반영한 발전량 예측 AI 기능을 개발 및 고도화하고 있다"며 "단기 예측 모델은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갔고, 한 달 이상의 중장기 예측 모델도 하반기부터 실증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WPC는 국내 최초 '풍력발전기 전국 통합 관제센터'다. 지상 2층, 연면적 496. 34㎡(약 150평) 규모로 현재 전국 10개 지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80기를 관리하고 있다. 기기별 운영 이력과 축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기능을 갖춰 운용 시 문제를 조기에 탐지하고 고장을 최소화해 가동률과 발전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에너지 시장의 판을 바꾼 기업들이 등장했다. 대표 사례는 영국의 테크 기반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다. 2016년 출범한 이 회사는 전통 대형 전력회사들이 장악하던 영국 전력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영국 가정용 에너지 시장에서 2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영국 시장에 진출한 지 9년 만에 영국 최대 에너지 공급업체가 됐다. 1990년대 영국 에너지 소매 시장이 경쟁 체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가 바뀐 사례다. 성장의 배경에는 옥토퍼스가 자체 개발한 AI·머신러닝 기반 에너지 운영 플랫폼 '크라켄(Kraken)'이 있다. 크라켄은 전력 소비자, 전기차, 가정용 배터리, 히트펌프 등 분산자원을 데이터로 연결하고, 전력시장 가격과 계통 상황에 맞춰 운전 시점을 조율하는 일종의 에너지 운영체제(OS)다. 옥토퍼스 에너지가 지난해 크라켄의 분사 계획을 발표하며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7000만 개 이상 계정과 40기가와트(GW) 이상 전력자산, 전기차 등의 소비자 기기 30만 개 이상을 관리 한다.
'에너지를 위한 인공지능(AI)' 분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수요 예측, 운영·유지보수(O&M) 등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발전량·수요 예측 등에 일부 도입됐으나, 시장 성숙도가 높은 미국·유럽·일본 대비 아직 시장 규모가 협소한 편이다. ━AI 적용한 전력망·발전 솔루션 등 개발━이 가운데 국내 에너지 AI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하는 조직이 있다. 2020년 출범한 LS일렉트릭 디지털전환(DX) 사업개발팀이다. 초기 데이터센터 패키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 팀은 현재 AI로 분석한 데이터를 발전 및 전력망에 연계해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들이 공들이는 분야는 풍력 발전량 예측 모델 고도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가상발전소(VPP) 사업 진출이다. VPP는 분산된 에너지원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운영은 복잡해진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을 넘어 언제 얼마나 전기가 만들어질지 예측·제어하는 기술이 핵심 과제다.
지난 19일 찾은 제주시 오라동의 두산에너빌리티 윈드파워센터(WPC). 496. 34㎡(약 150평) 규모의 2층 건물에서는 원격으로 전송된 전력 데이터와 설비 신호를 분석하는 모니터링 작업이 365일 24시간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곳에서 제주와 서남해 등 전국 10개 사이트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80기와 주요 부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인욱 WPC 센터장(수석)은 "풍속, 유압, 냉각 상태 등 기기별로 300여 개 데이터를 수집해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장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유지보수(O&M)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센터 2층 전면에 펼쳐진 6개의 대형 모니터는 풍력발전기 위치와 지형 정보, 실시간 수치 등의 현장 데이터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구동 중인 발전기는 초록색, 대기는 파란색, 정비는 노란색으로 표시돼 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WPC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관제 플랫폼 '윈드링크(Windlink)'다.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가 인공지능(AI) 기반 가상발전소(VPP) 기술과 결합하며 전력자원으로서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고 전기가 남으면 발전소를 강제로 꺼야 했던 한계가 데이터 기반 예측·제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수익 기회로 바뀌는 동시에 전력망에 더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에너지 IT 기업 해줌의 '재생에너지 준중앙 급전제도(이하 준중앙제도)' 참여 자원 제어 현황'에 따르면 이 회사의 VPP 플랫폼을 이용하는 태양광 발전소 가운데 준중앙제도에 참여한 발전소들이 그렇지 않은 일반 발전소들보다 발전을 멈췄을 때 손실을 크게 줄였다. 준중앙제도 참여는 전력 수급 상황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라는 전력거래소의 지시를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제어를 수행한 준중앙제도 참여 발전소들은 3월 5회(총 9시간), 4월 3회(총 5시간), 5월(11일 기준) 3회(총 6시간)에 걸쳐 발전을 조절하는데 그쳤다.
# 영국 기업 에퀴와트(Equiwatt)는 가정이 특정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줄이면 앱에서 포인트와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전기를 덜 쓰면 포인트가 쌓이고 순위가 올라가는 일종의 '게임'이다. 목적은 전력 수요 조절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게임처럼 참여하지만, 그 결과는 전력망 안정화로 이어진다. # 영국 에너지기업 옥토퍼스에너지(Octopus Energy)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충전 시간을 제어하는 V2G(vehicle-to-grid) 요금제를 출시했다. 전기차를 리스하면 충전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지만 전력망 상황에 맞게 충전 시간을 조정한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면서 동시에 전기차를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력망 혁신,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느껴져야" ━ 영국 정부 지원 연구기관 에너지시스템 캐터펄트(Energy Systems Catapult)의 앤드류 피스 자문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은 "전력망 혁신은 결국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로 전달될 때 확산된다"는 점이다.
제주에서 시작된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실증, 계통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BESS),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처럼 흩어진 자원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 답 가운데 하나가 한국전력이 제주에서 운영 중인 유연성 자원 플랫폼이다. ━ 한전, 재생에너지 늘어난 제주서 새 플랫폼 개시 ━ 이 플랫폼은 한전 배전망사업실 주도로 지난해 1월 제주본부에 문을 연 DSO-MD(Distribution System Operator-Market & Dispatch)를 가리킨다. 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분산 에너지 사업자들의 전력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4년 6월부터 시행 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법적 근거다. 한전 제주본부에서 만난 김건호 전력연구원 배전연구소 유연배전연구실 선임연구원과 고민식 한전 제주본부 배전망사업부 연계운영팀 차장은 이 플랫폼을 "분산에너지 교통정리 시스템"이라 표현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처럼 곳곳에 흩어진 에너지가 전력망에 과부하를 주지 않고 안전하게 흐를 수 있도록 조절한다는 의미다.
전력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석탄·가스 같은 대형 발전소 몇 곳에서 만든 전기를 송전망을 통해 보내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전국 곳곳의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력망에 연결되는 시대가 됐다. 전기를 만드는 설비가 커다란 발전소 몇 개에서 수많은 소규모 자원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산화와 간헐성, 전력 시스템 새로운 과제━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태양광은 구름이 끼면 발전량이 갑자기 줄고, 햇빛이 강하면 한꺼번에 발전이 몰린다. 풍력도 바람이 불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특성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미 제주에서는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20%를 넘었고, 이 비중은 수년 내 전국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개념이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소나 전기차, ESS 같은 자원을 하나로 묶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력시장 운영 방식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춰 하나둘씩 바뀌고 있다. 이번 달 호남권에서 시작된 재생에너지 준중앙 급전운영제도(이하 준중앙급전제)가 대표적이다. 전력거래소가 태양광·풍력 발전소, 가상발전소(VPP) 자원을 묶어 전력망 상황에 맞춰 발전량 조정을 요청하면 이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운영 주변서 중심으로 한발 더━준중앙급전제는 재생에너지를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 전력망 운영에도 참여하는 설비로 바꾸는 장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태양광·풍력이 발전하면 전력망이 이를 최대한 받아주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전력거래소의 신호에 따라 발전량을 조정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호남 지역에서는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면서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아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전력망 안정을 위해 발전량을 제한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
지난 11일 오후 6시쯤 제주국제공항 인근 쏘카터미널 입구 '스마트 충방전 V2G(Vehicle-to-grid) 차량 전용 대여·반납존'. 이곳에 주차된 전기차 15대가 일제히 배터리 방전을 통해 충전기로 전력망에 전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용어 그대로 전기차(Vehicle)에서 전력망(grid)으로 전기가 이동하는 현장이다. 각 차량 계기판 화면에 'V2X(Vehicle-to-Everything·차량이 외부 전력망이나 건물 등과 전력을 주고받는 기술로 V2G도 포함) 실행 중'이라는 문구가 뜬 뒤 잔여 전력·주행가능거리·방전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확인됐다. 차량 뒤쪽 충전기에서도 연결 시간과 충전량·방전량·전력 출력·방전 상태 등이 표시되면서 차량의 충·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이동수단) 플랫폼 쏘카와 손잡고 V2G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제주 쏘카터미널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방향 충전기 15대가 설치된 이 공간에서 쏘카가 운영하는 전기차 20대(현대차 아이오닉9·기아 EV9)가 충·방전에 활용된다.
제주에서 실증 중인 전기차-전력망 연계(V2G)는 태양광·풍력 등 분산된 소규모 전원이 늘어나면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활용되는 '유연성 자원'의 한 종류다. 유연성 자원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출력제어를 줄이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에 달하는 제주와 태양광 발전시설이 밀집한 호남에서 유연성 자원 확대가 추진되는 이유다. ━태양광 발전 간헐성 보완하는 유연성 자원━출력제어는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아질 때 전력망에 과도한 전기가 흘러 장비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조치를 말한다. 태양광은 햇빛이 강한 낮 시간대에 발전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전력이 남는 시간이 발생하기 쉽다. 이때 전력망이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면 생산된 전기의 일부를 버려야 한다. 발전사업자에게는 손실이 되고, 전력망 운영 측면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한다. 흔히 재생에너지가 많은 지역의 계통이 '포화됐다'고 표현하지만, 유연성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 대규모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계통 혼잡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전기차-전력망 연계(Vehicle-to-Grid·이하 V2G)' 실증 사업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대기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V2G는 전기차가 '바퀴 달린 배터리'로 역할을 하면서 풍력·태양광 잉여 전력을 흡수하고 필요할 때 다시 공급하는 기술이다. 차주는 수익을 얻고 전력망 안정화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실증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제도가 있다. 정부는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해 다양한 분산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25년 11월 제주가 분산특구로 지정되며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V2G 같은 기술 실증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주철규 현대차 EV(전기차) V2X 팀장은 지난 11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35대 규모로 계획된 개인 고객 실증에 참여 희망자가 많아 대기 고객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 아이오닉 9이나 기아 EV9 차주인 동시에 개인주차장을 보유해야 하는 등 모집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신청자가 생각보다 크게 많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