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바나나면 난 달걀"

"네가 바나나면 난 달걀"

박응식 기자
2007.01.17 12:29

[인터뷰]제2회 한국CEO그랑프리 특별상-제프리 존스

"제가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는 늘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나믹하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것 아닙니까?"

 

지난해 12월 12일 한국CEO연구포럼과 머니투데이가 공동주최한 `제2회 한국CEO 그랑프리` 시상식에서 특별상 부문 `국제협력` CEO상을 수상한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54).

`한국CEO 그랑프리` 홍보대사직지 맡고 있는 제프리 존스 이사장은 한국사회에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파란 눈의 한국인`이다.

 

# 더불어 사는 삶

 

미래의동반자재단은 국내 실업자 및 실업가정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취업의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고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가 2000년 2월 설립한 비영리 자선재단이다. 또한 건강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며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풍요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설립정신이다.

 

이 재단은 매년 봄 개최하는 자선 골프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금을 모은다. 그 기금으로 실직 가정의 자녀 대학생 35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취업 박람회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6000여 명의 취업을 도왔다.

 

"저희가 직업훈련 및 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후원이 일시적인 도움에 그치지 않고, 수혜자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장기적인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업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고 삶의 희망을 얻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 재단의 설립에는 당시 암참 회장이던 제프리 존스 이사장의 노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재단 설립에 소극적인 회원사들을 상대로 "한국이 잘살아야 우리도 잘살 수 있다"며 설득했다. 1999년 11월 자선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암참 회원사들로부터 10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한 것을 바탕으로 재단을 발족했다. `미래의 동반자`라는 단체 이름도 그가 직접 지었다.

 

# 달걀론

 

제프리 존스 이사장은 푸른 눈을 가진 미국인이지만 그를 만나보면 영락없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할 뿐 아니라 노래방에 가면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박상민의 `멀어져 간 사랑아`를 척척 부른다. 술자리에서는 보통 끝까지 남아 `의리`를 지키지만, 어쩔 수 없이 먼저 나가야 할 때는 몰래 술값을 계산하고 사라진다. 고사성어나 속담은 물론, `뿅 간다’`냅둬요` 같은 속어도 아무렇지 않게 쓴다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 2세들 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몇 있는데, 그 중 한 친구는 자기 같은 사람을 바나나에 비유합니다. 몸에는 분명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한국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사고 방식도 완전히 미국식으로 굳어 있으니 겉은 노랗지만 속살은 새하얀바나나 같은 존재라는 것이죠.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야, 네가 바나나면 나는 달걀이다.`" 겉은 하얗지만 속에는 노른자위가 든달걀, 이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제프리 존스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시절인 1971년부터 2년 동안 서울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활동하면서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을 마치고 1980년 김앤장 법률 사무소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미국 변호사로서 인수합병(M&A) 자문을 하면서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특히 1998년부터 4년간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의 단체인 암참 회장직을 맡아 외국인 투자를 유치,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벗어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 한국 사랑

 

"한국 정부가 규제 완화를 강조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기본적 규제환경은 개선된 것이 없습니다. 특히 세금을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제프리 존스 이사장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날이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또한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인들의 약점을 꼬집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심할 정도로 봅니다. 그래서 창의성과 다양성이 자리잡기 힘들죠. 남을 의식하기 때문에 솔직하지도 못하구요. 유치원을 비롯한 교육 과정에서부터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씨티뱅크가 성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세계에서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다양한 문화가 조직내에 자리잡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이민정책도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동남아시아의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는 것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고로 전환해야 합니다."

 

제프리 존스 이사장은 지난 2005년 6월 두 아들의 한국국적을 유지하겠다고 발표, 지도층 자제들이 병역 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버리는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의 한국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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