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 '경찰위원장 공개 비판' 파장

단독 현직 경찰 간부, '경찰위원장 공개 비판' 파장

류철호 기자
2011.03.23 16:39

내부게시판 통해 '검찰 옹호 칼럼' 실은 경찰위원장 비판‥경찰 수뇌부 '당혹'

김일수 경찰위원장이 최근 한 일간지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개혁안을 비판하고 검찰을 옹호하는 칼럼을 낸 것에 반발해 한 현직 경찰 간부가 내부게시판에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에 근무하는 A경정이 22일 '죽림누필'이란 필명으로 경찰 내부게시판 '경찰발전제언' 코너에 김 위원장의 처신을 비판하고 자질을 문제 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경정은 '경찰위원장의 처신에 문제없나'란 제목의 글을 통해 "김 위원장이 한 일간지에 사개특위의 검찰개혁안을 강한 어조로 반대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은 것은 검찰의 공식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현직 경찰위원장이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칼럼을 쓴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A경정은 또 "경찰위원장이라고 해서 검찰을 옹호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경찰위원장이 검찰개혁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글(기고)을 쓰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며 "이번 검찰개혁안에는 경찰 수사권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경찰위원장으로서 특별수사청 설치나 중수부 폐지에 발끈하기에 앞서 경찰 수사권에 관해 언급하는 게 당연한 도리일 것"이라며 "경찰 수사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이 검찰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글을 일간지에 게재하는 것은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경정은 "경찰의 입장이 아니라 검찰의 입장을 지지하는 소신을 가진 분이 경찰위원장직에 적합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런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간부급 경찰관이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의 처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현직 간부가 내부게시판을 통해 경찰청장과 동급(차관급)인 경찰위원장의 처신을 비판하고 자질 문제까지 거론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 수뇌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위원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찰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대변할 필요는 없지만 경찰 조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적잖은 경찰관들이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인 서운함을 표현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견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며 "이번 일로 자칫 경찰조직이 불협화음을 겪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해당 칼럼은)개인의 관점을 떠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향해야 하는 공정사회, 자유사회를 위한 글일 뿐 누구의 편을 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위원장이라고 해서 경찰 입장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한 일간지에 '국회 검찰개혁안 속 보인다'란 제목으로 "사개 특위 6인 소위원회의 검찰개혁안은 검찰권을 약화시켜 정치인들의 보신만 도모하려는 의도"라며 특별수사청 설치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칼럼을 낸 바 있다.

한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 위원장은 사법고시 출신(12회)으로 지난 2009년 7월 제7대 경찰위원장에 임명됐다. 행정안전부 산하인 경찰위원회는 경찰행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관으로 1991년 7월 경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발족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고 경찰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며 위원회는 경찰청장과 시·도 단위의 지방경찰청장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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