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기업수사와 형평성

[법과 시장]기업수사와 형평성

김정범 변호사
2009.10.19 09:42

어느 기업에 대해 주가조작이나 분식결산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되지만 이들 혐의에 대해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사건을 종결짓는 일은 거의 없다.

수사과정에서 증거수집에 협력하지 않았다든지,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로 수사기관과 해당기업이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때 검찰은 해당수사에 필요하지 않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게 되고 이들 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본래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혐의를 찾아내 수사를 진행하고 결국에는 기소를 하게 된다.

업무상 배임이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기업범죄는 이렇게 시작된다. 흔히 검찰수사가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로 끝났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배임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범죄유형은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소를 당한 기업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매우 억울해 하면서 표적수사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자신들만 재수 없이 걸렸다든지, 아니면 자신들이 검찰에 밉보여, 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검찰이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이들 혐의를 문제 삼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특별히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흔히 검찰의 기업수사가 원하는 것만을 본다든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검찰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단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해당기업은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검찰수사는 결국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간의 자유로운 공정경쟁을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경쟁기업에 대하여 투서나 범죄정보를 흘림으로써 상대기업의 영업활동을 위축시키려 기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업범죄에 대한 검찰수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수사는 필요불가결한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검찰수사로 인해서 기업의 영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수사를 위해서 기업이 어떠한 협조를 하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 미리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수사는 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기업이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수사의 범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소위 전 방위적으로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기업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경쟁기업을 도와주는 결과에 이름으로써 불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는 공판절차와 달리 어느 정도의 밀행성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사는 인권침해의 문제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수사기관이 널리 행하고 있는 별건수사는 수사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없어져야 할 대상이다.

별건수사는 표적수사의 불가결한 조건이 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수사의 경우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고, 항상 별건수사와 표적수사의 문제가 대두되어 왔음은 아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기업수사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수사를 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수사의 목적과 범위는 어떠한 것인지를 수사의 상대방에게 분명히 밝힘으로써 표적수사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별건수사나 여죄 수사를 함부로 확대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검찰이 기업수사의 형평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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