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경찰서장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 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 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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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찰은 어떤 모습일까.' 이승열 서울 노원경찰서장(53)이 스마트폰에서 챗GPT를 켜고 물었다. 챗GPT는 1초 만에 답을 띄웠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지역 공동체가 동참하는 치안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평소에는 오랜 동창이나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는 용도로 챗GPT를 쓰고는 한다"며 "어느 날 '미래 경찰'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제가 해왔던 업무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2013년부터 4년간 경찰청에서 미래기획계장을 맡았다. 부임 첫 해에 국가기관별 R&D(연구개발) 예산을 다룬 기사를 봤다. 여러 기관이 한정된 예산을 나누고 있었다. 원그래프 안에 수많은 기관의 이름이 있었다. 경찰청 순위를 알아보려고 상위권부터 훑어 내려갔다. 경찰 조직 구성원이 많은 만큼 예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방청과 해양경찰청도 그래프에 있었지만 경찰청은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잘못됐나'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직원들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더운 여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번만 알려주세요." 2015년 1학기 서강대학교 로스쿨 '경찰실무' 수업에서는 2012년 4월2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이 다뤄졌다. 피해자는 오원춘이 화장실을 간 사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1분20여초의 통화에서 피해자에게 정확한 주소를 알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강사는 수업 막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신고자 위치를 추적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실무 수업을 진행했던 강사는 2023년 경찰청 법무담당관으로 일하며 치안상황실 등 관련 부서와 함께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데 힘썼다. 경찰청 예규로 운영하던 내용을 67여년만에 법률로 명시했다. 오는 3일부터 시행되는 해당법에 따르면 112신고 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대한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경찰은 건물·차량 등에 출입할 수 있다.
"학생이에요? 직장인이에요?" 2010년 3월 충북 청주에서 한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시 인턴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 승객은 질문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직장인이에요"라고 답했다. 승객이 잠시 잠든 사이 택시는 낯선 골목길에 들어섰다. '청주 택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안남기는 택시를 운행하며 여성 승객을 골라 태웠다. 범행 수법은 유사했다. 직장인 여성 승객을 위협해 테이프로 결박했다. 숨진 피해자는 트렁크에 싣고 그대로 택시를 운행했다. 이후 하천 등지에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대전 대덕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사건을 담당한 박찬우 서울 강동경찰서장(50)은 택시 번호판을 특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범인이 CCTV(폐쇄회로TV)를 피해 돌아다닌 탓에 포착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20m 높이의 전봇대 위 CCTV를 발견했다. 박 서장은 "관리가 안 된 CCTV라 차량이 있다는 정도만 확인이 되던 차에 범인이 시신을 꺼내
1999년 '소라의 가이드'로 시작한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은 2016년 서버가 폐쇄될 때까지 100만명 넘는 회원이 활동했다. 미성년자도 있었다. 17년 동안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집단 성관계 등 불법 음란물이 유통됐다. 소라넷은 음란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붙이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최악의 사이트로 평가된다. 도박, 성매매, 성인용품 등 사이트를 통한 광고 수익만 수백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수익구조를 본떠 만든 음란사이트는 지금도 우후죽순이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온상 'N번방'도 그 중 하나다. 변민선 서울 성동경찰서장은 2015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소라넷 수사에 착수했다.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고 운영자 대다수가 해외 도피 생활을 한 탓에 추적이 쉽지 않았다. 이들 운영진은 "해외 시민권자라 처벌 불가능",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수사를 비웃었다. 변 서장은 "음란물 시
# 지난해 4월8일 낮 2시21분 대전 서구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가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다. 이 가운데 A양(9)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대낮에 어린 아이들이 오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다. 음주운전은 술자리가 많은 야간에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을 일삼는 이들에게 정해진 시간과 장소는 없었다. 또다시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사고 당시 경찰청 교통안전과장으로 있던 김창영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간 음주운전 단속을 대폭 늘렸다. 단속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낮에도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는 인식이 음주운전을 예방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사고 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호 울타리 설치도 의무화했다. 차도와 인도가 혼용되는 곳에는 어린이 전용 보행로를 만들었다. 제도와
"영사님, 좀 도와주세요. 미국 경찰이 강도를 잡아주질 않습니다." 2021년쯤 미국 시카고 인근의 한 소도시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30대 한국인 A씨가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 소속 경찰영사가 관할하는 영역은 미국 중서부 13개주로 남한 면적의 25배에 달한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 속 '고담시'의 주요 촬영지였던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강력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시카고에선 인명피해가 없는 절도 사건은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다수 교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과거에도 김씨는 매장에서 총기 강도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조치는 '하세월'이었다. 또 총기강도 사건이 발생하자 김씨는 '동일범 소행인 것 같다'며 우리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경찰영사의 요청을 받자 현지 경찰 당국 수사과장과 형사들이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김씨는 강도가 뒷문으로 도망쳤다며 도주경로를 설명했다. 경찰영
"30여년 전 집회·시위 현장에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던 시절, 경찰관이 중경상을 입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현장 경찰의 임무는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무엇이든 임무에 충실할 따름이었습니다." 하원호 서울 송파경찰서장은 1989년 경찰이 돼 서울경찰청 경비과, 경찰청 경비과, 101경비단장 등 경력 대부분을 경비부서 등에서 30여년을 보냈다. 그는 현대사의 획을 그은 각종 집회·시위 현장을 지켰다. 2004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시위, 2008년 광우병 시위, 2014년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이다.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이 연세대 신촌캠퍼스를 점거한 이른바 '연세대 사태' 때는 기동대 중대장으로 있으면서 눈앞에서 부대원 30여명이 다쳐 나가는 것도 지켜봤다. 당시 점거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측에서 의경 1명이 사망하고 89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학생 운동에 대한 국민여론은 급속히 악
# 지난해 4월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무차별 마약 살포가 이뤄졌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성인들은 학원가를 오가던 학생들에게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료' 시음을 권했다. 음료수 겉면에는 제약사 상표가 있었다. 학생들은 마약인 줄 모르고 음료를 받아 마셨다. 일당은 피해 학생의 부모 연락처를 받은 뒤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국내 최대 학원가에서 벌어진 '테러' 수준 마약 사건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고 △부모를 협박해 피싱 범죄 성격을 더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마약 범죄였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가 알려지며 클럽·유흥주점 대상 마약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2022년 7월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상태에서 학생들까지 피해자가 되자 대책이 필요했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단속과 수사 강화를 주문했다. 당시 경찰청에서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
"반장님, 강화도에서 초병 2명이 칼에 찔렸습니다. 용의자 추적 중입니다." 2007년 12월 6일 오후 6시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강력반장실로 다급한 보고가 도착했다. 인천 강화도에서 경계근무를 마치고 귀대하던 해병대 대원 2명이 돌진한 차량에 치인 뒤 칼에 찔렸다는 것이다. 차를 몬 신원 미상의 남성은 소총과 실탄, 수류탄 등을 챙겨 달아났다. 인천 강화·경기 김포·일산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 달아난 차량과 남성은 전국 수배됐다. 경찰은 달아난 남성을 6일만에 체포했다. 경찰청 강력반장은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현장 형사들과 시·도 경계를 넘어 도주한 용의자를 추적했다. 용의자 A씨(당시 35세)가 체포되기 전까지는 물론 다음날도 퇴근할 수 없었다. 초병살해범을 잡기 1년 전엔 서울 서남부에서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남규를 잡기 위해 현장 형사들과 공조하며 밤을 지샜다. 15년후엔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됐다. 그 때도 범인이 잡힐 때까지 퇴근하지 않았다
#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된 2000년. 밤샘 근무를 마친 경찰관의 눈에 빨갛게 핏발이 서렸다. 피곤함에 눈을 감은 것도 잠시, 또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밤샘 근무에 나섰다. 이틀간의 당직 근무 뒤 주어진 단 하루의 휴식 시간에도 교육을 받기 위해 경찰서에 나왔다. 몸을 갈아 일하게 하는 이 폐단을 누군가는 끊어야 했다. '경찰 대개혁 100일 작전'은 바로 이렇게 시작됐다. 많은 경찰관은 경찰 개혁이 획기적으로 이뤄진 기간으로 1999~2001년을 꼽는다. 당시 이무영 경찰청장은 "직원들 눈에 핏발은 없애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찰 대개혁을 추진했다. 개혁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100일. 이 기간에 경찰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없애기로 했다. 당시 경찰청 기획과 실무담당자였던 김상형 서울 서부경찰서장도 경찰 대개혁 100일 작전에 투입됐다. 주요 해결 과제로 △2교대 근무 폐지 △시간 외 근무 근절 △과잉 의전 폐지 △감찰 카드 폐지 등이 선정됐다. 김 서장은 "개혁이라고
#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직장인 A씨는 회사와 가까운 이곳에 자취방을 마련했다.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해지기도 전, 매일 밤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공포를 느낀다. "누구세요"라고 물으니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내 사라진다. 이 오피스텔에선 밤낮없이 모르는 남성들이 얼굴을 바꿔가며 집 문을 두드렸다. 2015~2016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종 오피스텔 성매매가 성행했다.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단속이 까다로웠다. 경찰이 추적을 시작하면 빠르게 방을 빼고 사라졌다. 거센 확산세에 '오피스텔 집창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당시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이던 김동수 서울 강남경찰서장은 이 확산세를 잡아야 했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성매매도 문제였지만 폭행, 강도 등 강력 범죄를 동반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김 서장은 "불법성이 크거나 그 시점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인 범죄를 확실히 제어하자는 목표가 있었다"며 "당시 신종 범죄이던 기업형 오피스텔 성
"과장님, 같은 차에 탄 3명이 그 자리에서…" 2015년 10월 14일 오전 9시쯤. 두달 전 충남경찰청 경비교통과장에 부임한 한 경찰관은 한 사고 소식을 접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충남 서산에 있는 한 국도에서 25톤 대형 레미콘이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덮쳤다. 승용차에 탔던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성당을 다니며 매주 봉사활동을 함께 다니는 이들로 이날 성지 순례를 위해 집을 나선 후 변을 당했다. 레미콘은 해당 승용차를 포함 모두 차량 4대를 덮친 후에야 멈춰 섰다. 사고를 수습하던 한 경찰관은 참혹한 현장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 사고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 노력하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경찰 생활 대부분은 정보과에서 보낸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즉각 예산을 확보하고 사고 지점에 신호위반·과속 단속 카메라를 추가 설치했다. '문제가 무엇일까' 끊임 없이 고민했다. 충남 전역 사고 발생지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