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Takes Two to Tango." 신용카드 산업의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신용카드 회원과 가맹점. 이 둘 중 어느 하나가 없어도 카드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양자의 중요성은 선후를 가릴 수 없을 만큼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흔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에 비유되기도 한다.
카드산업이 갖는 이같은 특성은 규모의 경제와 비탄력적 시장구조라는 또다른 특성과 맞물려 가격결정구조를 여타 산업의 경우와 차별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소비자 만을 대상으로 하는 원사이디드 플랫폼으로 공급자의 상품원가와 수요자의 구매욕구를 반영하는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시장가격이 결정된다. 반면 카드처럼 가맹점과 회원 양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사이디드 플랫폼의 경우는 원가 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그리고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규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분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분쟁과 법적 소송이 그치지 않았는데, 어찌보면 카드산업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앞서 설명한 카드산업 고유의 특성뿐 아니라 업종별 가맹점별로 위험도, 유동성, 신용공여기간 등이 천차만별이라 적정 기준을 획일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가맹점이나 카드사의 공동 담합 행위가 있는 경우는 외국처럼 공정거래 차원에서 규제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수료의 결정 과정이나 구체적 수준에 대해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타당치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가격규제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가능성과 함께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카드시장과 가맹점시장이 모두 경쟁적 구조라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될 경우 그만큼 가맹점의 상품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수 있겠지만 비경쟁적 시장구조에서는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수입의 감소를 전가하는 방법으로 회원 수수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결국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는 거래규모, 거래방식, 신용도, 업종 및 영업형태 등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정부에 의한 인위적 개입이 없다. 개인이 신용평가 기준에 따라 금리 등 금융거래에서 차별을 받는 것처럼 가맹점도 가맹점 수수료 책정 기준에 따라 수수료 적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정립되어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 카드산업은 양적규모뿐 아니라 인프라, 상품설계력 및 마케팅 기법 등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 오히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게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환경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할부구매제도 대신 매달 사용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잔액을 이월하는 리볼빙 결제 정착으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의존도가 낮은 미국의 사례처럼 시장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