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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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무역 협상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 사업이 최종 확정 단계다. 한미 양측은 미국 현지에 원자력발전소 8기를 협력해 건설하는 내용을 오는 18일 프로젝트 최종합의문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 미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텍사스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7월 무역 합의를 통해 미국이 부과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 외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양측 협상 과정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 2차 투자 계획까지 발표한 일본에 비해 속도가 늦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은 이재명정부의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 발표 이후로 강제노동·과잉생산 관세를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프로젝트가 확정돼 실행에 옮겨지면 미국의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르네상스 청사진을 내놓은 가운데 총 투자규모 1300억달러로 알려진 미국내 원전 건설 공동협력 계획은 향후 국내 원전 기업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던 여름이 물러갔다. 유럽은 폭염과 산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고 독일, 체코 등 각 국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한국도 경남 양산에서 기상 관측 122년 역사상 최고 기온인 42. 5도를 기록했다. 네팔에서는 대홍수로 최소 600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극한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기후변화는 그렇지 않다. 멀리 내다보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유럽은 지난 6월말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평년보다 사망자가 3만5000명 이상 늘었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올해 폭염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1800억유로(약 281조원)로 올해 EU 성장률 전망치 1. 1%를 상쇄할 수 있는 규모다. 폭염으로 인한 가장 큰 경제적 영향은 EU GDP의 0.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 노동생산성 손실이다. 농업 생산량 감소, 식량 가격 상승, 전기료 인상, 도로·철도 교통 마비도 피해를 가중시킨다.
정부가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행정 현장은 정반대로 가는 양상이다. 부처마다 경쟁하듯 쏟아내는 '역대 최대' 과징금과 제재가 기업의 숨통을 죈다. 말과 행동의 엇박자는 기업의 혁신과 도전 의지를 가로막는 효과를 낳는다. 엄벌은 전방위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까지 식품업체에 매긴 과징금만 1조3500억 원을 넘어섰다. 쿠팡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과 세무조사로 1조원대의 부담을 떠안는 등 플랫폼·유통업계 옥죄기도 거세다. 은행권이 피해 계좌 97%와 자율배상을 마쳤는데도 밀어붙인 6000억 원대 ELS 과징금에 이르기까지 경계가 없다. 위법의 경중을 떠나 '일단 때리고 보자'는 식의 행정은 그만큼 부작용을 낳는다. 검색 알고리즘 제재로 6년째 소송에 갇힌 네이버나 카카오모빌리티 등 안방 플랫폼이 발목 잡혀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사이 글로벌 빅테크는 국내 영토를 거침없이 넓혔다. 실질 피해 산정도 못한 LTV 정보 교환 제재(2720억 원) 등 금융권 압박 역시 여신 공급 축소로 이어져 결국 혁신 벤처와 소상공인의 돈줄을 끊는 자충수가 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 명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외국인 넷 중 셋은 외국인 등록과 거소 신고를 한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 7%에 달해 명실상부한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 외국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외국인을 '노동력'이나 '관광객' 정도로 취급하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비숙련 노동 현장의 인력 부족을 메우고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학의 재정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을 데려오는 데만 급급하다. 외국인 정주 여건을 돕고 당당한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거시적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행정은 사분오열돼 있다. 법무부는 비자를, 고용노동부는 노동력을, 성평등가족부는 다문화 가정을, 교육부는 유학생을 따로 관리한다. 부처 간 칸막이에 유사 사업이 중복돼 예산이 낭비된다. 정작 인권 보호나 불법 체류자 관리 같은 현장 문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일쑤다. 이런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출입국·이민관리청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이 추진됐지만 정치권 갈등과 부처간 주도권 다툼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고용노동부가 3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현장 혼란을 수습하겠다며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내놓았다.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N%)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배분하라는 요구나 공장 신설·증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의무적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노동부는 이 지침을 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과 부당노동행위 사건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법 시행 이후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가이드라인으로 급한 불부터 끄려 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지침은 법률도 시행령도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노사분규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지침의 기준도 여전히 모호하다. 노동부는 투자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인력운영 계획 등이 구체화돼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투자의 어느 단계부터 인력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지 다툼거리다. 사측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고 노조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맞설 것이다.
정부가 3일 대규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효율화 의지를 밝혔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와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등 109개 공공기관 감축을 통해 중복기능 정비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고 한다. 기관 별로 논란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지방이전 문제는 제대로 하려면 살필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구상에 따라 350여 개 중앙행정기관과 약 15만명이 이삿짐을 싸는 대역사다. 이전 1차 공공기관 이전보다 규모가 크다. 그래서 당시 나타난 과열 유치 경쟁의 부작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차 이전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이후 2019년까지 이어져 150여 개 기관과 5만여 명의 종사자가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 흩어졌다. 지역민의 성화와 지역별 균등 분배 원칙에 치우쳐 성과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가족 동반 현지 이주율이 70% 정도에 머무는 등 수도권 인구분산,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이재명 정부 인사난맥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6개 부처 개각에 이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돌연 사퇴가 대표적이다. 경찰 수뇌부 인사가 있었지만 경찰청장은 여전히 공석이어서 1년9개월째 대행 체제에 머물고 있다. 해외 출장길의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인사소식을 듣고 일정을 번복해 한미 재무장관 회의가 불투명해진 것은 혼란의 절정이다. 이번 개각 대상에는 부동산정책의 주무부서인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가 포함되며 주목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진두지휘한 김용범 실장의 거취도 주목받았지만 개각 당일만큼은 위상이 굳건해 보였다. 곧바로 정책실장은 그대로 두고 재경부와 국토부 현직 차관 2명을 장관으로 각각 승진시킨 것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고 야당도 이를 문제삼았다. 결국 이틀만에 김 실장은 사퇴했다. 국정기조 전환의 의지 표명보다는 여론악화에 따른 땜질식 인선이라는 비판을 자인한 것이다. 검찰청 해체와 수사권 폐지가 목전인 가운데 권한이 집중되는 경찰의 수장 공백도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12. 8% 늘린 821조원으로 확정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행정안전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대폭 늘린 게 단적인 예다. 내년 국가채무는 1500조원대에 이를 전망으로 재정경제부 내부에서도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내년 지자체에 이전되는 지방교부세를 제외하고 정책 추진에 사용하는 사업비는 7조634억원이다. 사업비 중 40% 이상을 지역균형성장에 투입하는데, 이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을 올해 1조1500억원에서 내년 1조4500억원으로 26. 1% 늘린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 할인판매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예산확대에 따라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25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은 정권에 따라 큰 부침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3522억원, 2024년 2998억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정부가 1일 국무회의를 열어 세제개편안 원안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축소하고 보유세 부담 상한을 높이는 당초안을 철회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약기간과 납부 한도는 현행을 유지했다. 정부가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여론과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일부 수용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불거진 논란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해소되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갔다. 1주택자 종부세 공제 축소를 철회한 것은 그나마 합리적이지만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공제액을 달리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은 여전하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해 국회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 개편도 국회에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대상 업종을 축소하고 가업 영위 기간 조건도 강화한 원안을 유지했다. 정부안은 편법적 승계를 차단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 승계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적지 않다.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히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술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일자리 유지를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1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액(821조원)과 전년 대비 증가율(12. 8%) 모두 역대 최대치다. 불과 4년 뒤 2030년 예산은 1000조 시대를 예고했다. 초팽창 예산, 슈퍼 예산이라 불린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커진 세수여력을 무기로 돈을 풀어 경기회복과 성장동력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초격차 선도국가'를 향한 마중물과 디딤돌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짐에 기대를 걸어보면서도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반도체 특수에 기댄 팽창재정은 그 성과가 기대 이하이고 후일 세수마저 어려운 상황이 오면 미래세대의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재정의 경직성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시적인 재량지출보다 없애기 어려운 의무지출이 더 많아진 게 4년 전이다.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를 포함해 의무지출은 연평균 8. 5% 속도로 가파르게 늘어 왔다. 국가부채는 내년 처음 1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인 가계·기업 부채에 더해 ' 부채공화국' 소리를 듣게 됐다.
기준금리가 3. 0%를 찍은 뒤에도 추가상승 전망이 확산되면서 전세대출 임차인이나 빚이 많은 취약계층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에서 겨우 벗어난 중소기업들도 이자부담 급증과 경영상 고충을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내년 1분기에 3. 5% 기준금리가 예상된다고 언급하자 파장이 커진다. 집값 상승과 투기 수요를 겨냥한 것이지만 금융시장 혼란의 단초가 될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리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8%' 시대가 임박했다고 진단한다. 기준금리는 7월과 8월에 연속 상승하면서 고정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이미 7%를 훌쩍 넘어섰다. 주담대 금리가 0. 25%P 상승할 때마다 전체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000억원 늘고 1인당 평균 이자액도 연 30만원씩 증가한다. 전세 매물이 극히 드문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도 6%대로 오르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넘어선 서울 지역은 8억 ~ 9억원대 물건도 늘어난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 불완전판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선배상 후정산'을 검토한다고 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건에 대해 제재 확정이나 회생절차 종료 전 먼저 배상하고 손실이 확정되면 사후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책임이 확정되기 전에 금융회사에 배상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임있는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책임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은 법원의 판단이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책임이 규명되고 손해액이 확정된 후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법적 책임이 확정되기 전 금융회사의 자율배상을 유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당국은 은행에게 법원 판결 전 피해자와 합의해 배상하도록 유도했다. 은행들은 자율 배상에 응하면 배임죄 처벌이나 주주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당국의 압박에 결국 수용했다. 법원은 금융상품 투자에서 자기책임 원칙을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