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위조인감, 예금 빼돌려도 반환 못해"

"정교한 위조인감, 예금 빼돌려도 반환 못해"

김선주 기자
2009.10.23 09:08

은행 창구 직원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된 인감에 속았더라도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고(故) 안모씨의 자녀 3명이 "위조인감에 속아 지급한 예금을 반환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예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위임장에 날인된 인영(印影. 도장 찍은 자국)과 안씨의 차남 A씨가 신고한 인감이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두 인영은 일반인이나 금융기관 종사자가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 해도 육안으로 다른 점을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우체국 업무편람에는 통장 재발행에 대해 '대리인 신청불가'라고 규정했다"면서도 "이는 우체국 직원이 업무 처리를 하면서 유의할 점을 정한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우체국 직원 B씨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 한 뒤 과실 없이 A씨에게 예금을 지급했다"며 "국가가 A씨에게 지급한 예금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지난해 7월 모 우체국에 A씨를 대리인으로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4억50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며칠 뒤 우체국을 방문, "입원 중인 아버지가 통장을 분실했다"며 부친의 위임장ㆍ인감증명서ㆍ인감ㆍ신분증 등을 제출, 통장을 재발급 받았다.

창구 직원 B씨는 위임장에 찍힌 인영과 안씨가 신고한 인감이 일치하는 것 등을 확인한 뒤 A씨의 계좌로 안씨의 예금을 이체했다.

공동 상속인인 안씨의 나머지 자녀 3명은 부친이 지난 5월 사망하자 "A씨가 위조된 인감을 이용해 예금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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