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은 애 낳지도 말라?

비정규직 여성은 애 낳지도 말라?

여한구 기자
2007.06.14 08:02

계약직 근로기간 예외조항 삭제-임신휴가 가면 정규직 탈락

"도대체 계약직 여성은 애를 낳지도 말라는 겁니까."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7월1일부터 적용되는 비정규직법 확정안이 기간제근로자(계약직) 사용기간 산정에 있어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입법예고 안에는 기간제근로자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령 3조로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시 계약직 사용기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규정이 들어 있었다.

이 조항대로 라면 계약직 여성이 육아휴직으로 6개월 쉰 경우 그 기간은 근로기간에서 빠진다. 2년간 근로계약을 했다고 해도 사실상 2년6개월을 해당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규정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휴직기간을 보장받으면서 근무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용자는 숙련된 계약직을 2년이 넘더라도 정규직화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할 수 있어 노사 협의 과정에서 전혀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모법인 기간제법에 근무기간에 대한 위임규정이 없다는 법리적인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법제처는 시행령에 계약직 근로기간 예외규정을 둘 경우 법률 창출 효과가 있는데다 기존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과 상충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법제처의 논리는 '노동시장의 현실적인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법리적 충돌 해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논란 속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법인 데다 노사가 공히 찬성하고 있는 규정을 삭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계약직들은 출산휴가를 가거나 업무상 재해를 당해 일을 하지 못한 기간도 정규직화 여부를 가리는 기산점인 2년에 포함돼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을 해도 사용주의 선택에 따라 '정규직화' 또는 '해고'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마당에 장기간 쉰 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임신도 하지 말고 아이를 낳지도 말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회사일을 하다 다쳐 출근을 하지 못한 경우도 근로기간에 포함시키는 것은 '업무상 재해=계약해지'나 같게 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범 정부적인 출산장려책을 쓰면서도 법 해석에 얽매여 비정규직의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경란 민주노총 비정규국장은 "정부가 겉으로는 모성보호를 외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내팽기치는 것과 같다. 이런 법이 어떻게 비정규직보호법이 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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