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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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주비·중도금용 집단대출을 가계부채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출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정비사업 조합원과 수분양자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한 것은 틀림없지만 국가의 정책이 수립되고 변경되는 방식을 지켜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조치는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민원인의 발언을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은 2년 전 분양을 받았지만 최근 잔금대출이 막혀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사연을 듣고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렇게 만들면 사실은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토론회 현장에서 규제 완화를 끌어낸 여성 참석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수요자를 구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 완화 과정은 역설적으로 우리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계부채 총량규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당국이 데이터에 기반해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할 정책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봤다지만 삼성전자는 DS(반도체)부문을 제외하면 DX부문(완제품 등)은 원가부담을 호소하고 연간 적자전환을 우려한다. 현대차와 대한항공도 고유가와 원가상승으로 영업익이 각각 전년보다 20%, 34%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계의 '영업익의 N% 성과급' 같은 획일적 요구가 적절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문제로 노사가 또다시 갈등할 조짐이다. 사측이 임단협에서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노조가 "약속 위반"이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급상한을 폐지한 영업이익 10% 분배가 현실화(연간 270조 이익 가정)되면 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평균 7억~8억원의 상여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단일기업에서만 20조~30조원의 현금이 풀리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논란의 시발점이었고 삼성전자 노사도 성과급 주식 지급을 합의했던 점을 감안하면 변화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부동산 대토론회가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3시간이 넘도록 열렸다. 전문가뿐 아니라 재개발 대상 지역 주민, 지방 아파트 보유 대학교수, 지방 국립대 재학생, 부동산 유튜버, 수도권 분양아파트 입주 예정자, 무주택 신혼부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대통령 앞에서 의견을 밝혔다. 분야별 사전 토론을 진행하고 온라인을 통해 제안을 모은 것도 정책 과정의 투명성 면에서 진일보한 시도다. 하지만 다음달로 예정된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이뤄진 데 따른 한계도 명확했다. 공급과 세제, 금융을 두루 살핀다고 했지만 확인된 것은 정부의 증세 의지였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에 대해 "정치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1주택을 기준으로 △실거주 주택 △서민 주택 △지방 주택은 부담을 경감하고 △호화주택 △다주택 △투기용 주택은 가중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똘똘한 한 채가 가장 효율적으로 투기할 기회를 만들었다"며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도 손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가 22일 여수 지역 석유화학산업 재편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포함한 7000억원대 패키지를 내놨다.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4개사가 NCC(나프타분해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데 따른 지원책이다. 이번 여수 1호 프로젝트는 지난 2월 발표한 대산 1호에 이어 두 번째다. 두 프로젝트를 합치면 NCC 생산능력은 약 250만톤 줄어든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의 2/3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단 공급과잉 완화의 큰 단추를 채운 셈이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미 위기가 경기순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범용제품의 공급과잉, 노후 설비의 비효율, 중국발 경쟁 심화 등이 겹치며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과거처럼 업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려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뜻이다. 그대로 두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에 대해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부과를 검토한다는 본지 보도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지난 4월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이 제한됐다. 이제 규제의 칼끝이 개인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로 향하고 있다. 부담금은 양적규제 일변도인 가계 대출에서 가격규제가 도입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소급 적용 과정에서의 신뢰보호 원칙 위반, 세입자로의 비용 전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부동산 금융정책 경청 토론회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을 제안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이자와 별도로 대출액의 1~2%를 부과하자는 방안인데, 다주택자부터 적용하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가 5억원을 빌렸다면 연 5% 이자에 부담금 2%가 더해져 사실상 연 7%의 이자를 무는 것이다.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제도가 도입되면 지난 1월 기준 102조9000억원에 달하는 다주택자 대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천공항과 지방공항의 통합 추진이 중단됐다. 정부가 곧 발표하는 공항개발종합계획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외하기로 하면서다. 한국공항공사는 운영적자에 시달려온 지방공항의 운영을 맡아온 기관이다. 올 1분기 국제선 여객 기준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한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지방공항 적자를 메우는 식으로 훼손되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2001년 3월 개항한 인천공항은 25년 만인 올해 7월 누적 여행객수 10억명을 넘어섰다. 전세계 주요공항 중 최단 기간 달성으로 아시아권의 또다른 교통허브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35년, 일본 나리타공항이 39년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이상 단축한 것이다. 지금도 매일 10만8000여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은 지난해 88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정도로 수익면에서도 알짜회사로 꼽힌다. 공항 부지, 기반 시설을 확대하고 스마트탑승같은 새 기술로 돈 쓸 곳이 많은 인천공항도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에 추진이 멈춘 지방공항과의 통합운영이다.
'ETF(상장지수펀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자사가 출시한 상품을 포함해 특정 영역 투자 자제를 당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단기 상승 모멘텀을 확신하는 투자자가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시장 전체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은 어디까지나 시장 구조를 완벽히 이해한 투자자가 초단기 트레이딩에 나설 때만 유효하다. 낮은 진입장벽에 본주(기초자산)보다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주식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졌고, 코스피는 해외에서도 우려하는 위험한 시장이 됐다. 당국은 다음달 5일부터 기본예탁금 기준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물이다. 정부가 동복댐 증고와 댐 여유 물량, 발전·농업용수 전환으로 하루 65만t이 넘는 산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영산강 보를 놓고 존치와 해체를 오락가락 하지 않았다면 용수에 대한 해법찾기도 보다 수월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애초 홍수와 가뭄, 수질과 수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영산강 승촌·죽산보는 취약한 수량을 보완하고, 농업·생활·공업용수와 홍수 조절을 염두에 둔 시설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시절 일부 수질 지표 악화를 강조하는 보고서와 환경단체의 목소리 등이 합쳐져 '적폐' 프레임을 씌우는 결과를 낳았다. 영산강보는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의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결정 취소, 2026년 이재명 정부의 재자연화 재논의 예고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운명이 달라졌다. 기준이 된 것은 인프라의 필요성이 아니라 정치적 진영논리였다. "보가 있으니 녹조가 생긴다"는 비과학적 서사가 힘을 얻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의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 K-바이오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물질인 펩타이드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2021년 mRNA(메신저 리보핵산), 지난해 ADC(항체약물접합체), 이번에는 펩타이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해왔다. 특히 펩타이드는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제약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5년 15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펩타이드 CDMO 시장 역시 연평균 20% 넘게 성장해 2035년 291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펩타이드 CDMO 시장 진출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
국가정책의제는 정권에 따라 표류해선 안 된다.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산업 발전이 국가적 아젠다가 된 상황에서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전력과 용수 확보는 필수 과제다. 원자력발전과 수자원 정책이 부침을 겪었던 것에 대해서도 복기가 필요하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R&D 인력의 효율적인 연구와 시간배분을 위해서 경직적인 적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5번의 여야 수평적 정권 교체는 민주주의 성숙의 상징이지만 주요 정책면에서는 부침이 심한 흑역사라 불릴만 하다. 대표적인 것은 원전 산업이다. 원전은 박정희 정부에서 도입된 이후 UAE(아랍에미리트) 수출이 이뤄지는 등 산업적으로 성숙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혼선을 빚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이를 복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의 감원전 공약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기반하에 원전 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자원 정책도 정권에 따라 급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백지화로 돌려세웠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 5% 이내로 제한하면서 총량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은행들이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이미 넘기면서 매년 연말 반복되던 가계대출 '셧다운'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빚투'(빚내서 투자) 신용대출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은 것은 총량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5대 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649조661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조6912억원 늘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4조3400억원)을 3500억원가량 초과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합산한다. 올해 주담대는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면 제자리 걸음인데, 빚투를 위한 신용대출이 5조원 넘게 급증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KB국민은행이 지역구분없이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초강수를 둔 것도 신용대출이 속수무책으로 불어난 탓이다. 한도대출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자 손대기 쉬운 주담대부터 틀어막고 나선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 7%(380원)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2. 7%를 웃도는 수준이다. 영세 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할 인건비 부담이 물가상승 속도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돼야 할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 위기'와 내수 부진, 매출 감소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곧 고용 축소나 무인화·자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심의에서도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 도입이 무산됐다. 지역마다 소득과 물가가 다르고 업종별로도 생산성과 경영 환경이 상이하다. 예컨대 숙박·음식점·농림어업 등 취약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상회해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상당하다. 획일적인 인상률은 여건이 열악한 지역과 취약 업종에 더 큰 타격을 가해 K-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