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강 위에서 새하얀 요트들이 물결에 일렁인다. 매끈한 상어를 닮은 요트 사이로 배를 정비하는 청년들이 분주하다. 선글라스를 낀 몇몇은 강으로 나가 1인용 요트에 몸을 실은 채 바람을 맞았다. 시민들은 강가 잔디밭에 여유롭게 누워 요트가 있는 풍경 속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유럽 어느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 한강의 모습이다. 오는 16일 개장을 앞둔 '여의도 시민요트나루'는 막바지 개장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 호화로운 위용의 파워요트 3척과 6~10인승 세일링 요트 10여척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정박 중이다. 고급 수상 레저로 여겨지던 요트는 서울에서 차분히 대중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의도 시민요트나루는 시가 총 270억원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유치해 만든 대중 요트 마리나다. 마리나는 계류·육상 시설을 갖춘 항만 시설을 의미한다. 수상과 육상을 포함해 총 90개의 선석(배를 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45대는 서울시가 보유한 요트로, 나머지 45개는 시민 소유의 요트로 채워진다. 사업자인 서울마리나의 이승재 대표이사는 "서울에 살며 부산 등에 요트를 정박해 둔 선주들이 가까운 곳에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리나 개장을 앞두고 직접 요트를 타봤다. 6인승 27피트짜리 세일링 요트. 미끄러지듯 선석을 빠져나온 요트는 강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강의 중앙에 다다랐다. 스키퍼(요트 운전사)를 담당한 요트 경력 15년차의 이종호(29)씨는 “선수 생활을 할 때도 요트를 타려면 지방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대중들이 서울에서 손쉽게 요트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급 레저라는 인식과 달리 여의도 시민요트나루의 요트 이용요금은 ‘오리배’보다 싸다. 1~3인용 딩기 요트의 경우 이용료는 시간 당 4000원으로 오리배(2만원)의 1/5 수준이다. 구명 자켓을 포함, 장비 일체를 포함한 가격이다. 한강에서 요트를 구경하던 강성진(34, 용산)씨는 “봄에 열심히 요트를 배워 여름 내내 요트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경인아라뱃길이 뚫리고 나면 대형 세일링 요트를 제외하곤 한강을 지나 서해까지 요트로 항해가 가능하다. 그야말로 서울의 '대항해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