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법원 조사관에게 양형조사를 하도록 하고 이를 참작해 형을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법원 조사관제란 법원이 피고인의 신상과 범죄 동기 등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해 판결에 참고토록 하는 제도다.
검찰은 그동안 법원의 양형조사가 법무부가 하는 '판결 전 조사'와 다를 바 없는데다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절도 및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35)씨에게 징역 3년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대구 비산동 모 병원과 강원 강릉시 의류매장, 경북 경산시 귀금속 가게 등에서 현금 120여만원과 3130만원 상당의 귀금속, 신용카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또 같은 해 4월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20대 여성 2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와 같은 해 5월 훔친 신용카드를 이용해 200만원 상당의 옷가지 14점을 구입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법원 양형조사관의 양형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사 범죄로 이미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점, 누범 기간 중에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8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원심은 아무런 소송법상 근거가 없이 법원 소속 조사관의 양형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씨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해 죄형 법정주의와 당사자 주의에 위배된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법원조직법 54조3항에 따라 법적 근거가 충분하고 양형조사는 수사가 아니며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조사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도 없는 점 등에 비춰 양형조사는 위법이라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양형 조건을 규정한 형법 51조는 양형이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에 법원은 자격이나 증거 조사 방식에 구애됨이 없이 양형 조건을 조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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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또 "양형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단계와 달리 취급해야 하므로 직권으로 양형조건에 관한 사항을 수집 조사할 수 있다"며 "따라서 1심 법원이 법원 소속 조사관에게 양형 조건을 수집 조사하도록 하고 이를 참작해 형을 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