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한민국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K리그 승부조작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의 진원지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포츠인 축구라는 점에서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후폭풍이 불고 있다.
승부조작은 비단 K리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1919년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고의로 패배했다는 승부조작 의혹이 번지면서 화이트삭스 소속 8명의 선수들이 영구 제명되기도 했다.
2006년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구단인 유벤투스FC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세리에B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으며, 승부조작의 뒤에는 언제나 도박이라는 달콤한 악마가 숨어 있다.
현행 스포츠복권은 1인당 참여할 수 있는 금액이 1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참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복권 시장보다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설 스포츠복권 시장이 훨씬 거대하다는 점이다.
사설 스포츠복권에 돈을 건 사람은 형법 제246조에 따라 도박죄로 처벌받게 된다. 특히 승부조작이 이뤄진 경우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자가 사기의 수단으로 승패의 수를 지배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로 처벌받는다.
K리그 승부조작 사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설 스포츠복권 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또 사설 스포츠복권 웹페이지 제작자 및 사업자에게 유·무선으로 정보를 제공한 자까지 처벌하도록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재 조항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사설 스포츠복권 및 승부조작을 근절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알아서 승부조작의 유혹을 뿌리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관계 구단과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승부조작뿐 아니라 사설 스포츠복권과 관련해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관계 구단과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정부 당국은 이를 쉬쉬하며 수수방관해왔다. 이 같은 안이한 태도로 장래가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구속됐고, 심지어는 소중한 생명까지 잃게 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일 강원도 평창에서 선수, 코치진, 심판, 임직원 등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리그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도박 및 부정행위 근절 서약'을 통해 승부조작 등 부정,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로 다짐하는 등 K리그 승부조작 재발방지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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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도 K리그 경기를 스포츠복권의 대상 경기에서 당분간 배제하고, 승부조작이 발생한 경기단체에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뒤늦은 대처지만, 이제라도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승부조작은 축구계만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부조작 세력을 발본색원해 더 이상 신성한 스포츠를 더럽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