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도박 '바둑이'로 1700억 매출에 170억 불법이익

온라인도박 '바둑이'로 1700억 매출에 170억 불법이익

이창명 기자
2011.04.11 16:19

마늘밭 '22만명의 신사임당'사건의 재구성…60억원은 어디?

전라북도 김제의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원 돈다발'이 전국을 들썩이고 있다.

5만원권 묶음으로 김치통으로 사용된 플라스틱통 24개에 나눠져 땅 속에 묻혀있던 돈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땅 속에서 나온 22만명의 '신사임당'

지난 8일 전북 김제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가 들어 왔다. 중장비 기사 안모씨(52)는 "밭에 묻어둔 돈을 가져간 도둑으로 몰려 억울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위치한 마늘밭 주인 이모씨(53)는 땅 속에 묻어둔 돈 일부를 작업 중에 안씨가 가져갔다고 의심했다. 안씨는 도둑으로 몰리자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며 이씨의 마늘밭은 파내도 줄지 않는 '5만원권 화수분'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돈다발은 땅주인 이씨가 묻어 놓은 돈으로 밝혀졌다. 땅을 팔수록 돈다발이 뭉치로 나왔다. 처음 3억원이던 5만원권 다발은 사흘만인 11일 110억7800만원으로 확인되며 40배 가량 불었다. 5만원권으로 22만장.

지난 2월 경찰이 서울 여의도 물품보관업체에서 현금 10억원을 발견할 당시 사과상자 만한 우체국택배박스(36㎝X30㎝X20㎝)에 5만원권 8억원이 들어간 점을 감안할 때 14박스 가량의 '황금색 5만원'이 땅속에서 튀어나온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5월 문모씨로부터 마늘밭 600여 평 가운데 300평을 샀다. 땅을 산 뒤 5개월만인 지난해 10월 돈다발을 묻었다. 그런데 이씨가 구입한 땅 300평 안에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땅을 판 문씨는 나무는 판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가져간다고 매화나무를 중장비 기사 안씨와 함께 파냈다.

작업 중 플라스틱 김치통이 발견됐다. 문씨와 안씨는 '별 것 아니라'고 여기고 땅 한쪽 귀퉁이에 김치통을 버렸다. 하지만 귀퉁이에 치워둔 3억원이 든 김치통을 찾지 못한 이씨는 중장비 기사 안씨를 추궁했다. 안씨는 '억하심정'에 경찰에 신고해 돈다발의 전모가 드러났다.

김제서 관계자는 "실제 새로 땅을 구입한 이씨는 중장비 기사인 안씨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돈을 가져갔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 불법 도박자금의 '구전'

김제 경찰은 마늘밭에서 캐낸 '5만원권 노다지'가 땅주인 이씨의 처남 이모씨 형제의 자금으로 확인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처남 이모씨(48·도피중)와 동생 이씨(40·수감중)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 27억원을 받아 24억원을 마늘밭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초 24억원만 묻었다던 자금은 110억원으로 늘었다.

인터넷 불법 도박판을 벌인 이씨 형제는 지난해 4월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검거됐다. 해외에 서버와 콜센터를 설치하고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거액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형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2년간 홍콩에 서버를 설치한 뒤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속칭 '바둑이'와 '맞고' 등 도박게임을 제공해 도박자들이 입금한 1540억원 중 17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수수료는 환전 명목으로 회당 판돈의 12.3%씩을 챙겼다.

이들은 당시 운영본사와 루트본사, 총본사 등 7단계 조직으로 구성했다. 하위조직에서 모집한 도박자들의 판돈 중 일부를 단계별로 나눠 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수사망을 피해 중국 칭다오에 콜센터를 설치해 도박자들이 24시간 게임머니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모집을 위한 유저관리팀까지 운영했다.

도박자들의 판돈 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도박게임 횟수가 증가할 수록 판돈의 수수료로 빠져나가 도박자들이 돈을 딸 확률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경찰은 밝혔다.

예컨대 10만원으로 인터넷 도박장에 들어서면 사이버머니를 10만원어치 교환해 도박을 하는 방식이다. 판돈은 미리 개설한 대포통장으로 받았다. 게임마다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전체 판돈이 100만원이라면 12만3000원을 떼고, 그 게임에 이긴 도박자에게 87만7000원을 지정한 통장으로 되돌려 주는 구조다.

그러나 도박 횟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수수료를 선취로 전체 판돈 기준으로 떼기 때문에 도박자들은 원금 회복을 위해 점차 많은 돈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경찰은 해석했다.

경찰은 "30~40여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실제 도박자가 접속한 것처럼 허위로 게임방을 개설해 소위 '짜고치는 도박'을 한 것으로도 당시 수사에서 드러났다"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서버주소와 도메인(게임명칭)을 수시로 변경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조직폭력과 연계되지는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당초 이씨 등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수익이 170억원인 점에 초점을 맞추고 발견된 110억원 외에 나머지 60억원의 행방도 뒤쫒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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