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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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9 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8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법정 공시(사업보고서 등)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자산 30조 원 이상 대상 거래소 공시'가 담겼던 초안과 비교하면 적용 대상 기업은 확대됐고 법적 책임도 강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투자뿐 아니라 수출과 공급망 참여에도 비재무 정보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기후 리스크와 공급망 관리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확정안이 강화됨에 따라 기업 부담은 한층 커졌다.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ESG 공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짧은 기간에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를 적용하기로 한 점도 기업들의 리스크를 키운다. 거래소 공시는 벌점이나 제재금 등 거래소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지만 사업보고서 공시는 허위·부실 공시라고 판단되면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팀은 잠항 시간, 무장 능력뿐 아니라 건조·유지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지만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벽'은 뛰어넘지 못했다. 캐나다가 TKMS를 최종 선정한 것은 북극 해양안보, 대서양 방위, 나토 작전 연계성까지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다. 캐나다는 최근 EU(유럽연합)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에 비유럽권 최초로 참여하기로 하는 등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캐나다와 유럽의 협력이 한층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수주 실패는 한국 방산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대형 방위사업은 성능·가격 경쟁을 넘어 외교·안보·동맹 구조가 결합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국토교통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로 낙점된 광주 군공항 인근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일주일 만에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산업단지로 선정하면서 메가 프로젝트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인근지역 투기 수요를 잠재울 토허구역 지정을 서둘러, 혁신도시·기업도시 때 기승을 부렸던 투기가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광주 군공항 부지는 820만㎡(250만평)에 달하는 규모와 즉시 확보가 가능한 국유지라는 점, 평탄화 작업이 완료돼 부지조성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광주 도심과 KTX 역에 가까워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와 정주여건 측면에서 유리하고 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 접근성도 뛰어나다.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이후 들썩이는 광주 부동산 시장은 군공항 부지 선정을 계기로 한층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을 해법은 토허구역 지정이다.
정부가 메가특구 내에 '한국형 우븐시티'를 추진한다. 도요타가 일본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등을 규제 없이 실험하기 위해 만든 실증도시 모델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혁신 생태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이다. 과감한 규제 혁파와 기업 중심의 실증도시 모델은 진작에 추진되었어야 마땅했다. 그동안 '스마트시티' 정책은 기술 실증보다 부동산 개발에 치중하며 본래의 혁신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정부가 세제·입지·규제특례·실증 인프라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업형 실증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세계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다시피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며 행정절차 단축과 규제 제거를 지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와 행정 지연에 막혀 제때 투자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가 자회사 중복상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때 적용할 세부 기준을 발표했다. 앞으로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기 위해서는 모회사 주주 동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엔 3%를 초과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아닌 일반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주주동의를 거치면 상장심사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반영한다. 모회사 이사회에는 이같은 주주동의 여부 확인을 포함해 △주주 영향평가 △주주보호방안 마련 등 5가지 의무가 부여된다.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에는 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정부가 중복상장을 막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망한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해 모회사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는 악습을 끊겠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소액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간 업계는 중복상장이 금지되면 모험자본의 투자금 회수(Exit) 시장을 마비시켜 창업 생태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기준에는 이같은 우려도 일부 반영됐다.
법인파산과 자영업자 폐업, 개인회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내수부진과 청년실업, 양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매출 타격으로 임대료와 인건비·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 해 파산이 10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개인파산과 회생신청 급증도 변변치 않은 수입에 빚에 따른 이자를 제대로 못내 막바지에 몰린 결과다. 영세 소상공인들도 역대 최대규모의 빚더미와 매출 부진 속에서 폐업 위기에 휩싸였다. 1분기말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잔액과 연체액도 각각 1095조원과 22조3000억원에 달해 모두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7만6000개로 폐업률이 8. 64%에 달했고 음식·숙박·도소매 등 소상공인 주요업종 폐업률은 11. 08%로 두자릿수를 넘겼다.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이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의 개인 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 79%로 저축은행 사태 당시인 2015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져 연체율과 폐업, 파산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계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예고한 대책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 들어 내놓은 부동산 공급대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요 억제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기는 역부족이다. 단기 규제보다 공급확대와 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최대 요인은 공급부족이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물량은 2만7158가구로 작년 대비 41. 8% 급감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규제가 맞물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상승장에서는 매매가격 못지 않게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공급 감소로 전세난이 심화된 결과 임차 비용이 올랐고 이는 실거주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출 규제 역시 투자 수요는 위축시켰지만, 실거주 수요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는 막지 못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3. 2% 상승해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로 제시한 2%를 한참 웃돈 것이다. 이란전쟁 여파로 석유제품 가격이 24. 7% 상승한 영향이 컸다.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석유류 가격은 떨어지겠지만 문제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1년 사이 1300원대 중반에서 1500원대 중반으로 200원 안팎 상승해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 5월 지표를 보면 원화기준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4. 8% 상승했다.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는 17. 7% 상승하는 데 그쳐 환율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수입물가는 순차적으로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데,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환율 충격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 전·월세를 뜻하는 집세 상승도 부담이다. 집세는 2023년 3월 이래 1% 미만에 머물렀지만 올해 4월부터는 3개월 연속 1%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한국경제보고서'를 내놨다. 저출산·고령화와 지역경제 격차를 한국 경제의 과제로 지적하며 노동·재정 분야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진단한 것이 골자다. 1990년대 초반 7%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1. 5%선마저 위협받는 현실은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OECD가 부동산 세제의 보유세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벌어진 노동시장 개선,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거점지역 집중 투자를 권고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OECD는 한국경제가 계엄·중동 전쟁에도 회복세라고 평가하며 올해 성장률을 2. 6%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1. 9%로 내려 잡았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6월 수출이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OECD는 내년 4분기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 46%로 내다봤는데, 잠재성장률이 1. 5%를 밑도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기초 체력을 강화할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국산 흰 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논리가 작동한다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값에 우유를 사 먹는다. 이는 '원유 쿼터제'와 '원유가격연동제'에서 기인한다.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는 우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게 한 것이다. 저출산과 식문화 변화, 대체 음료 확산으로 흰 우유 수요가 감소했지만 유업체는 수요보다 많은 쿼터 물량을 비싼 값에 구매해 재고와 손실을 떠안고 있다. 생산비·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더해지면서 사료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 생산비만 오르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유업계가 이렇게 사들인 뒤 남아도는 우유를 분유로 가공하며 버티고 있으나 비싼 원유 탓에 국산 분유 제조원가는 수입산의 3배가 넘는다. 수입 멸균우유는 몇년새 수입량이 40배 급증했다. 올 들어 미국산 멸균우유 관세가 철폐됐고, 7월부터 유럽산이 무관세로 전환되면 공세는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내걸고 중점 육성하는 메가특구에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기업 법인세·상속세, 소속 직원 소득세 감면과 특별보조금 지급, 국민성장펀드 배정, 근로시간 규제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도 메가특구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이들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정부의 메가특구 조성과 지원계획은 전방위적이다. 본지가 2일 보도한 잠정안에도 재정, 세제, 금융, 인프라, 교육 등을 포함하는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담겼다. 서남권 반도체 단지조성과 관련해 수도권과 떨어져있어 기업과 직원들이 투자와 근무를 꺼릴수 있다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선에 대한 응답 성격도 있다. 교육, 의료, 문화시설을 배치해 직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상속·법인세 감면 등으로 배후 기업들의 입주 수요도 충족시킨 만큼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도록 했다는 것. 특구의 성공을 위해 기업 맞춤형 지원과 세제특례가 필요하다는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요구도 수용했다.
정부가 30일 경기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구리를 규제지역으로 추가했다. 최근 집값 급등이 두드러진 이들 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된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도 무겁게 매겨진다. 일단 거래가 줄고 가격 숨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시장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사업장과 인접해 셔세권(셔틀버스로 다닐수 있는 지역)으로 불리는 동탄과 기흥은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투자 확대, GTX-A 개통 등 교통 인프라 개선 호재로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다. 수억원대 성과급같은 반도체 업계 특수와 증시 급등에 따른 추가 수혜도 예상됐다. 실제로 올해 1 ~ 5월 동탄에서 집을 사는데 쓰인 돈 중 투자자산 매각대금이 1538억원으로 전년보다 9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리시는 규제가 심한 서울과 인접한 역세권이라는 이점으로 부각됐다. 일단 일시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는 있다는게 정부 안팎의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