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섞는 '혼합계약 주유소'로 가격 낮춘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기름 섞는 '혼합계약 주유소'로 가격 낮춘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김지현 기자
2026.04.09 16:10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판에 휘발유가 경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판에 휘발유가 경유 가격이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정유·주유업계가 여러 브랜드 기름을 섞어 판매할 수 있는 '혼합계약 주유소' 도입에 합의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만큼 세부 시행 과정에서 난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339,500원 ▼2,500 -0.73%)에너지·GS(69,400원 ▲800 +1.17%)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와 주유소간 혼합계약 주유소 운영과정에서 넘어야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게 제휴카드와 포인트 체계 정비 문제다. 혼합계약 주유소에서 특정 정유사 제휴카드를 사용할 경우 정산 방식을 새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와의 이해관계 조율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제휴카드로 카드사들이 얻는 수익이 적지 않은 만큼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랜드 마케팅 비용 부담 기준 역시 불명확해질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정유사 상표를 단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 제품을 일부 도입할 경우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분담할지 산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기준이 불투명하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주유소가 낮은 가격에 제품을 확보하더라도 마진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리 및 점검 필요성이 거론된다.

품질 관리도 변수다. 단일 공급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가 비교적 명확했지만, 복수 정유사 제품이 혼합되면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가격 인하를 위해 가짜 석유 도입 등을 시도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존에는 단일 정유사 공급망을 추적하면 됐지만, 혼합 구조에서는 관리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주유대금 사후정산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주유소별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부 주유소는 사후정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며,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주유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면서도 "제도 시행이 각 산업에 미칠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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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지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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