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제 도입을 놓고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가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침해소송의 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변리사업계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 등 사항에 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변리사법 8조 등을 근거로 소송대리권을 요구하고 있다.
◇"변리사법에 소송대리권 인정"
대한변리사협회 고영회 변리사는 "변리사 자격시험 과목에 지식재산권법뿐 아니라 민법도 포함돼 있다"며 소송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변호사들의 견해를 반박했다. 고 변리사는 "자격을 취득했다면 자격에 주어지는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옳다"며 "실제로 특허침해 소송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변리사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법원은 특허법원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법률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소비자가 변호사와 변리사 둘 다 고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고 변리사는 "발명가, 산업계, 과학기술계는 변리사가 소송을 맡는 데 찬성하고 있다"며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로스쿨 가서 변호사자격 취득하라"
반면 대한변협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요구를 '직역 이기주의'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대한변협은 성명을 통해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제도를 침탈하고 편법으로 자격을 얻겠다는 특권층의 그릇된 욕심"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송대리를 제대로 하려면 관련 소송절차에 대한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단지 해당 분야 지식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변리사시험의 경우 법률 과목, 특히 민사관계법 관련 부분이 대단히 미흡하고 법률전문가를 선발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특허권 침해 여부만 따져보면 되기 때문에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변리사회의 논리대로라면, 조세소송에서는 세무사나 공인회계사, 관세소송에서는 관세사, 노무소송에서는 공인노무사, 교통사고 손해에서는 손해사정인, 부동산소송에서는 공인중개사, 의료소송에서는 의사의 공동대리권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직역에서는 소송대리권을 인정해달라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업계는 "변리사가 소송대리권을 원한다면 로스쿨에서 정정당당하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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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회 가입 공문…'갈등 최고조'
지난달 변리사회가 변리사를 겸업하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변리사회 가입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달 말까지 변호사들이 변리사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특허청에 징계를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협박성 요구를 중단하라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변리사법을 검토한 결과 변호사 출신 변리사는 변호사가 가진 권한의 일부로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어서 변리사회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논란은 헌법재판소에서도 일대 격돌을 앞두고 있다. 일부 변리사가 "법원이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불허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지 1년만인 오는 12월 공개변론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양측이 얼굴을 맞대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회에 2년 이상 발이 묶여있는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측이 어떤 논리로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