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삼성, 현대차에 이어 SK그룹은 국내 재계 서열 3위인 대기업 그룹이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8일 검찰이 '최태원 회장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 2003년 당시 손길승 SK회장이 구속까지 됐던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 만에 다시 본사 사옥이 검찰에 의해 무장 해제됐다. 더군다나 검찰 수사의 칼끝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최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계의 중요한 얘깃거리가 되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수천억원을 선물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데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하는 과정이 정상적인 재벌 오너의 행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최태원 리스크'다. 검찰은 특히 최 회장의 투자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상무 출신 김준홍(46)씨가 대표로 있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SK그룹 계열사들이 약 28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투자금 일부가 빼돌려져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검찰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최 회장의 또 다른 개인회사 내지 SK 위장계열사로 의심하고 있다.
최 회장의 측근으로 지난 1998년 SK그룹에 입사해 불과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김 대표는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케 해 최 회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증명했다. 이와 함께 무속인으로 알려진 김모씨와 미국계 헤지펀드 매니저로 알려진 은모씨 등도 최 회장의 주변에서 선물투자와 직간접 관계를 가진 것으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런 정황은 글로웍스 박성훈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이 드러나면서 공개됐다. 박 대표는 글로웍스를 자원개발업체로 전환해 몽골 보하트 금광개발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띄워 55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검찰은 박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SK그룹 상무 출신인 김 대표가 공모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3월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수표 175억원중 173억원이 SK그룹 최재원 부회장의 돈으로 드러나면서 수사는 SK그룹과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연결고리 찾기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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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SK그룹 계열사의 협력업체 3곳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돼 지난 7월 협력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 같은 혐의들이사실이라면 SK로선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03년 배임과 증권거래법,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최 회장이 이번에도 검찰 소환조사를 거쳐 사법처리된다면, 그룹에 대한지배력이 결정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