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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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극심한 지정학적 변동과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중 경쟁, 에너지 안보, 첨단기술이 뒤엉키는 새 패권 질서를 놓고 이를 돌파할 한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서울에서 마련됐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이다. 미국 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가 동맹을 배제하는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나일 가디너 헤리티지재단 센터장은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하되, 필요시 군사력도 사용할 준비가 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이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무기는 '제조업 역량의 진화'다. 다행히 미국은 반도체, 자동차 등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을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파트너 지위에 만족해선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열쇠는 공장 설비와 로봇 등 하드웨어에 고도의 지능을 부여하는 '피지컬 AI'다. 기조연설자인 제이 리 메릴랜드대 석좌교수는 "한국이 미래의 피지컬 AI 리더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산업용 피지컬 AI가 한국의 새로운 생존 무기임을 역설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 7% 성장했다.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 0. 9%를 크게 웃돈다. 이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2. 0%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일등공신은 단연 슈퍼사이클에 올라 탄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실적이 코스피 6000 돌파를 넘어 경제성장률까지 견인한 것이다. 1분기 성장률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1. 1%포인트에 달했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695억달러로 전체 수출액 1995억달러의 35%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작년 같은 기간 20%에서 15%포인트 상승해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걷어내면 경제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 CEO스코어가 내놓은 500대기업 실적 분석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은 양사가 61. 6%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은 7.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755%, 405% 증가했지만 다른 상당수 기업들은 중동전쟁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잠정안에서 2040년 연중 최대 전력수요를 138. 2GW(연간소비 694. 1TWh)로 전망했다. 현재(약 100GW 수준)보다 최대 1. 4배 늘어난 규모다. 2년 전 11차 계획의 2038년 전망치보다 10% 이상 상향된 수치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산업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최소 2배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4~5배라는 전망도 나온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우 약 15GW(대형 원전 10기)의 전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과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전기화도 한몫한다.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논의의 핵심은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구축이다. AI와 반도체 산업에는 24시간 끊김 없는 고품질 전력이 필수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재생에너지에 더해 원전을 포함한 기저발전을 중심에 두고 균형 잡힌 조합이 절실하다.
2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슈퍼 사이클로 중형 조선사들이 부활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3사에 대한 RG 한도는 560억달러에 달했지만, 중형 3사(HJ중공업·케이조선·대한조선)는 21억달러에 그쳤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계약대로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로 수주에 필수적이다. RG 발급을 담당하는 국책은행과 금융사들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10여년 전 시작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이 퇴출위기에 몰렸고 수출입은행은 수조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중형 조선사들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조선사는 과거와 다른 구조인데, 금융권은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본다 △금융기관이 RG 확대에 보수적이면 중소형 선종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논리다. RG 문제 해결 없이는 중형 조선사의 부활도 언감생심이다.
특별하지 않은 특구가 쏟아진다. 1970년대 자유무역(수출자유)지구부터 최근의 메가특구까지 50년 가까이 누적되다보니 전국의 특구수는 2437개까지 불어났다. 17개 광역자치단체(시. 도)와 229개 기초자치단체를 따져보면 시도별로는 143개, 기초단체별로는 10. 6개씩 있는 셈이다. 특구별로 산업개발, 외자유치 등을 목적으로 예외적인 혜택을 준다고 했지만 차별화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이재명정부가 최고수준의 규제특례 등을 내세우며 메가특구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특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없으면 또 다른 중복 특구만 양산할 뿐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안산·김해·창원·진주·포항·청주·구미·군산·나주·울주·홍릉(서울)·천안·아산·인천·춘천 등 전국에 걸쳐 14개 강소연구개발특구를 지정했다. 하지만 주변 대학과 병원, 연구소 등이 결합된 홍릉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못하는 것도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학교, 연구시설, 기업 등 배후 기반시설과의 협력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수인 이유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와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다. 물가 안정과 성장 지원이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를 마주했다. 신 총재는 취임사에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천명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이분법을 넘어 경제와 금융 여건을 살피겠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본령은 물가 안정이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선제적이고 단호한 대처를 주저해선 안 된다.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은 물가에 상방 압력을 더하는 변수다. 신 총재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한 만큼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등 원화 국제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왜곡을 줄여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계치를 넘어선 가계부채는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긴밀히 공조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건전성 수단을 일관되게 활용해 부채 증가 속도를 성장률 범위 안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45. 4% 급감했다. 월세(반전세) 물건 역시 24. 9% 감소했다. 매물이 귀하다 보니 집세는 가파르게 오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북지역 아파트 단지도 올들어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속출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52만8000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게 서민 가구의 현실이다. 정부가 주택 매매수요를 억제하는 데 정책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부작용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 허가제, 다주택자 규제 등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임대 시장에서 공급이 감소했다. 보유세 부담 증가, 전세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공공임대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건설공공임대 입주 물량은 행복주택 219가구가 전부다.
1분기 실업자 수가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이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선 와중에 도로공사 자회사의 채용비리가 터졌다. 어제 본지 보도에 따르면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교통방송 등을 담당하는 도로공사서비스에 대한 감사 결과, 경력직 채용에 심각한 비위가 있었다. 도로공사서비스는 모회사인 한국도로공사 퇴직자에게만 채용 정보를 사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면접 평가위원에게 서류전형 자료를 전달해 이들이 도로공사 출신이란 점을 미리 알게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뭔지도,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정부부처 산하기관의 무능과 기강해이를 질타했지만,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총 458개 공직 유관단체에서 공정채용 위반으로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이 된 사례는 34건에 달했다. 실제로 고위직 자녀가 신규채용 시험도 보지 않고 단기계약직으로 채용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면접위원이 2위 응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1위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온갖 비리가 만연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보 재정 누수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보 급여비 지출은 수가인상, 비상진료 지원 등으로 전년보다 8. 4% 늘어나 사상 최대치인 10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은 저성장과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수입은 4%대 증가에 그쳤다. 올해 건강보험 수지는 수천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수입기반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낭비요소를 막는 것이 관건이다. 대표적인 것은 의료쇼핑과 과잉 진료다. 지난해 365회 초과 외래진료 이용자의 1인당 급여비는 1221만원으로 전년(1137만원)보다 7% 늘었다. 2024년 7월부터 연 365회 초과 외래 이용자에는 진료비의 90%를 부담하도록 한 제도(차등부담제)가 시행됐는데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365회 초과 이용자의 평균 외래이용 횟수가 지난해 432. 6회로 전년 449. 6회보다 감소했는데도 급여는 더 많이 빠져나갔다. 실손보험을 통한 의료 쇼핑도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가입을 통해 24개 병원에서 1년에 2050회나 진료를 받은 '환자'도 있다.
밥상 물가를 담당하는 유통·식품 기업이 고유가와 고환율의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다. 밀·옥수수·식용유, 포장재까지 수입하는 구조에서 유가 급등은 곧 공장 가동비와 물류비 급등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원가 절감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표는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 1% 뛰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수입물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으로 전이된다. 2011년 '아랍의 봄' 위기 당시 소비자물가가 단 1년 만에 4%대까지 치솟았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2% 올라 전달(2. 0%)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재정경제부가 유가 상승·환율 불안·내수 둔화를 들어 8개월 만에 다시 '경기 하방 위험' 신호를 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킨다.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Mithos)'가 촉발한 해킹 충격으로 주요국 정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민·관·군 주관 부처에 대응 강화를 주문했고, 과기정통부와 금융당국도 통신·플랫폼·보안·금융권의 보안 책임자들을 불러 AI 해킹 위협을 점검했다. 미국은 재무부와 연준이 월가 주요 은행 CEO들을 소집해 AI 기반 사이버위협을 논의했고, 영국도 국가사이버보안센터와 AI 안전연구소를 앞세워 금융당국·은행권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보안성이 높기로 유명한 오픈BSD 운영체제에서 27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취약점을 단숨에 찾아낸 미토스는 인간이 찾지 못한 논리적 오류를 AI가 포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탐지를 넘어 공격 시나리오 설계와 악성 코드 작성까지 지원하는 단계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AI 대 AI'의 방어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속도와 규모 면에서 공격을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전력망·금융시스템·통신 인프라·의료·교통 등 어떤 영역이든 무차별적인 '대량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이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 300조원을 넘어서고 불과 3개월 만에 100조원 늘었다.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ETF 순자산은 176조원으로 44%를 차지한다. ETF 투자금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다시 투자금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피 6000' 탈환에도 ETF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치우쳐 있던 재테크 패러다임이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실시한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재테크 방식으로 주식이 부동산을 따돌리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30. 7%가 ETF에 투자하고 있었다.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투자가 쉽다는 점은 ETF의 장점이지만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한 상품에도 쉽게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TF 투자 경험자 가운데 이런 고위험 ETF 투자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4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