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경제 원리가 있다. 시장에 양화와 악화가 통시에 유통될 때 사람들은 가능한 한 화폐가치가 높은 양화를 금고 속에 보관하려 하고 화폐가치가 낮은 악화를 시장에 유통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결국 시장에는 악화만 유통되게 된다. 우리는 흔히 필요한 것들이 불필요한 것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잃어가는 현상을 설명할 때 위 원리를 인용하곤 한다.
'경쟁' 원리와 '최소비용·최대효과'라는 원리도 있다. 많은 경쟁자를 만들어 무한경쟁을 시키면 우수한 자는 살아남고 열등한 자는 자연히 도태돼 사라진다는 원리다.
즉 우수한 기업은 살아남고 뒤처진 기업은 망하며, 우수한 품질의 제품은 살아남고 품질이 뒤처진 제품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가격 경쟁에서 값 싼 제품은 성공하고 비싼 제품은 사라져 결국 소비자는 싼 값에 질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원리다.
이 같은 경제의 원리들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최근 세간을 시끄럽게 하는 뉴스를 대하며 문득문득 경제 원리들을 떠올리곤 한다.
정부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없앤다', '외고 본래의 목적에 맞게 변경한다'며 칼을 들이대고 있는 반면, 외고 측에서는 '선발 방식만을 개선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백년대계를 세워야 하는 교육정책은 정말 어려운 분야다.
교육 당국으로서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에게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하면서도, 역량 있는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유혹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키워야하는 청소년들을 과연 무한 경쟁의 입시제도 틀 안에 묶어 놓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의 입시제도는 비효율적(비경제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일정한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역 즉 의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의 업종에 비자격증자도 자본을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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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영리법인이 도입되면 커다란 자본이 유입되고 무한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좀 더 싼 값으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제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이나 변호사법에 따르면 의사나 변호사는 개인적인 영리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할 법률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 아닌 자가 영리법인을 설립하고 경제 원리를 쫓아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 법인에 고용된 변호사는 영리법인의 산업자본에 예속돼 이윤 추구에만 골몰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익성을 특징으로 하는 변호사 제도의 근본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건 브로커를 노골적으로 양성화해 법률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돈이 있는 소비자들은 안전한 변호사를 찾아갈 것이므로 결국 사건 브로커로 인한 피해는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법질서의 확립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올해 11월 현재 전국의 변호사 수는 1만1000여 명에 이르렀다.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되는 3년 후부터는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변호사 시장은 포화상태가 될 것이다.
이 경우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가 영리활동에만 혈안이 되고 자본의 힘에 의하여 법률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정부가 시장논리에 입각하여 추진하고 있는 전문자격사 제도에 대한 선진화 방안의 취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