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정에서 떠드는 사람들

[기자수첩]법정에서 떠드는 사람들

배혜림 기자
2010.04.08 10:21

'MB 독도발언'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가 내려진 7일 서울중앙지법 356호 법정. 법원이 소송단의 청구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자 법정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게 무슨 황당한 판결이냐", "말도 안 된다" "재판부는 각성하라"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부와 방청석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로 날선 감정을 표출했다. 이들은 경호원의 제지를 받으며 법정 밖으로 끌려나온 뒤에도 고성을 멈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른 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있었지만 한동안 재판을 진행하지 못했다.

법정 소란으로 재판 진행에 방해가 되는 일이 최근 더욱 잦아지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사건 재판에서는 한 여성이 소란을 피워 법정 밖으로 쫓겨나는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은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하자 검찰석을 향해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외쳤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퇴정 명령을 받았다.

취재를 위해 방청석에 앉아있으면 일부 방청객의 잡담 때문에 중요한 증인의 진술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테면 검찰이 증인에게 "한 전 총리가 오찬장에서 가장 늦게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나요"라고 물으면 방청객이 "그 질문을 왜 해? 질문 똑바로 해"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식이다. 그러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증인의 답변을 들을 수가 없다.

한명숙 재판의 방청석은 검찰을 향한 증오와 야유의 연속이다. 검찰이 한 전 총리 측에 자녀 유학비용 소명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을 때는 한바탕 야유 섞인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재판장은 "당사자 중 한 쪽이 주장을 할 때 소란을 일으키면 재판에 지장이 생긴다"며 "재판부 권한으로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법관의 입장에서 정치적 사건을 재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판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을 뿐만 아니라, 법정 질서를 추스리면서 재판을 이끌어가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개인적인 감정 혹은 정치적인 이념으로 재판부의 사건 추적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수준 있는 방청객의 자세는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돕는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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