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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이 이번에 어렵다면, 묘소에는 참배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만들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초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홍범도 장군의 묘는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있다. 카자흐스탄 방문 때 독립지사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이 이뤄진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었고,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북측이 평양이 고향인 홍범도 장군에 대한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유해봉환을 추진했을 때도 북측이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남북 외교전이 벌어지자 현지 고려인들이 "그냥 크질오르다 묘역을 유지하자"고 매듭지었다고 한다. 장군의 유해가 아직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남북관계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은 별개의 문제"라며 즉각 추진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카심-조마르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한다. 만찬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그리고 그의 딸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상원의장과 함께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전직 대통령과 딸까지 참석한 만찬 자리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자흐스탄 특유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전직 대통령을 넘어서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위상에 답이 있다. 누르술탄이라는 도시명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에서 따 온 것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30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했고, 지난 3월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임시 대통령이 된 토카예프 대통령(당시 상원의장)은 수도 이름을 누르술탄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했다. 누르술탄이라는 도시 전체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흔적이 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불린 독립투사, 권총으로 동전도 맞힌다는 백발백중 전설의 스나이퍼,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영웅. 이런 홍범도 장군은 76년째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에 묻혀있다. 이 기막힌 상황은 망국과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이 겪은 근현대사의 최대 비극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고 이에 대한 환영 여론도 높지만 왜 아직까지 홍범도 장군의 묘가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있는지는 많은 이들의 의문점이었다. '홍범도' 이름 석자는 알았지만 정작 그를 잘 알지 못했고, 잊고 지내왔다는 반성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백두산 포수' 출신인 홍범도 장군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근거로 무장 독립투쟁을 했다. 대한독립군의 총사령관이었다. 1921년 '자유시참변'으로 독립군이 러시아 적군의 공격을 받은 후에는 연해주에 머물며 현지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비극은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40년간 국제정치학을 연구한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실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평가할 때 줄곧 이 점을 강조했다. 정치가 순간의 피아 구별과 이해 득실로만 따져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슈에 매몰돼 아웅다웅하지만 종국에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곤두박질 쳐질 비루한 말의 정쟁이라는 냉정한 판단도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처먹는다”, “징글징글 하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막말’이 세월호 5주기날 고개를 들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인데 현실이다. 분통, 욕설, 막말은 논리적 설득 전에 사람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든다. 정치인의 언어는 선동적이다.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한다. 치밀하게 계산한 뒤 지독하게 파고든다. 언어의 메시지가 빈약할 때 ‘막말’이 더해진다. 정치인들은 마치 전술처럼 막말을 일삼는다. 문제는 그 수준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너절하며 인간 혐오를 담고 있다. 5.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만드는 나라다. (한국이) 큰 구매를 해줘 감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한국이 미국 무기를 잔뜩 사줘서 고맙다는 얘기인데 우리 군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해야 했다. 미국산 무기를 추가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우리 군이 추진해 온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당장 미국 무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세일즈 화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마워할 만큼 우리 군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18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0년(2008~2017년)간 한국에 67억3100만 달러(7조6000억여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106억300만 달러), 호
대통령의 활동을 두고 희한한 논란이 반복된다. 2017년 중국 방문 때 '혼밥', 2019년 아세안 3국 순방의 외교결례 공방에 최근 기관총 경호 논란이 겹쳤다. 혼밥 홀대론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았지만 중국 인사들과 식사도 못하고 '혼밥'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게 맞다면 오히려 중국이 문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한 것이다. 반대로 말레이시아에선 문 대통령이 "슬라맛 쁘땅"(오후인사)을 해야할 때에 인도네시아 말 "슬라맛 소르"라고 해 상대국에 결례를 저질렀다고 비판 받았다. 다른 사안 같지만 본질은 하나다. 외교 일정에 대해 현지가 아니라 국내서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외교라면 상대국의 반응과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현지 분위기는 '논란'과 거리가 먼 것도 일치한다. 문 대통령 중국 방문때 자유한국당이 지적한 대표 사례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유타오(일종의 꽈배기), 더우장(중국식 두유)을 먹은 일이다. 의전적 대접도 못받고 혼밥을 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사실 이 일
"바다는 고요했다가 갑자기 큰 파도를 만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말했다. 북미 하노이 회담(2월27일)이 '노딜'로 끝난 직후였다. 흔들림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을 강조한 걸로 풀이됐다. 그런데 하노이 노딜 이후 4주, 미국이 새로운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하자 북한은 22일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파도'가 또 한 번 일었고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출렁인다. 북한 철수의 의미는 첫째 남북관계가 아직도 불가역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가역의 영역에 있음이 드러났다. 우리로선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지고, 신화 속 시지프스처럼 같은 돌덩이를 다시 옮겨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북한을 '악마화'해서도, 그렇다고 낙관론에 빠져서도 안된다는 걸 보여준다. 둘째 북한이 절박하다는 사실이다. 대화를 위한 전술이든, 이른바 새로운 길이든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건
#이달 12일 국회 본회의장 속기사들의 손이 일제히 멈췄다. 의원들의 말을 전달하는 수화통역사도 손을 내렸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고성과 야유를 기록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었다. 의원들은 국회의장석까지 올라와 항의했고 순식간에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국회를 참관하러 온 시민들의 낯빛도 어두워졌다. 민망한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표현을 인용하자 여야가 벌인 한바탕 소란이다. 이제는 사라졌나 싶은 본회의장 난투극의 추억이 소환되는듯 했다. #8일후 무대에 선 정당은 달라졌지만 풍경은 비슷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한국당을 거세게 비난하며 나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했다. 윤 원내대표는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연단에 서서 제1야당 원내대표를 콕 집어 몰아붙이자 돌아온 반응은 뻔했다.
작정한 공격이었다. 12일 국회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준비된 한방이다. 논란을 의식하기보다 대여 전선을 분명히 긋는데 방점을 찍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잘했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들끓는 여권, 그로 인한 국회 경색은 부담이다. 올 들어 2개월을 놀다가 겨우 개원한 국회다.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뺨을 친 꼴이다. 진행 상황에 따라 자칫 여론의 비난을 떠안을 수도 있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공을 들여왔다. 원내 부대표단은 물론 주요 상임위 간사들도 참석해 문구 하나하나를 살폈다고 한다. 일주일 이상 회의했다. 연설문 작성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근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며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문구는 지금 정권의 외교 안보 정책 실정을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해 들어갔다"고 말했다. 논의 단계에서 더 심한 표현도 많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판결을 들은 직후다. 매뉴얼에 따라 국방부·행정자치부 장관·경제부총리·외교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국정혼란을 수습하기에 앞서 취한 행동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뒷 일을 잘 부탁한다'는 말 대신 황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출마를 권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탄핵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증언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청와대 법률전문가들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100% 기각된다'고 보고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광장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시간을 벌기위해 탄핵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대신 권한대행으로서 국정혼란 수습에 전념했다. '선수'보다 '심판'으로서 차기 대
"뭐 하세요? 차 빼 드려요?" 지난 주말 서울 한 주택가 교회 앞에 서 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앳된 남성이 말을 건넸다. 황 대표가 이중주차돼 있던 차 근처에 서 있는 모습을 본 까닭이다. 이 교회 청년은 황 대표와 몇 마디 나눴다. 짧은 대화였지만 스스럼없었고 친근함이 묻어났다. 황교안에게 '청년'은 특별하다.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젊은 친구들과 어울렸다. 청년들과 함께 일한 기간만 20년 정도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짐을 내려놓고 민간인으로 돌아와 한 일도 청년을 만나는 것이었다. '청신호 포럼'이란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청년들과 만나 얘기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도 사석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역량에 비해 주어진 기회가 적다", "유교적 관점 탓에 어른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졌다" 등 청년을 화두로 삼았다. 청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가난한 어린 시절과 무관치 않다. 황 대표는 힘들게 컸다. 돈 때문에 대학 진학을 고민하자 예순을 넘긴 어머니가 "내
지난해부터 시작된 북미 핵담판의 특징은 '톱다운'이다. 고위·실무급에서 좁혀지지 않는 이견을 지도자들의 결단으로 좁히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 경직된 사고방식과 편견을 가진 북미의 관료들 대신 '뭔가 다른' 지도자들의 결단에 의해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였다. 중심에는 북한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워싱턴 정가 특유의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기브 앤드 테이크'를 추구하는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선대와 달리 '핵' 대신 '돈'을 원하는 김 위원장과, 자신만의 '업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딜'이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어릴적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자본주의의 맛을 봤고 미 프로농구(NBA)에 열광하는 모습은 '핵 대신 개방'의 설득력을 높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길이 불비해서 민망하다"며 낙후된 북한의 모습을 직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하노이 회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