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제도와 법적 환경이 중요하다. 섬세하고도 장기적인 제도적 틀을 제공할 때 신산업의 참여자들은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서로 경쟁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효율적 산업으로 성장한다.
태양광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태양광이 기존 전력과 원자력에 비해 생산비가 높지만 왜 우리는 태양광에 주목하는가. 단지 태양광이 미래의 인류 에너지라는 일반론에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보다 더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자연입지 조건을 갖고 있는 나라도 적지 않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태양광 산업은 한국의 앞선 반도체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만일 한국에 일정 규모의 태양광 산업이 형성된다면 이를 겨냥한 다양한 기술적 응용이 추구될 것이다. 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기술체인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은 태양광 산업의 선진국이 될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양광 산업 자체는 아직 성장 중이다. 산업용 태양광 발전이 1메가와트(㎿)를 넘긴 때가 지난 2005년이다. 신재생에너지 센터의 자료를 인용하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은 선발주자들에 비해 약 75%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특히 박막 태양전지 등에서는 더 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산업용 태양광에 대한 법적 틀을 급격히 후퇴시킨 것은 매우 잘못이다. 지난 4월29일에는 정부 고시를 개정해 2009년 발전차액 지원 대상을 50메가와트로 묶어버렸다. 이는 2008년에 비해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2012년부터는 아예 발전차액 지원 지도를 없애기로 했다. 그동안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둬 기존 전력에 비해 아직 비싼 태양광 발전의 생산비를 정부가 지원하던 것이 이제는 없어지는 것이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이렇게 급격하고도 단기 대응적인 제도 변경으로 신산업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산업정책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정부의 대안이라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라는 것은 풍력 산업으로 집중될 것이다. 풍력 기술은 태양광과는 다르다.
일방적이고 급격한 제도 변화는 국내 태양광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일정 규모의 내수가 뒷받침돼야 기술혁신이 나오고 대외 경쟁력도 생긴다. 일정 규모의 휴대폰 시장이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휴대폰 산업에서 기술혁신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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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월26일 '신 성장 동력 종합 추진 계획'에서는 '스타브랜드'(Star brand)라는 이름을 붙인 유망브랜드의 하나로 태양전지를 선정했다. '태양전지 시장 규모가 2003년 이후 연평균 40% 이상 급성장 중이며 2015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란 게 정부가 밝힌 선정 사유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토록 태양전지를 키우고 싶다면 태양전지의 출구 역할을 맡고 있는 태양광 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도록 법적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 몇몇 태양전지 회사를 골라 지원하는 것보다는 태양광 산업 자체가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때 내부에서 기술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제도적 핵심은 태양광 발전 차액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야말로 진정한 신 성장 동력 지원이다. 정부의 태양광 산업 정책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