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톱크랙다운'의 의미

[기자수첩]'스톱크랙다운'의 의미

배혜림 기자
2009.10.28 08:08

17년 넘게 한국에서 문화운동을 해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미노드 목탄·38)가 결국 강제추방됐다. 미누는 갓 스무살을 넘긴 1992년 입국해 20대와 30대를 우리나라에서 보낸 '절반은 한국인'이었다. 미누는 쫓겨났지만 네팔에 도착한 뒤에도 "한국에 내 모든 것이 있다.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미누는 '불법 체류자'였지만 다문화 사회 발전에 기여한 문화활동가이기도 했다. 한국을 좋아한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다국적 밴드 활동을 하면서 우리 국민과 소통의 장을 마련했고 다문화를 이해시키는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과 네팔을 잇는 미누의 민간 외교 활동은 인정받지 못했다. 법무부는 "17년7개월간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장기 불법체류한 사람으로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제퇴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우수 외국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영주비자를 입국 전에 발급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글로벌 고급인력이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장기간에 걸친 미누의 민간 외교는 네팔과 한국 문화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다문화 사회'는 국제적 관심사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불법체류자를 추방했을 때의 경제·문화적 손실을 따져, 장기 거주자에 대해서는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은 10년 이상 장기 거주자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이 없을 경우 등의 요건을 갖추면 강제퇴거 취소 처분을 내린다고 한다. 독일은 5년 이상 체류자에 대해서는 일정 심사를 거쳐 '한정적 거주권'을 부여한다.

우리나라도 장기간 국내에서 체류하며 국가경제와 문화에 기여한 이들의 사회적 공헌을 인정하고, 합법체류를 허용해야 한다.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국가적 이익이다. 이들의 정착을 도우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미누가 활동한 밴드 이름인 '스톱크랙다운'(Stopcrackdown:단속을 멈추라)의 의미는 충분히 다시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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