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표절은 도둑질이다

[법과 시장]표절은 도둑질이다

김진한 변호사
2010.07.12 07:48

지난 4월 이효리의 정규 4집에 수록된 곡 중 작곡가 바누스가 만든 곡들이 외국곡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가요계가 또 한 번 표절논란으로 들끓었다.

4집 발표 직후부터 표절 논란에 시달려온 이효리는 최근 바누스로부터 받은 곡들이 그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나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표절 논란이 있어왔던 점, 4집 수록곡 중 상당수 곡이 외국곡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표절 논란이 향후 가수활동에 어느 정도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요계에서 표절 시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가수의 곡에 대해 가사와 음절 표절 시비가 있었다. 이효리 역시 여러 차례 표절 논란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2집 노래 '겟차'(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씽'(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활동을 접었고 3집 '유고걸'(You go girl)의 뮤직비디오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캔디맨'(Candy man)의 뮤직비디오와 유사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2006년 10월 작곡가 강현민이 2004년 발표된 MC몽의 1집 음반 수록곡 '너에게 쓰는 편지'를 작곡한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너에게 쓰는 편지'의 후렴구 8소절이 모던 록그룹 '더더'의 '이츠 유'(It’s you)를 표절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너에게 쓰는 편지'가 법원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것 정도 외에는 '표절 시비'만이 있을 뿐 종국적으로 표절인지 여부가 가려진 예는 흔치 않다. 그런데 이같은 표절 문제는 가요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인터넷 상의 지식과 정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베껴 제출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그러한 행위들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가요계뿐만 아니라 교수, 국회의원 등 사회 지도층까지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하고도 활동에 아무런 제재나 제약을 받지 않고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 어지간한 행위에는 무감각해질 정도로 도덕적, 법적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표절논란, 표절시비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표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단지 작곡가나 가수의 개인적 양심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엄연히 범죄행위다.

그런데 저작권법상 저작권침해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는 한 처벌되지 않는 등 법적 규제가 미미하다. 그리고 표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법적 소송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표절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기준과 법적인 책임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표절논란이 일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거나 사건 당사자 간의 뒷거래를 통해 사태를 마무리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법원에서 표절에 대한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인식 측면에서도 단순히 개인적인 양심의 문제, 도덕, 윤리의 문제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표절이 엄연히 범죄행위, 지식의 도둑질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