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의 논리 제쳐둔 논쟁은 그만

[기자수첩]법의 논리 제쳐둔 논쟁은 그만

류철호 기자
2008.10.13 09:57

지난 10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사건'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부분만을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최대 쟁점이었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불법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을 둘러싼 배임죄 논란 에 대해서는 "주주들의 손해를 회사 손해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예상된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항소심을 진행한 서기석 재판장(부장판사)의 양형 이유였다. 그는 "여론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나 모든 걸 법리적으로만 따졌다"고 강조했다.

서 재판장은 이와 함께 "한쪽의 비난 여론과 다른 한쪽의 '사회적 기여를 감안해 달라'는 여론의 갈림길에서 결국 '법의 길'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서 부장판사는 법조계에 꼬장꼬장한 강성 판사로 평판이 나있다. 유죄로 판단될 경우 가차 없이 실형을 선고, 1심 판결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 왔다.

이러한 성향의 서 부장판사가 이쪽저쪽 눈치를 보지 않고 법의 논리대로 판결했다고 굳이 강조한 것은 그만큼 법의 논리를 무시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는 반증으로 들려 씁쓸함마저 들었다.

재판은 끝났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특검까지 동원된 사건에서 '법의 논리'를 제쳐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에게 득이 안 된다.

사법부가 '법의 논리'에 충실히 임해 경영 외적인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사건의 한 당사자인 삼성은 '경제와 경영 논리'에 충실해 국부를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데 매진하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또한 글로벌 경기위축에 우리도 빠져들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삼성그룹이 할 일은 많다. 사람들이 삼성을 왜 월드 플레이어라고 말하는 지 이제 삼성 스스로 입증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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