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2008년 11월 후배 B씨와 술을 마셨다. 거나하게 취한 두 사람의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분을 삭이지 못한 A씨는 맥주병을 깨뜨려 B씨의 목을 찔렀다.
A씨는 B씨가 병원으로 후송된 사이 자신이 운영하는 R슈퍼로 도망쳤다. B씨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 C씨는 격투 끝에 실탄 1발을 발사했다. 총알은 A씨의 오른쪽 가슴 늑골 근처를 관통했다.
C씨는 그제서야 A씨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일주일 뒤 숨졌다. 간 파열 등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A씨의 부인과 두 자녀는 국가와 경찰관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5일 대법원이 주관하고 법원행정처가 주최한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 민사 부문 예선 문제로 제시됐다. 물론 실제 사건은 아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첫 모의 변론인 만큼 실제 소송 사례를 적당히 각색했다.
쟁점은 총기 사용의 적법성 여부, 국가의 관리 책임 여부였다. 자영업자인 A씨가 생존해 있을 경우 예상 수입과 유가족의 위자료 책정 문제도 관심사였다. 예비 법관들인 로스쿨 학생들은 각각 원고 측, 피고 측 대리인으로 나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원고 측은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용의자를 숨지게 했으니 유가족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피고 측은 총기 사용이 적법했던 만큼 배상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참가자들은 대법원 판례를 정리해 법정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신문 기사를 참고자료로 제시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예선 참가자들의 변론 실력은 대체로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첫 변론이다 보니 기본 사항을 묻는 판사의 돌발질문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예선 참가자 중 4팀은 오는 3월 결선에 진출한다.
법·검 갈등으로 다양한 사법부 개혁안이 제시된 가운데 로스쿨 재학생들은 차세대 '인재 풀'로 각인됐다. 로스쿨 수료자 중 일부를 재판연구관으로 발탁, 형사단독 재판부의 폐해로 지적된 법관의 독단적 판단을 방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로스쿨 재학생들이 사법부의 인재 운영 방식을 보다 다양하고 보다 개방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