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시티' 한인보호 앞장섰던 경찰관, 친구같은 경찰서장으로

'고담시티' 한인보호 앞장섰던 경찰관, 친구같은 경찰서장으로

정세진 기자
2024.06.04 06:00

[우리동네 경찰서장⑭]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시민 스스로 안전 느끼는 일상' 최우선 목표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영사님, 좀 도와주세요. 미국 경찰이 강도를 잡아주질 않습니다."

2021년쯤 미국 시카고 인근의 한 소도시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30대 한국인 A씨가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주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 소속 경찰영사가 관할하는 영역은 미국 중서부 13개주로 남한 면적의 25배에 달한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 속 '고담시'의 주요 촬영지였던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강력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시카고에선 인명피해가 없는 절도 사건은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다수 교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과거에도 김씨는 매장에서 총기 강도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조치는 '하세월'이었다. 또 총기강도 사건이 발생하자 김씨는 '동일범 소행인 것 같다'며 우리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경찰영사의 요청을 받자 현지 경찰 당국 수사과장과 형사들이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김씨는 강도가 뒷문으로 도망쳤다며 도주경로를 설명했다. 경찰영사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도주로 옆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지갑 속에는 신분증이 들어 있었고 범인은 현지 경찰에 의해 곧 검거됐다.

가리봉동·남구로 관할하는 박재석 구로경찰서장 "범죄도시는 없다"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시카고에서 한인 치안을 책임졌던 경찰영사가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52) 이야기다.

구로구는 지난 1월 기준 인구 43만9000여명 중 12%(4만8343명)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대다수가 재한중국동포다. 가리봉동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에선 중국 위안화를 주로 취급하는 환전소와 오리머리튀김, 돼지꼬리 등을 파는 음식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7년엔 영화 범죄도시1편과 청년경찰이 개봉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중국 동포들이 흉기를 사용해 폭력 사건을 일으킨다는 이미지가 번졌다.

박 서장 "범죄도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17년 구로구에서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는 4895건이었지만 지난해엔 3737건으로 이 기간 23% 가량 줄었다. 2022년 5대 범죄 발생건수는 서울 자치구 31곳 중 9번째였다.

구로 하루 유동인구는 100만명에 달한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서울 지하철 1·2·7호선이 지나면서 경인대로와 남부순환로 등이 통과한다. 유동인구에 따른 범죄율 증가를 고려해도 '범죄도시'라는 이미지는 오해라는 게 구로서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재석 서울 구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 서장과 710명의 구로서 경찰관들은 시민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상 만들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박 서장은 우선 인력시장으로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 남구로역 주변에 출퇴근 시간대 순찰차를 집중 배치했다. 가리봉동과 구로동 일대에선 자율 방범대, 주변 파출소와 지구대, 외국인방범대,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 등과 합동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서장도 매달 한 차례 현장을 직접 순찰하며 치안 상황을 점검한다.

박 서장은 "관내 등산로와 둘레길을 경찰관들이 직접 발로 뛰며 신고 접수시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52개 노선을 개척해 신속 출동지도를 만들었다"며 "구청 도움을 받아 CCTV(폐쇄회로) 26개도 추가 설치했다"고 했다.

자율방범대와 민간경비 업체인 KT텔레캅은 순찰 정보를 공유하며 여성 귀갓길과 범죄 예방강화구역에 대한 순찰도 강화했다. 또 정신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정신질환 등의 이유로 자·타해 가능성이 높은 시민에 대해선 24시간 응급입원이 가능한 공공병상도 확보했다.

박 서장은 "경찰의 최우선 목표는 주민 안전"이라며 "우리 주민들이 예전보다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게 경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타니쇼헤이부터 치매노인까지…"오랜 친구 같은 구로경찰"
지난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투입된 경찰관들./사진=정세진 기자
지난3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MLB(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 투입된 경찰관들./사진=정세진 기자

박 서장은 "경찰은 오랜 친구와 같이 어디든 함께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서장이 범죄예방과 함께 사회적 약자, 범죄 피해자 보호에도 애쓰는 이유다. 구로 관내에서 발생한 범죄의 피해자 중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발굴해 산업은행을 통해 14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구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안전을 책임진 이도 박 서장이었다. 전·현직 야구선수 수십여명과 연예인, 관객 등 수만명이 몰렸다. 개막전 당일에는 누군가 '폭탄을 터뜨려 오타니 쇼헤이 선수 등을 해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안전사고 없이 서울 시리즈를 끝냈다.

박 서장은 "후배 경찰관들은 흉기를 휘두르는 피의자를 길 거리에서 막아서며 제압한다"며 "구로 경찰관들이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라고 했다. 이어 "1000여명 이상의 구로서 협력 단체 회원들이 때로는 생업을 뒤로 하고 지역을 위해 일해주고 있다"며 "헌신하는 구로경찰서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이야말로 영웅"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세진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