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너지 리포트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할 지 머니투데이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살펴 본다.
기후변화 대응·에너지안보·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 지려면 무엇이 필요할 지 머니투데이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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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이 데이터센터를 우리 지역에 어떻게 가장 좋은 기회로 만들지, 어떻게 도움이 되게 할지 방법을 찾는게 중요했어요. "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하스켈 시청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이스벨 시장은 지역에 시작된 데이터센터 건설을 바라보는 심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수자원 고갈 우려 등으로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 있지만, 이스벨 시장은 갈등을 풀고 데이터센터를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기회로 만드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열 살 때 하스켈로 이주한 뒤 이곳에 거주해 온 그는 시의원을 거쳐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5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하스켈시의 시장은 전업 단체장이 아닌 자원봉사직이다. 이스벨 시장은 생업에 몸담은 주민으로서 시장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시정에 참여하며 줄곧 고민한 것은 도로와 상수도 같은 기본적인 기반시설을 유지할 재원이었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과 지역 사업체에서 발생하는 판매세가 주요 수입원인데, 새로운 사업체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부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 계획을 잇달아 내놨지만, 정작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좌우하는 에너지효율 관리 체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증할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전력 공급 확충과 함께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정책적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에너지효율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등에 따른 일반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규제를 적용받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은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단열 성능과 냉난방·전기설비 등의 에너지효율에 관한 설계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도 적용 요건에 해당하면 규제 대상이 되지만, 일반 건축물의 설계 기준인 만큼 데이터센터 운영 특성을 반영한 별도 효율 관리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도심에서 차량으로 1시간여를 달리자 말레이시아 최남단 도시 조호르바루에 다다랐다. 국경을 넘어 다시 30여분을 더 이동하자 축구장 2개 반 크기에 달하는 1만8400㎡(약 5600평) 규모의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열관리·전력 인프라 선도 기업 버티브(Vertiv)의 조호르 생산기지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GB300 등을 탑재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대형 CDU(냉각수분배장치)와 모듈러 전력설비 제작라인마다 작업자들의 손길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전력·부지 포화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붐'이 단순한 서버 캠퍼스 유치를 넘어, 고밀도 AI 전력·냉각 인프라를 직접 제조해 공급하는 '하드웨어 배후 생산기지'로 조호르의 산업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공장 생산라인에서는 버티브의 대표 액체냉각 설비인 '버티브 쿨칩 CDU 1350' 조립이 한창이었다.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정밀 센서와 배관, 고전압 전선을 체결하느라 분주했고 라인 끝단에 마련된 품질 검사실에서는 완성된 장비를 세척·건조한 뒤 정상 구동 여부를 점검하는 공정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지난 9월 29~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 아시아 최대 데이터센터 박람회인 '데이터 센터 월드 아시아(DCWA)'가 열린 현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글로벌 빅테크, 통신사, 장비 제조사, 투자자 등 이틀간 전시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만 3만8000여명에 달했다. AI(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시아 전역의 시선이 이곳 싱가포르로 쏠린 순간이었다. 좁은 국토와 만성적인 전력·용수 부족. 데이터센터를 짓기에는 최악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싱가포르가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잇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매김했을까. 비결은 단순한 설비용량 확대가 아닌, '인프라 에너지 효율'과 서버 내부 '컴퓨팅(연산)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고부가가치 생태계로 패러다임을 바꾼 결단에 있다. 싱가포르 디지털개발정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싱가포르에는 총용량 1. 4GW(기가와트)가 넘는 데이터센터 70개 이상이 있다.
"데이터센터 잠재 고객의 제안요청서(RFP)에는 사용하는 에너지가 반드시 '그린'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탈락하는 겁니다(you are out of the game). " 지난달 15일 핀란드 텔리아 헬싱키 데이터센터에서 만난 카리 마이콜라 텔리아 헬싱키 데이터센터의 데이터센터 솔루션 총괄은 '그린 전력'이 데이터센터의 수주 경쟁을 좌우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그린 전력은 풍력·태양광·수력으로 생산한 재생 전력이다. 북유럽 최대 통신사 중 한 곳인 텔리아는 핀란드의 핵심 데이터센터 사업자이기도 하다. 고객의 서버를 운영할 공간과 전력·냉각 등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코로케이션 사업자다. 2013년부터 데이터센터 사업을 담당해 온 마이콜라 총괄은 약 10년 전만 해도 전력의 친환경성이 고객의 여러 요구사항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우선순위의 맨 위에 있다"고 했다.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코로케이션 사업에서 이러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의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도심 서쪽 루오홀라흐티 일대. 사무실들이 밀집한 빌딩가 인근에 붉은 벽돌 건물 위로 거대한 굴뚝이 솟아 있다. 지난해 4월 석탄을 이용한 전기·열 생산을 멈춘 살미사리 발전소다. 살미사리 발전소의 석탄 사용 종료와 함께 헬싱키는 에너지 생산에 석탄을 쓰던 시대를 마감했다. 2022년만 해도 헬싱키 시영 에너지 기업 헬렌의 지역난방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었다. 헬싱키 지역난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헬렌이 지난해부로 석탄 사용을 끝냈지만 헬싱키 난방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탄의 빈자리를 히트펌프, 전기보일러, 바이오에너지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지던 열이 채워 넣고 있어서다. 지난달 14일 헬싱키 소재 헬렌 본사에서 만난 미카 린드홀름 헬렌 데이터센터 폐열 솔루션 총괄은 2030년까지 헬싱키 지역난방 열 수요의 10%를 데이터센터 폐열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석탄발전소들을 폐쇄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은 미래에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열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560㎞ 떨어진 인구 3만6000여 명의 도시 카야니. 카야니 도심에서 울창한 숲길을 20여 분 걸어가자 낡은 벽돌 건물들이 놓인 넓은 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요한 북유럽의 숲과 거대한 공장 지대의 흔적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이곳은 축구장 100개에 해당하는 약 70만㎡ 규모의 산업단지 '렌포르신 란타'다. 투박한 공장 건물 사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전혀 다른 시대의 공존이 포착된다. '창고(VARASTO)'라는 핀란드어가 적힌 건물 한쪽 벽면에는 글로벌 데이터 기업들의 로고가 걸려 있다. 렌포르신 란타 내 유럽연합(EU) 슈퍼컴퓨터 '루미(LUMI)'가 자리한 데이터센터 건물에서도 옛 산업시설과 첨단 인프라의 대비가 다시 한번 한눈에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홀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알루미늄 외피 구조물이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고, 그 안쪽으로는 슈퍼컴퓨터의 랙(Rack)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선을 올리자 높은 천장 너머로 수십 년 전 지어진 투박하고 거친 콘크리트 보와 빛바랜 벽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구 약 3100명의 미국 텍사스주 하스켈시. 하스켈카운티의 중심지인 이곳의 시청 인근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낡은 점포들이 모습을 바꿨다. '잠든 듯한 마을'이라 불렸을 정도로 조용했던 농촌 마을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면서다. ━조용했던 농촌마을, 태양광·풍력·데이터센터로 북적━지난 2일(현지시간) 만난 로라 바워스 하스켈개발공사(DCOH) 사무국장은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식당과 음식 공급업체, 울타리 시공업체, 경비업체, 숙박업체 등이 혜택을 봤다"며 "지난 2년 정도 동안 많은 업체가 시의 점포 개선 지원정책을 이용했다"고 소개했다. 시청 인근에 약 1년 반 전 문을 연 '카마초 앤드 찰리스' 식당도 그중 하나다. 이날 오전 식당에서 만난 주인 조 레이 카마초씨(54세·사진)은 "손님이 늘었고, 그 덕분에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저에게는 데이터센터가 이곳에 오는게 도움이 되고, 제가 고용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직원 2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10~15명을 더 채용해 현재 직원은 30명이 넘는다.
"연금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었어요.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돈 덕분에 은퇴할 여력이 생겼죠. " 지난 2일 미국 텍사스주 하스켈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제니스 페인씨는 자신의 농지에 들어선 풍력발전기가 노후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유정이나 가스정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 않냐"며 "대신 풍력발전기는 제 농장에 들어 올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소리가 좀 나긴 하지만 특별히 방해되지는 않는다"며 공사가 끝난 뒤 다시 조용해진 일상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북서부 하스켈 카운티는 목화와 밀, 땅콩을 재배하고 소를 키워 온 농축산 지역이다. 1870년대 후반 목장주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1885년 카운티 행정조직이 갖춰졌다. 면적은 서울의 약 4배인 2340㎢에 인구는 약 6000명이다. 오랫동안 농축산업에 기반을 둔 이곳에서 이제 바람과 햇볕이 주민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은 주민 소득뿐 아니라 지역 재정도 뒷받침한다. 같은 날 집무실에서 만난 케니 톰프슨 하스켈 카운티 저지(카운티의 예산과 주요 행정을 다루는 지방정부 행정수반)는 발전사업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대신 '세금 대체 납부금'(PILOT)을 받는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하스켈 시청에서 약 15km 떨어진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평원 너머로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지평선을 빽빽하게 채운 거대한 풍력 발전기들이다. 인근 카운티 경계까지 수백 기의 대형 풍력 터빈이 거대한 날개를 쉴 새 없이 돌리고 있고, 평원 곳곳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화석연료의 심장부로 불리던 텍사스 서부 평원이 이제는 미국 풍력과 태양광의 요새로 변모했음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다. ━텍사스 평원 메운 풍력발전기·태양광 패널━텍사스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의 주요 거점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이처럼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넓은 부지, 비교적 빠른 인프라 건설 속도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랜 기간 확대해온 육상풍력에 최근 급증한 태양광과 배터리저장장치(BESS)가 더해지면서, 저렴한 전력과 청정에너지 조달을 원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텍사스 전력 수요의 약 90%를 담당하는 텍사스 전력망운영기관(ERCOT)의 지난해 발전량 구성을 보면 천연가스가 약 41%이고, 풍력 23%, 태양광 14%, 석탄 13%, 원자력 8% 순이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서쪽으로 340여㎞ 떨어진 하스켈 카운티. 이곳은 황갈색 목초지와 목화밭으로 이뤄진 평원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서부 텍사스의 전형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인적 없는 시골길을 한참 달리던 중 돌연 붉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오가는 중장비와 대형 트럭 행렬이 정적을 깨뜨렸다. 바로 구글의 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들어서고 있는 현장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찾은 구글 털마(Thelma)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은 인근 스탬퍼드 호수 주변의 광활한 농경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토요일인데도 무수한 골재 운반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고, 흙먼지 너머로 분주하게 기초공사가 실시되는 광경이 포착됐다. 여기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같은 카운티 일대에는 구글의 저니(Journey) 데이터센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루 전인 2일에 찾은 현장에서는 골조를 올리고 있는 건물 모습이 길가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텍사스주 면허·규제국(TDLR) 자료에 따르면 털마 데이터센터는 건물 두 동의 등록 면적만 약 5만8500㎡에 달한다.
지난 1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 어선들이 드나드는 작은 항구 한쪽에 흰색 작업선 한 척이 묶여 있다. 바다 위 풍력발전기로 정비인력을 실어 나르는 승무원수송선(CTV)이다. ━ 어선 옆 해상풍력 정비 선박━이 선박은 생낌항에서 배로 약 45~50분이 걸리는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해상의 전남해상풍력1단지(전남1) 운영·정비(O&M)를 담당한다. 항구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전남1 O&M 센터가 이 작업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 전남1은 SK이노베이션E&S와 덴마크 재생에너지 투자·개발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가 조성한 96메가와트(MW) 규모 해상풍력단지다. 지난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1년 여 간 사고 없이 가동된 비결이 이 O&M 센터다. 발전기는 바다에 있지만 운영의 거점은 육지의 O&M센터다. 센터 2층 관제실에서는 이 풍력발전기들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도 이 센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