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국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그간 꾸준히 논란이 돼온 '정치 사법화'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늑장처리 문제와 집시법 10조(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 헌법불합치 선고 등 민감한 사안들을 꺼내들며 헌재를 압박했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헌재가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처리를 미루고 모호한 결정을 내려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 정작 문제는 정치권에 있는 듯하다. 정치권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에 미뤄왔고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입장을 밥 먹듯 바꿔왔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면 쌍수를 들며 환영했고, 그렇지 않으면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신행정수도 이전 사건, 2008년 종부세 사건 등 그동안 숱한 정치적 이슈들이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 사법화 문제를 끄집어냈다.
물론 정치권의 지적처럼 갈수록 복잡한 정치사회적 분쟁이 늘면서 사법부가 스스로 정치권력화돼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만은 없다. 또 사법부가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결로 불필요한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정치권이 계속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사법부 독립은 요원하기만하다.
헌재 소장은 정치 사법화 지적에 대해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며 "헌재는 헌법수호기관이면서 국가권력 남용의 견제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문제나 국가 정책의 적정성, 효율성, 합리성 여부는 국민의 대표 기관이며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국회가 결정해 판단할 몫"이라고도 했다. 사법부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사법부는 국정 통제기관도 아니고 그런 시도를 해서도 안 된다. 사법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정치적 합목적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치적 논란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고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이뤄진다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물론 법치주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