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전 서울대 교수와의 첫 만남은 2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입생 시절 기숙사 룸 메이트의 권유로 한 대학생 선교단체 모임에 참석하면서 연을 맺었다. 지도교수로서 그는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삶과종교에 대해 강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대학생을 상대로 한 만큼 다소 철학적이고 사변적이었다고 기억된다.
특히 손 교수는 16세기 봉권권력과 교회권력에 반기를 든 칼빈주의를 재해석해서 군사정권의 인권탄압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동시에 "유물론에 근거해서 정치 경제 사회개혁만을 주장하는 진보운동권도 영적인 구원책을 제시못 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보수 기독교인으로서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엄격한 자기절제와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그의 설교는 20살 신입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의 격변적 상황은 보다 전투적 논리에 빠져들게 했고 결국 6개월만에 그와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사반세기 넘게 잊고 지냈던 손 교수 소식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한국기독교계의 목사들 덕이다. 그는 물질에 지배당하는 한국교회와 일부 목사들에 대해 과거 군사정권처럼 공개적인 비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성서에 입각한 기독교 윤리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절대자 앞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를 했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대통령이 무릎 끓도록 인도한 목사가 분별없고 상식없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런 식으로 절대자의 권위를 드러내거나 목사의 권세를 세우는 것은 기독교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최대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대해서는 "당장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사들이 한기총 대표가 주는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타종교와 공존을 부정하는 기독교인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 종교현상학자 판델레우의 "종교는 섬기는 것이고, 마술은 지배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교만해진 종교, 힘을 과시하며 다스리는 자리에 선 종교는 이미 종교가 아니라 마술로 전락한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목사가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2004년 광림교회 목사 세습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인간에게 주어진 재물은 목사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고 목사는 단지 그것을 관리하는 청지기일 뿐 사적 이익을 위해 처분할 수 없다는 견해다.
손 교수의 한국교회 비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비록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도 한국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오히려 예배당을 벗어나 세상사까지 주무르는 힘에 대한 우려는 손 교수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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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달러 안전망 구축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쿠크 법안'을 '대통령 하야' 운운하면서 좌절시킨 권세가 대표적이다. 향후 국가정책이나 기업활동이 기독교 교리에 어긋날 경우 한국교회가 집단적으로 '낙선운동' '불매운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까. 70이 넘은 백발의 장로가 한국교회 '힘의 우상화'를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것도 이런 불행을 예방하려는 선지자적인 자기희생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한국 교회는 아직 희망적이다. 손 교수와 뜻을 같이 하는 의지가 모아지고 있어서다. 명예욕 권력욕 물욕을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해 정당화하면서 한국교회가 화합과 치유 역할보다는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모 신학대학 총장의 자기반성도 있다. 또한 한국기독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고언을 아끼지 않는 언론도 있다. 한국교회의 진정한 거듭남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